심리학 동기부여의 심리학 -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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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7회 작성일 16-02-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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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필자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의 행동을 잘 관찰해 보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여러 행동이 얼마나 자주, 어떤 상황에서 일어나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이런 작업이 쉽지 않으며, 사람들이 행동하는 이유 혹은 행동을 지속하는 바탕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하곤 한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한다는 것이 해보던 일이 아니기도 하고, 또한 여러 행동의 원인을 자각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이런 분석을 해보도록 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바탕, 심리학에서 동기(motivation)라고 부르는 주제를 생각해 보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며, 독자들은 이 동기의 한 차원이 접근과 회피라는 것을 이미 네이버 캐스트에서 읽었을 것이다.



동기의 내재적-외재적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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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을 주면 사람들을 쉽게 동기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외재적으로 동기화된 행동은 보상이 없어지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심리학의 발견이다.
<출처: Nevit Dilmen at en.wikipedia.org>


그런데 인간이 하는 여러 다양한 행동들의 바탕이 되는 힘이라는 의미에서의 동기들을 깨끗이 분류하고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심리학자인 매슬로우가 한 것처럼, 그리고 우리 대부분이 이미 알고 있는, 행동을 일으키는 요구(need)의 종류와 위계를, 생리적 요구를 맨 밑바탕에 두고 그 위에 안정과 소속, 그리고 존중의 요구가 있으며, 가장 높이 자기실현이라는 요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고작일 것이다. 즉 결손 혹은 결핍이 행동하게 만들기도 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힘이 역시 행동하게 만든다고 생각 할 수 있다. 사실 섭식 같은 생리적 행동에서부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동, 나아가 잠재적인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행동들을 하나의 이론적 틀로 포괄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본 글에서는 동기들을 분류하는 또 하나의 차원, 내재적-외재적(intrinsic-extrinsic) 차원과, 스스로를 동기부여하기 위한 조건들을 살펴보자.

어떤 행동이 보상 때문이라면 이를 외재적 동기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하고, 행동 자체가 즐겁거나 흥미롭기에 일어난다면 이를 내재적 동기에 의해 유발된 행동이라고 한다. 어떤 동기에 의한 행동이 지속적일까? 물론 내재적으로 동기화되는 행동이다. 아마도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특정 대상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도전을 찾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외재적으로 동기화된 행동과 내재적으로 동기화된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자. 어떻게 동기화된 행동이 바람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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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재적 보상이나 처벌은 내재적 동기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출처:gettyimages>


흥미롭게도, 최근 아랍의 한 나라(United Arab Emirates)에서는, 학생들을 공부하게 만들기 위해 성적에 따라 아예 현금을 주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이러한 보상이 학생들을 공부하고, 배우게 만들 수 있을까? 독자 여러분은 이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좋은 방법? 말도 안 되는 방법? 단기간적인 그리고 비교적 단순한 과제 수행에는 보상이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사실 외재적으로 동기화된 행동은 보상이 없어지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심리학의 발견이다. 물론 지속적으로 현금을 주면 될지 모르겠다. 우리로서는 부러울 따름이지만 넘쳐나는 오일 머니를 처리하는 수단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나라를 흉보거나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모든 경제 활동이 이러한 당근과 채찍에 기초한 것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사실 대부분의 대학 장학금은 성적순이니 말이다. 그런데 왜 심리학 지식에 위배되는 이러한 조치가 계속 사용되고 있을까? 심리학자인 데시(Deci)는 “우리가 하는 것을 하는 이유(Why we do what we do)”라는 책에서 사람들을 내적으로 스스로 동기화 시키는 것이 훨씬 어려우며, 단순히 보상을 주는 방법이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동기화 시킬 것인가”가 아니고 “어떻게 사람들이 스스로를 동기화 시킬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사람들은 내재적으로 동기화 될 때 더 열심히 일하며, 그들 자신이 하는 일을 더 많이 즐기고 더 창의적 된다고 한다. 그리고 외재적 보상이나 처벌이 내재적 동기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한 실험에서 퀴즈 문제 푸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즉 내재적으로 동기화 된 대학생들에게 성공적으로 퀴즈 문제 풀면 보상을 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해 보았더니, 전자가 퀴즈 푸는 행동을 감소시켰다고 하며, 비슷한 결과를 유치원 아동들에게서도 관찰했다고 한다.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잃어버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습 과제를 수행 하도록 하며, 경쟁이나 평가와 같은 사회적 통제 즉 처벌을 중요시 하는 경우 역시 내재적 동기와 창의성을 손상시킨다고 한다.



배움에 대한 내재적 동기를 촉진하는 조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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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나 평가와 같은 사회적 통제 즉 처벌을 중요시 하는 경우 역시 내재적 동기와 창의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가장 힘들고 그러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명제의 하나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내가 가르치는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만들 것인가’다. 앞서 언급한 심리학자 데시의 표현처럼 필자가 학생들을 동기화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동기화되도록 하는 조건들을 찾으려고 필자는 늘 노력한다. 독자들도 읽고 함께 생각해 보며, 자신의 내재적 동기가 활성화 되는 상황에 자신이 처하도록 만들어 보길 바란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경우 통용되는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70년대 시행되었던 유명한 실험에서 심리학자 미셜은 4살짜리 아이들에게 종과 마시멜로가 있는 방에 데려가, 지금 종을 치면 하나를 먹게 하고, 종을 치지 않고, 자기가 나중에 올 때까지 기다리면 두 개를 먹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종을 빨리 친 아이와 기다렸던 아이를 10년 후에 비교해 보았더니, 보상을 지연했던 아이들이 훨씬 지능이 높았고, SAT 성적도 좋았으며,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소득도 높았다고 한다. 욕구 충족을 지연하지 못했던 아이는 집에서나 학교에서 행동적인 문제가 있었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잘 견디지 못했고, 주의 집중에 문제가 있었으며, 친교 관계 유지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사실 보상을 지연시키는 능력이, 학업 성적을 예측하는데 있어 IQ보다 더 중요하다고까지 하니, 교훈은 명확하다. 앞에서는 외재적 동기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얘기했지만, 장기적인 미래의 큰 보상을 위한 노력과 스스로에 대한 제어와 통제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비록 당장의 흥미와 내재적 끌림을 없다고 해도 말이다. 필자는 당장 재미없는 통계학이나 방법론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중에 여러분이 심리학을 전공하고 공부할 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즉 장기적 보상을 누누이 설명한다. 유감스럽게도 학생들은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나중에야 알게 될까, 깨달음이란 늘 늦는 것이기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필자가 실패의 심리학에서 설명했던 성장과 고정 마음가짐을 다시 상기하기 바란다.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면, 학생들에게 혹은 여러분 스스로에게 자신의 지능이 아닌 노력을 칭찬해야 한다. 노력과, 장애나 문제를 해결한 것에 가치를 두는 성장의 마음가짐만한 내적 동기는 없기 때문이다.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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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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