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로보는역사 중국에서 건너온 서화보 - 방 안에 앉아 책으로 경치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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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2회 작성일 16-02-0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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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에는 산수와 화조 등을 감상하고자 하는 향유자가 많아지고, 유명한 그림을 판화로 제작한 화보류(畵譜類)가 중국으로부터 많이 유입되었다. 이름난 그림을 판화로 제작함으로써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조선에서도 중국의 유명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아름다운 경치를 읊은 시문을 곁들여, 시·서·화를 함께 누릴 수 있었다. 화보에는 바위와 나무, 화조와 사군자 등을 그리는 법이 간략하게 실려 있어 윤두서, 강세황, 김홍도 등 많은 화가들이 이를 통해 그림공부를 했으며, 화보의 구도를 응용한 창작도 매우 활발했다. 중국을 오가는 사신행렬을 통해 들여온 『명산승개기』 『개자원화전』 『십죽재서화보』등 화보류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여가 생활을 한층 풍요롭게 해주었다.




조선 후기 중국 화보류의 유입과 여가 생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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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승개기』에 실린 <황산>. 판화를 통해 중국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우리는 늘 떠나는 것을 꿈꾸지만, 언제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그 속에 노닐면서 자연과 교유하는 삶은 예로부터 선비나 학자들이 꿈꾸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산수를 누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직접 자연에 은거하며 그 안에서 사는 것이다. 둘째는 자연을 그림으로 담아 그림을 볼 때마다 그 안에 자신을 담아 ‘와유(臥遊)’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연을 읊조린 시문을 음미하면서 상상력으로 그 공간에 마음을 싣는 것이다.

좋은 경치를 노래한 시문을 통해 조선시대 문인들은 상상력으로 그 공간에 함께 하고자 했으며, 그러한 경치를 그린 그림 속에 자신의 마음을 실어 즐기고자 했다. 따라서 가보고 싶은 명승을 노래한 좋은 시와 그 경치를 그린 좋은 그림은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 관심은 조선의 경치뿐 아니라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중국의 유명한 산수에 대한 것도 매우 컸다.

책을 통한 여행은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요즘같이 영상이 발달한 시대에는 티비를 통해 머나먼 나라의 모습을 얼마든지 볼 수 있겠지만, 조선시대에는 책이 그러한 창을 열어주었다. 또한 유명한 화가의 그림도 판화를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 마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같은 그림을 명화 포스터로 값싸게 구입해서 내 방 벽에 걸어놓듯이 말이다.




『명산승개기』, 중국의 이름난 산천에 대한 1,550편의 글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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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승개기』에 실린 이백의 <춘야연도리원서>와 판화 <악양>.
중국의 육조에서 명나라 말기에 이르기까지 지어진 각지의 산수기행문을 명나라 말기인 17세기에 모은 책이다. 1,550편의 글을 지역별로 편집하여 46권으로 엮고, 마지막권에 황산, 백악, 서호, 석문, 악양, 숭악, 태악, 오대 등 명산을 섬세하게 새긴 판화 55점을 실었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기를 미리 찾아 읽거나 안내서를 챙기면서 여행지를 미리 맛본다. 그러나 사람들이 칭송하는 아름다운 곳에 가보면 실제보다 묘사가 더 아름다운 경우도 많다. 묘사를 통한 상상력이 우리를 꿈꾸게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명한 산과 경치에 관한 시문을 모은 『명산승개기(名山勝槩記)』에는 아름다운 경치에 대한 글이 1,550편이나 실려 있다. 당송팔대가로 꼽히는 소식의 <적벽부>와 이백의 <춘야연도리원서>, 한유의 <등왕각기>, 북송대 범중엄의 <악양루기>, 또 동진대의 서성(書聖)으로 불리는 왕희지의 <난정서> 등, 고등학교 때 필자가 ‘고문’에서 이름을 들어본 글들도 있다. 책의 마지막권에는 이러한 명승을 판화로 새긴 그림 55편이 실려 있어, 중국의 서호, 악양, 황산 등 각지의 경치를 방 안에 앉아서 홀로 즐길 수 있게 되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북송대의 문인 범중엄은 악양루에 올라 “천하의 근심은 누구보다도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모든 사람이 즐거워한 뒤에 즐긴다(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歟)”라는 구절을 읊었는데, 그 <악양루기>와 함께 악양루에서 내려다보이는 동정호의 모습이 시공간을 초월해 눈 앞에 펼쳐진다. 이백이 동정호에 비친 달을 노래하기도 했던 비로 그 호수는 실제로 보았을 때보다 그림을 통해 보니 훨씬 더 광활해 보인다. 이 책은 조선 후기에 청나라로부터 입수되어 문인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으며, 겸재 정선과 교유한 김창협, 김창집 형제는 『명산승개기』를 편집하여 『문취(文聚)』, 『징회록(澄懷錄)』(1681) 『명산최승(名山最勝)』 등을 편찬하기도 했다.




글씨와 그림의 이론 교과서, 『흠정패문재서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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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초인 1708년에 강희제의 칙명으로 손 악반(孫岳頒) 등이 서화 관계 문헌을 모아 펴낸 책이다. 상고로부터 명 말에 이르기까지의 글을 100권 55책으로 간행했다. 글씨(書)와 화체, 화법, 화품을 다룬 그림에 관한 글, 역대 제왕의 글씨와 그림, 서가(書家)와 화가(畫家)의 전기, 역대 명인(歷代名人)의 글씨에 관한 발문, 서화에 대한 변증(辨證), 서화에 대한 역대감장(歷代鑒藏), 어제(御制) 서화에 대한 발문 등 15문으로 나눠 중국의 서화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두루 담고 있다. ‘송고려국화’라는 항목에서는 <예성강도>로 유명한 고려 이녕에 대해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마힐의 시를 음미해보면 시 속에 그림이 있고, 마힐의 그림을 살펴보면 그림 속에 시가 있다." 소동파가 당나라 때의 시인이자 화가인 왕유(王維)의 <남전연우도(藍田煙雨圖)>를 본 소감을 피력한 문장이다. 이처럼 옛사람들은 시서화(詩書畵)가 서로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고 인식했고, 이에 관한 글도 많이 남겼다. 이를 비롯하여 중국의 역대 지식 가운데 그림과 글씨에 관한 지식을 집대성하여 모은 것이 『흠정패문재서화보(欽定佩文齋書畵譜)』이다. ‘패문재(佩文齋)’는 청 황제인 강희제의 서재 이름으로, 강희재의 명으로 편찬되었음을 알려준다. 당나라 장언원의 『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 등 중요한 화론서와, 역대 그림들에 관한 제발(題跋) 등 글뿐만 아니라, 문제작들의 진위를 판별하는 법 등 실용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흔히 우리가 쓰는 ‘기운생동(氣韻生動)’ 같은 용어도 남북조시대 사혁이 글씨와 그림을 특징짓는 여섯 가지를 정리한 ‘육법(六法)’의 하나인데, 이러한 것도 모두 들어 있다. 조선 후기의 문인들에게 그림과 글씨에 관한 이론이 망라된 중요한 교과서처럼 쓰였다.




『당시화보』, 당나라 시인들이 읊은 시와 그림을 감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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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唐)대에 지은 시와 그것을 주제 또는 소재로 한 그림을 선별하여 목판으로 새긴 화보집이다. 명대에 발달한 판화술을 활용하여 당시의도(唐詩意圖)를 널리 보급하고자 시와 삽화를 나란히 두어 펴냈다. 『당시화보』는 70종이 넘는 중국의 화보 가운데 『고씨화보(顧氏畵譜)』(1603), 『시여화보(詩餘畵譜)』(1612)와 함께 3대 화보로 꼽히며, 시(詩), 서(書), 화(畵), 각(刻)의 네 가지 아름다움을 함께 모은 가장 아름다운 화보로 여겨진다. 조선에서도 인조 연간부터 수입한 것으로 보이며, 공재 윤두서(尹斗緖, 1668~1715)가 어릴 때 『당시화보』와 『고씨화보』를 보고 그림을 익혔다는 글이 전하며 정선, 심사정, 강세황, 김홍도 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매화나무 가지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약간 벌어진 부리 사이로 맑은 새소리가 빚어나오는 듯하다. 가지 아래로는 꽃잎이 한 두 잎 살랑살랑 흩어져 내린다. 섬세한 목판으로 새겨진 이러한 광경은 눈앞에 펼쳐진 듯이 보여준다. 책장을 넘기면 당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 맹호연의 시 <봄날 새벽에>가 뒷장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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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대의 화가 곽희는 “시는 형태가 없는 그림이고, 그림은 형태가 있는 시”라고 했는데, 『당시화보(唐詩畵譜)』는 그런 관계를 잘 보여준다. 남태응이 서화가들에 관한 글을 정리한 『청죽화사』에 조선 후기의 문인화가 윤두서가 『당시화보』를 얼마나 아꼈는지를 알 수 있는 구절이 있다. “윤두서는 본래 그림에 대해 듣고 익힌 바나 선생에게서 배운 적이 없다. 어렸을 적에 우연히 『당시화보』와 『고씨화보』 등 화보첩을 보고서 이것이 마음에 들어 머리를 숙이면서 열심히 보고 베끼면서 연습하여 무릇 점 하나 획 하나 소홀하게 지나쳐 버리지 않고 반드시 그와 똑같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연습했다”고 하였다. 이정신이 1721년에 사은부사로 연경에 다녀와 남긴 연행록에서도 『고전문선』과 『당시화보』를 사기 위해 승선(僧扇) 20병과 별선(別扇) 19병을 주었다고 했으니 조선의 진귀한 부채를 주고 맞바꿔 올 만큼 귀하게 여겼다.




복제된 명화와 그림의 모든 것, 『개자원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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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원화전』 1집에 수록된 <심석전 벽오청서도>와 이를 본따 강세황이 그린 <벽오청서도>(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조선 후기의 문인화가이자 김홍도의 스승으로도 알려져 있는 강세황의 <벽오청서도(碧梧淸暑圖)>라는 그림은 시원한 벽오동나무 그늘 아래 무더위를 식히며 자연에 은거한 선비를 그린 것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방심석전(倣沈石田)’이라고 적어 명나라의 대표적인 문인화가 석전(石田) 심주(沈周)를 본따서 그렸음을 밝혀 놓았다. 비록 강세황이 청나라 수도 연경에 사신으로 다녀왔지만, 심주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었을까? 답은 바로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이라는 화보에 있다. 『개자원화전』은 일종의 도안집이자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제1집에는 바위와 나무, 산수 속의 인물, 제2집에는 난초와 매, 대, 국화 등 사군자를 중심으로 한 화초, 3집에는 플벌레와 동물 등을 그리는 법과 구도 등이 실려 있는데, 강세황이 본딴 심주의 ‘벽오청서’는 제1집에 실려 있다.

강세황은 이 『개자원화전』에 실린 심주의 ‘벽오청서도’ 구도를 따라 바위와 벽오동 사이에 멀리 산을 배경으로 넣고, 벽오동에는 청신한 짙은 녹음을, 먼 산에는 시원한 옅은 청색을 넣어 자신의 필치로 다시 그려낸 것이다. 그는 심주의 그림을 따라 <벽오청서도>를 그림으로써 몸은 비록 관리로 일하면서 도시에 살지만 자연에 ’와유‘하고자 했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조선시대 화가들은 이처럼 본받고 싶은 옛사람의 그림을 따라 그리며 ‘방(倣)’이라고 당당히 밝혀 자신의 오마쥬(존경)를 드러냈다. 이런 오마쥬에 『개자원화전』은 훌륭한 길잡이 노릇을 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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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원화전』에 실린 산수 그림과 국화 그림. 왼쪽 그림은 예찬이 그린 멀고 높은 산의 바위주름을 그리는 법을 간략히 보여주며 예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 그림은 국화와 괴석이 어우러지는 구도를 제시한 것이다. 심사정이 이를 웅용해 그린 그림이 있다.

『개자원화전』은 육조에서 명 말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역대 화론을 가려뽑고 유명한 그림들을 목판으로 새겨 화가들에게 본이 되도록 편찬한 책이다. 초집은 산수를 중심으로, 2집은 난죽매국을 중심으로, 3집은 화훼 초충 영모를 내용으로 하여 청 초에 차례로 간행되었다.

회화이론편과 도해된 작화법 및 옛사람들의 그림을 간략화한 전도(全圖)로 구성된 『개자원화전』은 조선 후기의 화가들에게 하나의 교과서로 인식되어 중국의 회화론 및 회화 양식을 익히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개자원화전』은 명나라 말의 화가 이유방이 옛 명화들을 모아 만들었던 『산수화보(山水畵譜)』를 후대에 증보 편집한 것인데, 김홍도가 이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이유방의 별호인 ‘단원’에서 자신의 아호를 취한 것은 유명한 일이다. 김홍도에 앞서 이미 18세기 초에 윤두서(尹斗緖, 1668~1715)도 『개자원화전』을 보고 글을 남겼으며, 이 시기에는 일본에도 수용되고 있었다. 심사정(沈師正, 1707~1769)도 이 화보의 방작을 여럿 남겼는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모란도〉는 「영모화훼보」의 〈옥루춘〉을 본뜬 것임이 알려져 있다. 문인 이덕무(李德懋, (1741~1799)도 『청장관전서』에 『개자원화전』 초집 중 「색을 칠하는 여러 가지 방법(設色各法)」의 내용을 수록하는 등 『개자원화전』은 18세기 문인 서화가들에게 매우 널리 읽힌 실용적인 책이기도 했다.




컬러판 시화첩, 『십죽재서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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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죽재서화보』에 실린 <옥골동연> 시와 그림. 이 책은 단색인 다른 서화보에 견주어 수인(水印) 기법을 사용한 다색 석판화로 인쇄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명대의 화가 오빈(吳彬), 고양(高陽), 고우(高友), 위지황(魏之璜), 귀창세(歸昌世)와 발행인이기도 한 문인 호정언 등 당대의 참신한 화풍의 그림을 활용하였다. 서화보(書畵譜) 15장, 묵화보(墨畵譜) 19장, 과보(果譜) 8장, 영모보(翎毛譜) 16장, 난보(蘭譜) 8장, 죽보(竹譜) 20장, 매보(梅譜) 16장, 석보(石譜) 16장으로 구성되어 총 8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선화 한 포기와 매화 가지가 어우러져 있다. 간결한 목판화에 푸른 색과 노란 색이 더해져 생기를 준다. 한 장을 넘기면, 이 그림을 설명하는 발문이나 시 구절이, 명필의 글씨로 쓰여져 있다. ‘십죽재(十竹齋)’ 주인 호정언(胡正言, 1584-1674)이 만든 『십죽재서화보(十竹齋書畵譜)』는 컬러판 다색판화집이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국화와 괴석, 영지, 수선, 대나무, 난초 등 한 폭의 화조화가 눈 앞에 펼쳐진다. ‘두판채색투인(餖板彩色套印)’과 ‘공화(拱花)’ 기법을 사용한 다색판화이기 때문에 마치 원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 그 자체로 훌륭한 감상의 대상이 된다. 즉 화면에 색과 농담의 변화를 다양하게 주기 위해서 여러 개의 조각판을 사용하여 순서대로 여러 차례 겹쳐서 찍는 기법을 쓴 것이다. 또 이 화보는 호접장으로 되어 있어 감상하기에 좋다. 일반적인 책이나 기존의 화보류는 선장(線裝)으로 되어 있는데, 선장 방식은 하나의 작품을 좌우 두 개의 판목으로 조각해 찍어냈기 때문에 마주보는 면이 좌우로 절단된다. 그에 견주어 호접장 방식은 하나의 작품을 한 개의 판목으로 찍고, 펼친 면이 접히지 않기 때문에 감상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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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죽재서화보』에 실린 <국화와 수석>.



‘꽃에 물을 주고 대나무를 심는(澆花種竹)’ 일상생활은 문인 관리들이 퇴직 후에 누리고자 하는 삶의 모습의 하나였다. 이런 취미는 화조화를 아끼고 감상하는 수요층의 증가와도 맞물리며, 화조화와 사군자를 다룬 전문적인 화보의 출간을 낳았다.

재미있는 것은 강세황과 교유했던 성호 이익(李瀷, 1681~1763)은 실증적인 학문 태도로 이 화보를 대했다는 점이다. 이익은 시중에서 파는 물건 가운데 가늘고 긴 것을 ‘마명의 꼬리’라고 한 데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평소 궁금해 하다가, 그것이 제비처럼 생기고 꼬리가 제 몸보다 10배나 더 긴 ‘마명조’라는 새의 꼬리를 이르는 것임을 알았고 우연히 『십죽재화보』를 보다가 이것을 발견했다고 『성호사설』에 밝히고 있다.




전통과 근대가 교차하는 상하이 풍경, 『신강승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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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식 소화기로 불을 끄는 모습을 그린 ‘구화양룡(救火洋龍)’. 19세기 상하이의 풍경을 그림과 시로 엮은 책으로, 상 하 두 권의 책에 각기 31곳의 풍경과 그에 걸맞는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의 서체는 행서부터 전서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르며, 그림은 화가 오우여의 밑그림을 석인(石印)으로 인출하여 매우 섬세하다. 상하이의 소식을 생생한 시각 정보와 함께 전하는 그림 신문 『점석재화보(點石齋畵報)』를 발간한 점석재에서 출판했다.



‘신강(申江)’은 상하이 황포강의 별칭이자 상하이를 이르는 말이다. 1840년 아편전쟁의 결과 개항하게 된 상하이는 조계지를 비롯하여 서구 문물이 동아시아로 들어오는 창구였다. 19세기 중반 상하이의 모습은 전통과 근대가 교차하고, 서구와 동양이 어우러진 국제 도시였다. 『신강승경도(申江勝景圖)』에는 그러한 상하이의 모습이 집약적으로 드러나 있다. <상해학관(上海學官)>, <대경관제묘(大境關帝廟)>, <용화사(龍華寺)>처럼 중국의 전통적인 공간을 그린 것도 있지만, 영국 공사관인 <대영공관(大英公館)>, 도서관인 <도서집성국(圖書集成局)>, 붉은 벽돌로 지은 성당인 <홍예배당(紅禮拜堂)>, 상하이의 첫 서구식 공원인 <공가화원(公家花園)>처럼 서구 문물의 영향을 받은 공간도 있으며, 수도국인 <자래수공사(自來水公司)>, 서구식 소화기로 불을 끄는 모습을 그린 <구화양룡(救火洋龍)>, 『신강승경도』를 출판한 점석재의 <인쇄소> 광경처럼 근대적인 문물의 모습을 담은 것도 있다. 중국식 서커스 광경과 서양식 서커스 광경이 사이좋게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이 책은 감상용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문물을 접하는 하나의 창이었을 것이다.

규장각에 소장된 이 책의 목록 부분에는 고종의 서재인 ‘집옥재(集玉齋)’ 인장이 찍혀 있다. 고종은 19세기 후반, 선진 문물을 익히기 위해 각지의 서적을 들여와 지식의 보고를 만들고자 했고, 이 책도 거기에 들어온 귀중한 지식의 하나였다. 조선 사람들은 변화해 가는 상하이의 풍경을 통해 개화를 모의체험했을 것이다.

 


<전시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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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현 |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서울대학교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한국 근대 전환기 국가 시각 상징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통 시대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기의 시각문화 변화에 관심을 지니고 있다. 글을 쓴 책으로 『근대와 만난 미술과 도시』(2008, 공저), 『한국 박물관 100년사』(2009, 공저), 『대한제국 : 잊혀진 100년 전의 황제국』(2011, 공저), 『시대의 눈 : 한국 근현대미술가론』(2011, 공저), 『동아시아의 문화 표상 1 : 국가 민족 국토』(2015, 공저) 등이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객원연구원으로 있다.


출처
규장각, 세계의 지식을 품다
세계는 바깥에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 안에도 있다. 세계는 눈에 보이는 현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과거에도 있었다. 규장각 특별전 <규장각, 세계의 지식을 품다>는 우리 안에 있는 오래 전의 세계에 관한 전시이다. 규장각이 전통 문화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세계 지식의 집성지라는 관점에서 규장각에 소장된 중국본 도서에 집중했다. 전통 유학과 근대 과학, 지리서와 백과사전, 수학과 역법, 문학과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규장각 특별전을 통해 그간 잊혀져 있었던 ‘우리 안의 세계’를 다시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발행20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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