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편도체의 역할 - 공포를 경험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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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6회 작성일 16-02-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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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에게 정서 경험의 표출과 전달은 중요하며, 이러한 소통이 얼굴 표정을 통해 일어난다는 다윈의 진화론적 설명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얼굴 표정으로 상대방의 마음 상태를 읽어내고 그에 맞춰 대응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정서 경험이 얼굴 표정으로 나타나게 하는 그리고 이를 읽어내는 능력은 아주 중요한 적응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서적 소통의 문제에 앞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인간을 포함한 고등동물은 왜 정서 경험 자체를 갖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기쁨이나 행복감 같은 긍정적인 정서는,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기에 굳이 그 기능을 따질 필요가 없어 보이지만, 공포나 슬픔 같은 부정적인 정서도 나름대로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일까? ‘우울증에 대한 이해’에서 언급했듯이, 우울 경험도 더 이상의 위험에 처하는 행동을 하지 않게 하고 쓸데없는 행동을 억제하는 것이기에 나름대로는 적응적일 수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진화론적 틀에 우겨 넣은 것 같은 인상은 떨칠 수 가 없다. 슬픔도? 공포와 같은 강한 감정도 어떤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는 말일까? 공포 경험의 노예로 떨어지게 되는, 그래서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과 부적응에 시달리게 되는,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는 여러 다양한 유형의 공포증(phobia)이 있는데도? 이번 글에서는 뇌의 작용과 관련시키며, 공포의 다른 측면을 공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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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공포와 같은 강한 감정도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출처: gettyimages>




편도체는 일종의 공포 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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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체의 위치


필자는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다가 편도체(amygdala)를 편도선이라고 잘못 번역해 놓은 책을 본적이 있다. ‘편도’라는 용어가 같이 들어가 있어서이기도 할 것이고, 편도체에 관한 지식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러 심리학 연구들은, 아몬드(almond, 편도)를 닮아 이름 붙여졌다고 알려진, 편도체가 정서 경험을 만들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히 공포 경험과 밀접히 관련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가 공포를 경험하기 전에 우선 두뇌는 두려워할만한 어떤 대상이 있다는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결정을 보통 ‘정서적 평정’이라고 부르는데, 한 자극에 대한 정서와 관련된 측면을 평가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바로 편도체가 이 일에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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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체의 신속한 결정 과정


원숭이의 편도체를 손상시키면, 뱀이 나타나도 조용히 남아있다는, 즉 뱀을 위협적인 존재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통 정서적으로 연관된 단어들을 잘 기억하는데(즉 공포가 기억을 촉진하는 효과), 편도체가 손상을 입었거나 일시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약을 복용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지어는 원숭이를 수술을 통해 왼쪽 눈에 들어오는 정보는 편도체와 연결시키고, 오른쪽은 그렇게 하지 않았더니, 왼쪽 눈에 들어온 위협적인 자극에 대해서만 공포와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말하자면 눈으로 보는 시각적인 자극이 편도체에 의해 위협적인 것으로 평가되어야만 공포를 경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편도체의 작용은 아주 신속하고 민감하여 일종의 공포 탐지기 같은 역할을 하고, 심지어는 대상에 대한 자각이 없이도 잠정적으로 위협적인 대상에 대해 신속히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학자인 르독스(LeDoux)는 공포 자극이 시상(thalamus)을 거쳐 바로 편도체를 통하여 경험이 일어나는 ‘고속 통로’와 대뇌 피질을 거쳐 일어나는 ‘저속 통로’를 제안하고 있다. 말하자면 편도체는 위협적인 대상에 대해 우선 신속한 공포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며, 나중에야 느리지만 보다 정확한 정보가 피질로부터 전달되어 현재의 경험을 유지하거나, 반대로 줄이는 즉 억제하는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Bocanegra & Zeelenberg, 2009)는 편도체의 신속한 결정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래 그림에 절차가 그려져 있듯이, 피험자들에게 눈을 고정해야 하는 점(가운데 점)을 제시하고, 이어 공포를 나타내는 얼굴 사진과 그렇지 않은 얼굴 사진을 무선적으로 약 70ms 동안 보여주었다. 그리고 피험자들이 해야 할 과제는, 고정점의 좌우에 역시 무선적으로 40ms 동안 제시되는 수직선들이 정확히 수직선인지 아니면, 시계방향 혹은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판단하여 반응하는 것이었다. 앞서 제시한 얼굴 사진은 말하자면, 피험자들을 특정한 마음 상태로 만드는 일종의 점화(prime) 자극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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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절차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는 판단



독자들은 마지막 화면에서 수직선들을 볼 수 있을 것인데, 연구자들은 이를 변화시켜 직선들을 굵게 혹은 가늘게 변화시켰다. 이를 공간주파수(spatial frequency)라고 부르는데, 낮은 공간주파수의 시각정보는 사물의 대체적인 윤곽을 제공해 주며, 높은 공간주파수는 세부적인 시각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무를 본다고 할 때 전체적인 나무 생김새는 낮은 주파수에 의해, 그리고 나뭇잎 모양과 같은 세부적인 특징은 높은 주파수에 의해 정의된다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이야기가 갑자기 나오는지 의아해 할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 시사점은 실험 결과를 보며 설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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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결과


위의 그래프를 보며 실험 결과를 이해해 보자. X축은 서로 다른 공간주파수를 나타내고 있으며, Y축은 사람들이 선이 수직인지 아니면 기울어져 있는지를 정확하고 민감하게 판단했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공포를 경험하고 있는 얼굴에 노출되었던 조건에서는 맨 왼쪽 수직선 즉 낮은 공간주파수에 대해 가장 잘 판단하였으며, 그 정도는 오른쪽으로 갈수록 점점 약해지고 있다. 반면 중립적인 얼굴 표정에 노출되었던 경우는 주파수가 어느 정도 높을 때 가장 좋은 민감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자의 결과이다. 즉 공포 상황이 낮은 주파수 정보에 민감하게 만들고, 높은 주파수 정보의 처리는 억제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종류는 다르지만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에 위협 대상에 대한 평가로 도망갈 것인지, 싸워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면 여기에는 대상에 대한 전체적인 파악 즉 낮은 주파수 정보면 충분한 것이다. 다가오는 호랑이에 대해 표피의 문양을 보며, 시베리아 호랑이인지, 벵갈 호랑이 종인지의 자세한 시각 정보에 대한 처리가 왜 필요하겠는가? 위협적인 대상에 대한 신속한 공포 경험이 대상에 대한 어떤 처리는 촉진하고, 다른 측면에 대한 처리는 억제하는 것이다. 공포의 처리 기제를 알면 공포도 우리의 소중한 정서 경험의 하나가 되는 것일까? 공포증에 떨어지는 기제까지도 이해할 수 있을 때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Bocanegra, B. B. & Zeelenberg, R. (2009). Emotion improves and impairs early vision. Psychological Science, 20(6), 707-713.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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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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