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더 콘서트 - 감동을 주는 음악의 힘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댓글 0건 조회 428회 작성일 16-02-06 16:55

본문















14547453479494.png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 꾸며낸 이야기 즉, 픽션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픽션이라도 공상과학영화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려야 보는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라두 미하일레아누 감독의 [더 콘서트]는 개연성을 결여한 픽션의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하지?”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중간에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많이 나오지만, 이야기가 워낙 황당하다보니 그 음악마저 생경하게 느껴진다.



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차이콥스키 - 바이올린 협주곡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음원제공 :
소니뮤직






14547453489580




볼쇼이 극장의 청소부의 드라마틱한 연주를 그린 영화 [더 콘서트]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정보 보러가기

14547453490216.jpg



영화의 시작은 음악영화로서 완벽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화면 가득 지휘하는 남자의 손이 보인다. 이때 나오는 음악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2악장. 오케스트라가 먼지 주제 선율을 제시하고, 이어 피아노가 그 선율을 이어받는다. 듣는 사람을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는 너무나 아름답고 달콤한 멜로디이다. 지휘하는 남자 역시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에 완전히 빠져 있다. 지휘를 하며 그는 꿈꾸듯 이렇게 중얼거린다.

“균형을 잃지 말고 바순은 부드럽게”

하지만 이 황홀한 꿈속 여행은 갑자기 시끄럽게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로 중단되고 만다. 곧이어 불호령이 떨어진다.

“안드레이 필리포프. 누가 리허설에 들어오랬나? 자넨 여기서 청소나 해.”

모차르트 음악에 맞추어 지휘하던 손의 주인공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아닌 연주홀의 청소부. 물론 그도 과거에는 촉망받던 지휘자였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에서 유태인을 몰아내라는 당국의 지시를 어기는 바람에 지휘자 자리에서 쫓겨나 30년째 볼쇼이 극장의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연주홀에서 쫓겨난 안드레이는 극장장의 방에 들어가 청소를 시작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팩스 한 통이 들어온다.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보낸 팩스이다. 볼쇼이 오케스트라를 파리에 초청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그것을 읽는 순간, 안드레이의 머릿속에 무모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연주를 그만 둔 옛 유태인 동료들을 다시 규합해 볼쇼이 오케스트라 대신 파리로 연주 여행을 간다는 것이다.

안드레이는 과거에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했으나 지금은 쫓겨나 구급차 운전수로 일하고 있는 사샤에게 자기 계획을 말한다. 사샤는 돈도 없고 조직도 없는 상태에서 15일 안에 8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은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하면서도 이 계획에 동참한다.

단원을 모으기에 앞서 안드레이는 먼저 단장 역할을 맡을 사람을 물색하기로 한다. 그가 마음 속에 두고 있는 대상은 놀랍게도 과거 자기들을 탄압하고 쫓아냈던 KGB의 이반 가브릴로프이다. 사샤는 자기들을 몰아낸 사람에게 단장직을 맡기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펄펄 뛰지만 안드레이는 어떤 확신이 있었는지 그를 찾아가 가짜 볼쇼이 오케스트라의 단장이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의외로 가브릴로프는 쉽게 이 제안을 수락한다.

안드레이는 프랑스 어가 유창한 가브릴로프를 시켜 파리 샤틀레 극장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도록 한다. 그들의 제안을 수락하겠다는 말과 함께 연주곡목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며, 협연자로는 안네 마리 자케를 원한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이런 요구를 받은 샤틀레 극장은 안네 마리 자케 측에 전화를 걸어 볼쇼이 오케스트라의 파리 연주회에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해달라고 요청한다.

한편 안드레이는 흩어졌던 옛 동료들을 찾아 나선다. 오케스트라에서 쫓겨난 후 30년 동안 다른 일을 하며 살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이들의 계획에 동조한다. 그들은 비록 수십 년 동안 악기를 놓았지만, 여전히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14547453501353




주인공은 흩어졌던 옛 동료들을 모아 가짜 볼쇼이 오케스트라행세를 하게 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



하지만 이들의 파리행에는 수많은 난관이 놓여 있다. 먼저 파리까지 가는 여행 경비를 마련하는 문제인데, 이것은 아마추어 첼로 주자인 석유 재벌 트라키아킨의 후원금으로 해결한다. 오케스트라에서 첼로 연주를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후원금을 받은 것이다. 그다음 문제는 여권과 비자인데, 정식으로 여권과 비자를 받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들은 당장 떠나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공항에서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가짜 여권과 비자를 만드는 것으로 해결한다. 그다음 문제는 모자란 단원 수를 채우는 일과 연주복과 악기를 구하는 일인데, 이 문제는 프랑스에 도착해 해결하기로 한다. 그쪽 집시 악단을 데려와 모자란 인원을 채우고, 연주복과 악기도 프랑스에서 구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가짜 볼쇼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볼쇼이 오케스트라가 온다는 말에 연주회 티켓은 완전 매진된다. 샤틀레 극장 관계자들은 흥행에 성공한 것을 기뻐한다. 하지만 리허설 시간에 단원들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고 당황한다. 단원들은 그토록 파리에 오고 싶어 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파리에 도착한 후에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리허설에 참석하지 않고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며 러시아 산 캐비어나 휴대폰을 파는 등 이른바 외화 벌이에 나선 것이다. 리허설 시간에 아무도 오지 않자 지휘자인 안드레이는 물론 독주자인 안네 마리 자케도 당황한다. 안드레이는 이 황당한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까 고심한다. 샤틀레 극장 측에서 왜 리허설을 하지 않냐고 따지자 원래 리허설을 하지 않는 것이 자기 오케스트라의 전통이라고 둘러댄다.

그날 밤 안드레이는 파리 시내로 단원들을 찾아 나선다. 그 시간 단원들은 지하철 안에서 연주를 하거나 센 강의 유람선 위에서 아름다운 파리의 밤을 즐기고 있다. 안드레이가 백방으로 뛰었으나 아무도 찾아내지 못한다.





14547453513782




러시아를 떠나 파리로 가는 것도, 파리에 도착해 연주를 하기까지도 어쩐지 순탄치가 않다. <출처: 네이버 영화>



드디어 연주회 당일, 안드레이가 단원들에게 전화를 걸지만 발신자가 누구인지 알고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 시간에 단원들은 여전히 장례식장 연주자, 음반 가게 점원, 택시 운전기사, 파티 도우미, 짐꾼으로 일하며 연주보다는 외화 벌이에 열중하고 있다. 고심하던 안드레이는 이들에게 결정적인 문자 한 통을 날린다.

“레아를 위해서 와 줘요.”

레아는 과거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던 바이올리니스트의 이름이다. 브레즈네프가 유태인을 축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무렵, 안드레이는 유태인인 레아를 협연자로 선정했다. 위험한 줄 뻔히 알면서도 세상에서 레아보다 이 곡을 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드레이는 예술가로서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에 위험한 일을 감행했다.

1980년 6월 12일, 볼쇼이 극장에서 레아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의 협연자로 출연하는 연주회가 열렸다. 연주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중간에 브레즈네프의 지시로 연주회가 중단되었다. 커튼이 내려지고, 가브릴로프가 “인민의 적”이라고 하며 안드레이의 지휘봉을 꺾었다. 그 일로 지휘자인 안드레이도 쫓겨나고, 유태인 단원들도 모두 쫓겨났다. 독주자인 레아와 그녀의 남편 이츠하크는 소련에서 금지하는 미국 방송사인 자유 유럽 방송에 출연해 브레즈네프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시베리아로 끌려갔다.

안드레이도 그렇지만 다른 단원들도 이런 레아에게 일종의 부채 의식이 있다. 안드레이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단원들에게 레아를 위해서 제발 연주회에 와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한다. 그런데 그것이 그때까지 꿈쩍도 않던 단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메시지를 본 단원들이 하나둘씩 연주회가 열리는 샤틀레 극장으로 모여 들기 시작한 것이다.





14547453523981




우여곡절 끝에 연주가 시작되고,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 울려퍼진다. <출처: 네이버 영화>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연주가 시작되었다. 리허설 한 번 안 해 본 상태에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게 된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과 3악장의 피날레가 꽤 길게 나온다. 그리고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영상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레아의 죽음과 안네 마리 자케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밝혀준다.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레아는 죽을 때까지 상상으로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연주했다. 그러다가 추위와 굶주림에 못 이겨 1981년에 죽었다. 그녀의 남편 이츠하크도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아내가 죽은 지 6개월 후에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 사이에는 생후 6개월 된 딸이 하나 있었는데, 부부는 시베리아로 끌려가기 전 이 딸을 이웃에게 맡기면서 프랑스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프랑스로 보내진 아이는 나중에 커서 레아와 같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다. 그녀가 바로 안네 마리 자케이다. 안드레이가 연주곡목을 차이콥스키 협주곡으로 정하고, 협연자로 안네 마리 자케를 요청한 데에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안드레이가 지휘봉을 잡고 안네 마리 자케와 함께 협주곡을 연주하는 동안 안드레이의 고백이 들려온다.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내가 레아를 파멸로 몰아넣었소. 레아가 당신의 어머니요. 안네 마리. 나를 용서하시오.”





14547453534812




영화는 마지막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 장면으로 보는이의 감동을 끌어낸다. <출처: 네이버 영화>



레아와 유태인 음악가들의 고난을 담은 회상 장면과 안드레이의 마지막 고백이 들어간 영화의 피날레는 그런대로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 감동이 정말 영화에 대한 감동인지 아니면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한 감동인지가 불분명하다. 연주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관객들은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연습 한 번 안 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외화 벌이에 열중하던 사람들이 허겁지겁 들어와서는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수준 높은 파리 관객들을 감동시킬 정도로 완벽하게 연주했다? 그것도 30년 만에 처음 만나서.

아무리 영화가 픽션이라지만 이 정도면 거의 만화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적이라는 것이 있다. 영화에는 기적이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적어도 기적이 일어나도록 하려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런 기적이 가능하다고 믿게 만드는 정서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레아는 눈 오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죽어가면서도 예술혼을 불태웠는데, 정작 그녀와 함께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설정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것은 현실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의 문제이다. 마지막 연주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려면 단원들이 레아와 같은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진지함을 보여주었어야 한다. 30년 동안 악기를 연주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다시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된 상황에 알맞은 감동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기적도 정서적으로 용납되는 것이다. 실컷 딴짓하다 들어와서 감동의 연주를 들려준다는 것은 영화적으로도 진실이 아니다.

이런 기본 줄거리의 황당함에 비하면 웃음의 요소로 집어넣은 곁가지는 오히려 현실성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싸구려 자본주의 국가로 전락해 버린 현재의 러시아를 보여준다. 벼락부자가 돈을 주고 결혼식 하객을 구하고, 공산당이 주최하는 거리 집회에서 돈 받고 동원된 사람들이 ‘공산주의 만세’를 외친다. 벼락부자가 된 석유 재벌이 첼로를 연주하며 고상한 예술가 행세를 하고, 돈을 주고 방송 독점권을 따낸 후 자기가 연주하는 모습만 화면에 잡으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열렬한 공산주의자인 가브릴로프는 프랑스 공산당 집회에 참석해 구시대의 유물이 된 공산주의가 영원하다고 외친다. 물론 이것이 현재 러시아의 모습과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중 설사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 있다 하더라도 풍자하고자 하는 대상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음악영화의 라스트 신은 대개 감동적인 음악으로 끝난다. 이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나왔다. 황당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어느 정도 감동이라는 것을 받았다면 그것은 순전히 마지막에 들어간 차이콥스키의 음악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정서적으로 촉촉하게 적셔주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이 영화는 그런 음악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통합검색

통합검색 결과 더 보기






관련링크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





영화정보








14547453555947

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저자의 책 보러가기
|
인물정보 더보기


음원 제공

소니 뮤직

http://www.sonymusic.co.kr/
14547453556895.jpg

소니뮤직 트위터 (http://www.twitter.com/SonyClassicalKr)


발행2012.09.1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