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쇼생크 탈출 - 음악으로 자유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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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2회 작성일 16-02-0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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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쇼생크 탈출]을 봤는데, 중간에 정말 아름다운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너무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그거 누구 음악이에요?

몇 년 전에 아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사실 이런 질문을 받은 것이 그때가 처음은 아니다. 그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쇼생크 탈출]을 본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인터넷 인기 검색어에 ‘쇼생크 탈출 오페라’가 있는 것을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음악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중 ‘저녁 바람은 부드럽게 불고’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음원제공 :
소니뮤직



그것은 모차르트의 음악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백작 부인과 수잔나의 2중창 [저녁 바람은 부드럽게 불고]이다. 소위 [편지의 2중창]이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이 노래는 영화 [쇼생크 탈출] 덕분에 더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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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 대한 갈망을 그린 영화 [쇼생크 탈출] <제공: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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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영화에서 감옥은 ‘반드시 벗어나야 할 곳’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갖는다. 인간은 본래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세상 모든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도 그랬다. 촉망받는 은행 간부였던 그는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인간 말종들만 모아놓은 교도소 쇼생크에 수감된다. 감옥이란 온갖 폭력과 부패와 억압이 난무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앤디는 동료 죄수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간수들로부터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간수 한 사람이 세금을 덜 내도록 도와준 것이 계기가 되어 교도소 내에서 그의 위상이 바뀌게 된다. 그 후 그는 사회에서 은행 간부로 일한 경험을 살려 교도소장과 간수들이 세금을 면제받도록 도와주고, 교도소장이 죄수들을 불법적으로 부려 먹으며 모은 검은 돈을 세탁해 교도소장의 주머니를 불려준다.

앤디는 죄수들의 복지에도 힘을 쏟는다. 주정부에 교도소 도서관에 필요한 도서 구입 자금을 후원해 달라는 편지를 한 주도 빠짐없어 보내 주정부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받아 최신식 도서관을 꾸민다. 그리고 검정고시에 합격해 새사람이 되겠다는 토미라는 신참내기의 공부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토미는 앤디와 친한 동료 죄수 레드로부터 앤디가 아내와 정부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놀란다. 다른 감옥에 있을 때, 절도죄로 들어온 한 죄수가 자기가 앤디의 아내와 정부를 죽였다고 떠벌이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토미로부터 진범을 만났다는 얘기를 들은 앤디는 교도소장에게 가서 재심을 청구하기 위해 도와달라고 한다. 하지만 교도소장은 그동안 앤디 덕분에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한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토미를 죽여 버린다.

토미의 죽음을 전해들은 앤디는 치밀하게 탈출 계획을 세운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치밀하게 탈옥을 준비하다가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날, 드디어 탈옥을 감행한다. 탈출하기 전부터 그는 탈옥 후의 일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그의 계좌에 교도소장이 부정 축재한 돈을 모두 넣어놓은 것이다. 탈출에 성공한 앤디는 은행에 가서 이 돈을 모두 찾은 후, 언론사에 교도소장과 간수들의 비리 행위를 낱낱이 폭로한 서류를 보낸다. 이로 인해 죄수를 죽인 간수는 구속되고, 교도소장은 자기에 대한 포위망이 좁혀 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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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를 탈출한 앤디는 언론에 교도소장과 간수들의 비리를 낱낱이 폭로하고, 교도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제공: 네이버 영화>



그 후 앤디의 동료 레드는 40년 간의 복역을 마치고 가석방된다. 그리고 앤디가 전에 얘기한 약속 장소로 찾아가 앤디가 미리 갖다놓은 돈과 메모를 발견한다. 앤디의 권유에 따라 멕시코로 간 레드는 바닷가에서 요트를 손질하고 있는 앤디를 만난다. 두 사람이 환하게 웃으며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쇼생크 탈출]은 음악영화가 아니다.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편지의 2중창]이 나오는 장면도 3분 남짓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장면은 보는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쇼생크 탈출]을 본 사람치고 이 장면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유가 무엇일까. 모차르트 음악이 지니고 있는 힘, 그것이 탈출 영화의 영원한 주제인 ‘자유’의 메시지와 결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느 날 우연히 간수의 방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실린 음반을 발견한 앤디는 문을 걸어 잠그고 음반을 틀어 교도소 전역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한다. 이때 흘러나오는 곡이 바로 [편지의 이중창]이다. 갑자기 스피커에서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자 죄수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노래를 듣는다.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음악에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서 버린 죄수들.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노래 소리와 함께 레드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나는 지금도 그때 두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노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비천한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고 먼 곳으로부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가 갇혀 있는 삭막한 새장의 담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순간, 쇼생크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쇼생크에 갇혀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짧은 순간이나마 자유를 느끼게 해 준 [편지의 2중창]. 하지만 사실 이 노래의 내용은 ‘자유’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 노래가 나오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바람둥이인 알마비바 백작이 피가로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수잔나를 유혹하려 하지만, 백작부인과 수잔나, 피가로가 합동작전을 펴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망신만 당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작곡 시기는 이보다 늦지만 내용적으로 이 오페라는 로시니의 대표작인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후편에 해당된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알마비바 백작은 이발사 피가로의 도움을 받아 후견인에게 갇혀 있는 로지나와 결혼하는데 성공한다. 그 후 백작은 피가로를 자기 하인으로 불러들이는데, [피가로의 결혼]은 이 피가로의 결혼식을 전후해서 벌어진 소동을 그린 것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그토록 로지나를 차지하려고 안달하던 알마비바 백작은 막상 로지나를 부인으로 맞이하고 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다. 그 상대는 피가로의 약혼녀 수잔나이다. 자기가 로지나와 맺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사람이 피가로인데, 이제는 배은망덕하게 그 연인인 수잔나에 대한 초야권(初夜權)을 행사하겠다고 벼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백작의 흑심을 알고 있는 수잔나와 백작부인이 계략을 세운다. 로지나는 수잔나에게 백작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도록 한다. 오늘 밤에 정원에서 만나자는 내용이다. 백작이 그 편지를 받고 정원으로 오면, 그때 백작부인이 로지나로 변장하고 나갔다가 작당한 순간에 자기 정체를 밝혀 백작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편지의 2중창]은 바로 이 때 부르는 노래이다. 노래는 백작 부인이 내용을 한 구절 씩 불러주면 수잔나가 이를 받아 적는 식으로 진행된다. 한 문장씩 받아 적는 것이기 때문에 가사는 두 번 반복된다.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오늘 저녁 불어옵니다.”
“오늘 저녁 불어옵니다.”
“소나무 둥치 아래로”
“소나무 둥치 아래요?”
“나머지는 그가 다 알아차릴거야.”
“물론 나리께서 알아차리시겠지요.”


이렇게 노래 자체는 별다른 내용이 없다. 그냥 백작을 유인하는 짧은 편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음악은 어떤가. 평범한 내용이 무색할 정도로 아름답다. 레드의 말마따나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 음악이 아름다운데 내용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레드도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노래가 어디에 나오는 어떤 노래인지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굳이 알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음악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또 그것을 통해 자유를 느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피가로의 결혼]의 줄거리나 가사의 내용은 이 음악의 본질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외피일 뿐, 이 노래의 본질은 모든 구체적인 것, 모든 세속적인 차별을 초극하는 음악의 추상적이고 절대적인 아름다움이다. 그 절대적 아름다움은 세상의 모든 차이를 극복한다. 그리하여 앤디같이 많은 배운 사람이나 레드같이 평생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이나 모두 같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모차르트 음악의 힘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절대적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이것이 바로 고전주의적인 이상이다. 낭만주의 음악이 구체적이고 주관적이라면, 고전주의 음악은 추상적이고 객관적이다. 낭만주의 음악은 비본질적인 것을 과도하게 짊어진 과체중으로 듣는 사람을 짓누르지만 모차르트 음악은 그렇지 않다. 이 시대에 음악은 작곡가 개인의 감정이나 어떤 구체적인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시대의 음악적 이상은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모차르트 음악에 숨은 의도 따위는 없다. 작곡가의 의도나 작곡에 얽힌 비하인드스토리, 그럴듯하게 포장된 심오한 철학이나 사상 이런 것도 없다. 그는 그냥 음악으로 말한다. 치장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자기 고통을 얘기하지도 않는다. 비록 고통 중에 있을지라도 음악만큼은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지녀야 한다는 고전주의 이상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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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안에 울려 퍼지는 모차르트 음악에 숨은 의도 따위는 없다. 그저 모두가 갈망하는 인간다움, 자유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제공: 네이버 영화>



앤디가 죄수들에게 음악을 틀어주자 교도소장이 당황한다. 그는 잠겨 있는 문을 두드리면서 당장 음악을 끄라고 한다. 하지만 앤디는 그 얘기를 듣고 오히려 스피커의 볼륨을 높인다. 교도소장은 왜 그렇게 음악에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레드의 말마따나 뜨끔했는지도 모른다. 죄수들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안다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그것을 통해 자유를 느낀다는 것은 곧 인간 본연의 존엄성을 회복한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그동안 온갖 불법적인 방법으로 죄수들을 부려먹고 학대하던 그로서는 그들이 음악을 통해 ‘인간다워지는 것’이 영 못마땅했을 것이다.

간수의 허락 없이 음악을 틀었다는 이유로 앤디는 2주 동안 독방 신세를 진다. 독방에서 나온 앤디에게 동료들이 그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냐고 하자 앤디는 모차르트 음악을 들었다고 대답한다.



“녹음기를 가지고 들어갔어?”
“아니. 음악은 (머리와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에 있어. 그것이 음악의 아름다움이야.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지.”


여기서 모차르트 음악은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람들은 앤디의 육체는 가둘 수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에 있는 모차르트 음악까지 가둘 수는 없었다. 감옥에서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머릿속으로 되뇌이며 앤디는 탈출을 꿈꾸었다. 모차르트 음악이 있었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음악과 함께 앤디의 자유로운 영혼은 교도소 담장을 넘어, 저 먼 하늘까지 날아올랐다.

결국 앤디는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멕시코의 푸른 바닷가에서 레드가 오기를 기다린다. 40년 만에 가석방된 레드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아마 앤디와의 약속이 없었다면 그 역시 50년 만에 석방되었다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브룩스와 같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유에 대한 앤디의 강렬한 집념이 레드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그는 멕시코로 가서 앤디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과거를 회상한다. 쇼생크에서 모차르트의 [편지의 2중창]을 들으며 무한한 자유를 느꼈던 바로 그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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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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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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