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창의성이란? - 편향에서의 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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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2회 작성일 16-02-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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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고(思考)를 연구하는 인지(認知)심리학자로서 다양한 계층의 분들로부터 거의 매주에 한 번 이상씩 받는 질문이 있다. 바로 창의성에 관한 것들이다. “우리 회사가 창의적인 사람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뽑을 수 있을까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싶어요.” “우리 (혹은 내가 지도하고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등 창의성에 관한 질문들은 경영, 직장생활, 교육 등 그 분야도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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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창의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일까? <출처: gettyimages>


하지만 대부분의 인지 심리학 연구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상당히 어려워해왔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꺼려했고 심지어는 회피하기까지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는 심리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전통적으로 대상 개념을 구성 요소, 그리고 그와 관련된 마음의 과정들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이에 기초하여 정의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서 정서(情緖)의 의미를 찾아보면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 또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분이나 분위기” 정도로 설명이 되어 있다. 하지만 심리학자에게 있어서 정서란 이보다도 훨씬 더 구체적인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생리적 각성, 표현 행동, 의식적 경험을 수반하는 유기체의 반응으로 경험(기분, 느낌), 표현행동(얼굴표정, 신체표현), 생리적 각성, 대상에 대한 행동 경향성을 포함하는 일련의 과정과 결과” 정도는 되어야 “아, 정서에 대한 개념을 잘 설명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심리학이 가진 엄청난 강점이면서도 동시에 심리학의 연구에 포함되어야 대상들을 축소시키는 단점을 야기했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정의가 가능한 대상과 개념들이 주로 연구되는 경향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바로 창의성일 것이다. 왜냐하면 창의성이라는 개념의 심리학적 정의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창의성의 일반적 정의



가장 일반적인 정의를 살펴보자. 창의성은 “한 개인으로 하여금 특정 맥락 하에서 새롭고 동시에 적절한 사고 혹은 행동을 하게끔 해주는 기본적 인지 처리, 핵심적 분야 지식, 그리고 환경적 개인적, 동기적 요소들의 결집 결과”로 정의된다.
이는 그 자체로도 매우 어려운 정의이다. 어려운 정의는 복잡할 뿐만 아니라 사람마다 각기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상당한 혼란을 불러온다. 창의성과 관련된 일을 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 기초한다. 한 마디로 창의성이란 무형의 개념에 그에 따른 다양한 해석과 방법이 혼재되어 있는 막막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창의성을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어떤 경우에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하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창의적이다’라는 말의 반대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식상함’, ‘천편일률’, ‘고정관념’, ‘틀에 박힌’, ‘일상적인’, ‘안주하는’ 등 매우 여러 가지 말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말들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첫 째는 ‘무언가 색다르고 비상식적인 것을 생각해 내지 못함’이고 둘째는 그 첫째로 인해 필연적으로 ‘기존의 상식적이거나 평범한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함’이다.그리고 인지 심리학자들은 이 두 측면에 대해 인간이 어떠한 심리적 처리과정을 보이는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과연 사람들은 왜 이 두 측면을 계속해서 보이고 어떻게 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가. 지금부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간략히 정리해보자.


어린 시절의 은유 연습, 성인기에 발휘하는 힘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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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자 케쿨레와 그가 발견한 벤젠의 분자모형을 담은 기념우표 <출처: Wikipedia>


먼저, ‘무언가 색다르고 비상식적인 것’이란 무엇일까? 화학자인 케쿨레(August Kekule)가 벤젠의 분자모형이 고리 모양임을 자신이 꾼 꿈을 통해 착안했다는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는 오랜 동안 벤젠이라는 물질의 본질을 밝혀내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던 중 뱀이 자기 꼬리를 무는 꿈을 꾸었고 이에 기존의 직선 형태의 모형에서 탈피해 고리 모양의 모형을 생각해 내었으며 이는 화학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발견 중 하나로 지금까지도 평가되고 있다. 한 번 생각해보자. 아마도 그 당시의 같은 고민을 하던 화학자들이 설령 케쿨레와 같은 꿈을 꾸었다고 해도 문제의 해결로 연결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오로지 케쿨레만이 이를 벤젠의 모형에 적용시킬 수 있었던 것인가? 우리는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의 위대하고 따라서 창의적인 업적에 열광하고 그 결과의 우수성만을 이야기하기 쉬운데 이는 어떻게 하면 그러한 창의적인 무언가를 생각해 내는가를 이해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이러한 창의적 발견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에게 그 창의적인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보다 자세하고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케쿨레의 일화에서 볼 수 있었듯이 대부분의 위대하고 창의적 발견들은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둘 혹은 그 이상의 것들을 관련 짓는 심적 과정을 포함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유추(analogy)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 언어나 생활에서는 은유(metaphor)라 부른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지금 현재 창의적인 인재로 불리는 많은 사람들은 성장 과정에 다양한 은유를 경험했다는 것이 많은 연구들을 통해 이제는 잘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수많은 시를 읽었으며, 추상적이고 어려운 관념들을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등 다양한 은유의 연습을 부모와 교사의 배려 하에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은 성인기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실제로 창의적 발명이나 아이디어로 인류 역사에 기록되는 인물들은 어김없이 그들의 어린 시절에 이러한 은유에 대한 배려와 경험이 풍부하다. 우리는 어떤가. 많은 경우 이러한 아동들의 시도를 ‘바보 같은 짓’,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치부하지 않는가. 관련 없는 둘 이상의 것들을 잇는 모든 사고와 행동들 이것이 바로 은유다. 은유의 연습을 할 수 있는 최적이자 유일한 시기가 바로 아동기이다.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즉시적 요구가 성인에게는 이런 장난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래 창의적이지 않을 준비 상태와 동기가 충분한 존재



다음으로 ‘기존의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함’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알아보자. 여기에는 최소한 두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인간이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이기 때문이다. 인지 심리학자들이 자주 쓰는 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는 인간이 인지적으로 많은 자원을 소비하면서 어떤 생각을 깊게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음을 뜻한다. 둘째는 인간의 또 다른 본성 중 하나인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 때문이다. 이는 무언가 변화를 주어서 초래되는 불이익은 변화 없이 초래되는 불이익보다 더 심리적 타격이 크다는 암묵적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향성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바로, 인간은 본래 창의적이지 않을 준비 상태와 동기가 충분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 고착과 편향이라고 부르며 이로부터 탈피하는 것은 창의적인 사고의 선결 요건이다. 그렇다면 고착과 편향으로부터의 탈피는 어떻게 이루어 지는가.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재미있게도 실제 물리적인 탈피 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문제로부터 공간적이고 시간적으로 떠나 다른 일과 상황을 경험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떠남을 잠복기 혹은 배양기(incubation)라고 한다. 이는 우리 인생에서 종종 경험되곤 하는 현상이다. 통찰(insight)이 필요한 많은 실생활의 어려운 문제들이 일정한 잠복기 이후에 저절로 해결되어 우리로 하여금 ‘아하!’라는 느낌과 함께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경험을 살아오면서 누구나 몇 번씩은 해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잠복기는 왜 필요한가? 이는 물리적이고 시간적으로 문제로부터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우리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난 다양한 생각들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고 따라서 보다 다양한 유추나 은유의 재료들을 의식상에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집안에서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나오지 않는 여권, 수첩, 열쇠 같은 물건들이 찾는 것을 포기하고 밖에 나와 산책을 할 때 “아! 거기를 봐야겠다!”라는 느낌을 통해 발견되는 일상적인 경험도 여기에 정확히 포함되는 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우리 자신과 타인들에게 잠복기를 허용하는 것에 인색하다.우리 문화 자체가 잠복기를 가지는 것에 관대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정신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마찬가지의 스피드를 내 사고에 유지하려는 우리 자신의 강박관념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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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던 문제로부터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우리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난 다양한 생각들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출처: gettyimages>



무엇이 우리를 창의적으로 만드는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 무엇이 우리를 “더” 창의적으로 만드는가는 매우 어려운 질문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무엇이 우리를 “덜” 창의적으로 만드는가를 생각해 보면 전자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매우 가까운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우리는 빠른 판단, 그리고 쉬운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에 대해 사회적으로, 그리고 교육적으로 보상을 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게다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적은 수의 대안만을 고려해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본성을 지닌 인지적 구두쇠이다.

이러한 구두쇠 기질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지식만을 사용하려는 경향을 만들어내며 이를 우리는 고정관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로부터 탈피를 하려면 시간적, 물리적으로는 잠복기가 필요하며 심성 처리로서는 은유의 경험이 축적되고 이에 기초한 유추의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들은 느리고 어려우며 많은 경우 실수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며 실제 세상에서 창의적인 사람들이 답답하게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그렇다면 ‘효율성’은 바로 창의성의 가장 큰 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왜냐하면 효율성은 빠름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결과가 효율적이어야 하지 그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내 사고가 효율적이어서는 창의적인 무언가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익숙함’이라는 느낌은 내 안의 창의성이 이미 상당 부분 망가졌다는 증거이다. 불행히도 물리적이고 시간적으로는 비효율적이며 가시적인 성과나 향상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은유가 개입된 사고와 의사소통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오늘의 심리학 캐스트를 통해 잠복기와 유추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들과 과정들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왜냐하면 성격, 동기, 사고방법 등 너무나도 다양한 요인들이 여기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사람을 본받자 라는 수동적인 생각보다는 내 인생에서 창의적이었던 순간들이 언제 그리고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내가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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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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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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