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창의적 아이디어 - 생성과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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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63회 작성일 16-02-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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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창의성과 관련된 많은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사람들의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 민감성 등이 주요 요인이라고 주장되기도 하며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와 같은 능력이 핵심 요소라고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은 대부분 ‘결과’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창의적인 사람이 그 결과로써 지니는 능력이지, 이 능력을 직접적으로 교육이나 자기훈련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 효과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어렵기만 한 경우가 다반사이다. 또한 수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독창적인 것을 생각해 내기 위해서는 풍부하게 생각하고, 새로운 조합을 만들고, 상황의 이면을 보라고 말이다. 좋은 말들이다. 하지만 누가 몰라서 이를 실천하지 않는가? 그렇게 하고 싶어도 평소에 잘 되지 않으니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계발서들을 아무리 읽어도 읽으면서 혹은 읽고 난 직후에는 변화의 자신감이 생기는 듯하다가도 결국 자신의 인생에 큰 변화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왜일까? 이 역시 결과들을 이야기할 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결과를 만들에 내는 원인을 우리 실생활에서 직시 해야만 한다.


은유 연습을 위한 독서



그렇다면 이른바 ‘원인’ 변인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는 이전 내용(창의성이란 무엇인가)에서 자세히 살펴본 바와 같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유추(analogy)에 대한 훈련이며 이는 다양한 은유를 경험하는 것으로 그 기초체력이 길러진다. 둘째, ‘기존의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마음가짐과 이를 위한 환경’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빠른 해답 찾기, 즉, 속도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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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축적이라는 상식적인 목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고능력을 위한 기초는 독서 과정을 통해 길러진다. <출처: gettyimages>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첫 번째는 지극히 간단하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대답이다. 바로 독서다. 다양한 문학 장르에 걸쳐 책에는 수많은 은유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식의 축적이라는 상식적인 목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고능력을 위한 기초가 바로 독서라는 과정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다.
대학에서 이른바 ‘고전읽기’와 같은 커리큘럼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은유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 문장들을 읽을수록 뇌에서 더 활발한 활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난다는 것은 이제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상식이 되었다. 활발한 그리고 다양한 뇌 영역들의 활동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사고의 질이 깊고 좋아짐을 의미한다.
또한 다른 분야에 속한 지식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인지 심리학자들이 본 독서의 목적은 지식의 축적이 아닌 지식의 연결을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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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의 또 다른 적은 바로 ‘점잖음’이다.
<출처: gettyimages>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바로 정서 혹은 감정이다. 우리는 논리와 감정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물음을 받으면 별 고민 없이 논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도 논리적인 사람과 정서적인 사람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냐고 하면 대부분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한 마디로 현대 사회와 문화 자체가 정서보다는 논리를 더 중요시하는 풍토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논리가 정서보다 우수할까?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논리가 정서보다 우리 사고에 더 큰 힘을 발휘할까? 최근 심리학자들의 대답은 “결코 아니다”라는 것이 대세이다. 매우 복잡한 이야기이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생각의 과정에는 논리로 풀어나갈 수 있겠지만 결국 최종 결정단계에서 우리는 정서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전반적인 중론이다.1) 창의적 아이디어의 생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마지막에 “그래 이걸로 하자!”라는 결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결정을 내릴 때 정서가 확인 도장을 찍어주지 못하면 우리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때를 놓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의 CEO들이 이른 아침에 인문학 특강을 듣는다는 기사를 우리는 자주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된다. 왜 그들은 신기술 혹은 혁신적 경영전략을 위한 회의와 세미나를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 인문학을 접하고 있는가? 바로 결정을 돕는 감수성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과학자일수록 경영자일수록 그리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어떠한 종류의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느끼는 정서와 감정을 다양하고 깊은 수준으로 지닐 필요가 있다. 결정을 못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취미활동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서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슬프며, 또 때로는 막막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창의성의 또 다른 적은 바로 ‘점잖음’이다. 정서적인 메마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데 꺼내지 못하는 것



마지막으로는 다양한 환경을 접하는 것이다. 우리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이유는 그 아이디어가 우리 두뇌에 없기 때문이 아니다. 있는데 꺼내지를 못하는 것이다. 아래의 문제를 보자. 해답을 찾을 수 있겠는가?

“당신은 의사입니다. 당신 앞에는 위에 악성 종양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있습니다. 이 환자에게 수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종양이 제거되지 않으면 이 환자는 사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종양을 파괴하는데 사용 가능한 레이저가 하나 있습니다. 만일 그 레이저가 충분히 강한 강도로 한 번에 그 종양에 도달하게 되면 그 종양은 제거됩니다. 하지만 이 강도로 레이저가 종양에 도달하게 되면 거기에 도달하기 전까지 통과하는 다른 신체 부위도 마찬가지로 파괴됩니다. 반면 낮은 강도로 종양에 도달하면 다른 신체 조직은 피해를 보지 않지만 종양도 제거되지 않습니다. 건강한 다른 신체 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동시에 종양을 제거하는 방법/절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 속상해 할 필요는 없다. 명문 대학의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문제를 주어도 대략 10% 내외의 학생들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생각해 낸다. 그렇다면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아래의 에피소드를 보자.

“옛날 어느 나라에 독재자가 있었는데 그는 나라 가운데 튼튼한 요새를 짓고 살고 있었다. 이 요새 주변에는 농장이나 계곡 등이 있었으며 이 요새로 가는 여러 갈래 길이 있었다. 한 장군이 이 독재자를 제거하려 마음을 먹고, 자신의 모든 병력을 투여하면 이 요새를 함락시킬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독재자가 여러 갈래 길에 지뢰를 설치해 놓았다. 특히 이 지뢰는 적은 수의 사람들은 안전하게 피해갈 수 있지만 많은 병력이 지나가게 되면 폭발하여 길뿐만 아니라 주변 마을까지도 파괴할 정도로 강한 것이었다. 적은 병력으로는 지뢰는 피할 수 있으나 요새를 함락시킬 수 없고, 많은 병력이 투여되면 발각되어 손실이 클 것이다. 그래서 이 장군은 단순한 작전을 만들었다. 우선 자신의 모든 병력을 적은 수의 분대로 나눈 후 각 분대를 여러 갈래 길에 각각 배치하였다. 그리고 각 분대가 출발하여 길을 따라가도록 하고, 정해진 시간에 모든 병력이 요새에 집합하도록 하였다. 결국 강한 병력으로 요새를 함락하고 독재자를 처단하였다.”

자, 이제 다시 아까 그 종양 문제로 돌아가보자. 해결책이 좀 생각나는가?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어떤 분들은 이제 해결방안이 좀 생각나실 수도 있고 더 많은 수의 독자들께서는 여전히 뾰족한 해결책이 생각나시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다면 정답은 무얼까? 그 비밀은 바로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읽었던 요새 함락 이야기에 있다. 즉, 요새 함락 이야기를 힌트로 사용하면 종양 제거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상당히 많은 독자들께서 이 문제의 해결책을 생각해 내실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레이저의 강도를 분산시켜 여러 방향에서 종양을 향해 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방법을 통해 중간에 있는 신체 장기는 손상시키지 않고 최종적으로 종양에 도달하는 레이저들은 합쳐져 원래의 강도를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의 과정은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종양 문제만 주어지면 대략 10%의 사람들이 이 문제의 해결책을 생각해 낸다. 그런데 요새를 공격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종양 문제를 들려주면 약 30%의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한다. 3배나 증가했지만 더 중요한 점은 여전히 70%의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그 70%의 사람들에게 “먼저 들은 요새 공격 이야기가 아마 종양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걸?”이라고 한 문장만 더 말해주면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한다.2) 이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몰라서, 즉 내 기존 지식에 존재하지 않아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꺼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잘 꺼낼 수 있느냐로 귀결된다. 이에 대한 답은 지난 편에 이미 언급되었다.

바로 잠복기 혹은 배양기(incubation)를 통해 가능하다. 이는 문제로부터 떨어져 보는 것이다. 떨어져 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문제를 다른 각도로 즉, 다른 영역의 지식을 사용해 볼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즉 다양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은 종양제거(의학)라는 이라는 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요새 공격 이야기(군사)라는 다른 영역에 해당하는 기존 지식을 사용할 가능성을 더 높게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인생에 있어서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야 하지만 막막할 때마다 산책을 하고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시간을 아까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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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함락이야기(좌)와 종양문제 해결(우)의 은유관계.


물론 지금까지 논의된 요인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성하기 위한 습성과 환경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외에도 동기, 성격, 그리고 사고의 습관 등 수많은 요인들에 대해 심리학자들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성향과 동기”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겠다.

1) Loewenstein, G. F., Weber, E. U., Hsee, C. K., & Welch, N. (2001). Risk as feelings. Psychological Bulletin, 127(2), 267-286.

2) Gick, M. [L.], & Holyoak, K. J. (1980). Analogical problem solving. Cognitive Psychology, 12, 306-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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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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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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