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창의적 아이디어 - 어떻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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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37회 작성일 16-02-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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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에 관한 한 가지 중요한 오해가 있다. 바로 창의력이라는 또 다른 표현 때문이다. 창의성은 창의적 성격을, 창의력은 창의적 (인지)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나 조직에서 “창의력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며 필자에게 조언을 구할 때 그 뜻은 대부분 어떤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을 강하게 느낀다. 기억력, 추리 능력, 연산 능력과 같은 전통적 개념의 사고 능력 같이 말이다. 마치 IQ로 대변되는 지능지수의 한 측면을 요구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창의성이라는 말을 다소 고집스럽게 사용한다. 그런데 창의성이라는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말은 여전히 결과다. 아니, 최소한 창의성을 구성하고 있다는 개방성, 융통성, 자율성, 상상력과 같은 다양한 성격 측면들은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우리 자신에게 “좀 더 개방적으로 되자” 아니면 “더 융통성 있게 생각해야지”라는 것은 도무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우리 자신이 더 잘 안다. 결과 변인에는 손을 대 봐야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창의적인 최종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구분해야 하며 그 각 단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 무엇인가를 가능하게 하는 생각의 종류를 알아야 한다. 그 생각의 종류들이 필요한 순간들에 잘 이루어진 최종 합을 우리가 창의적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결과에 열광하지 말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격이라는 우리 인생에서 우리 자신에게 이미 결론에 해당하는 말보다는 습관과 동기라고 하는 우리 내면을 보다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개념을 통해 창의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본 편에서는 우선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측면부터 알아보자.


추상적인 말과 생각을 기꺼이 하는 습관과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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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디지털 카메라: 필름에 대한 추상적 정의를 통해 다양한 타분야의 기존 지식의 접목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결과적으로 세상에 엄청난 변화나 발전을 안겨준 혁신적 제품이 그 개발과정에서는 매우 간단하고 심지어는 사소해 보이기까지 하는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부터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들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그 좋은 예가 디지털 카메라일 것이다. 필름 회사로 잘 알려진 코닥(Kodak)에서 1970년대 있었던 일이다. 당시 이 회사의 연구진들은 보다 저렴한 필름을 만들고자 하였다. 결코 새로운, 따라서 혁신적인 카메라를 개발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필름이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결국 “빛에 노출되면 표면에 변화가 일어나 영상이 포착되는 화학물질”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의에 의하면 고민의 초점은 화학물질이라는 분야 내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이란 말은 필연적으로 생각의 범위에 대한 분명한 한정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연구원 한 명이 조금 엉뚱하지만 추상적인 생각을 해보았다. 필름을 더 추상적인 수준에서 정의해 본 것이다. “결국 필름이라는 것도 무언가를 담는 것 아닐까?”라고 말이다.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때로는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말장난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문제와 대상을 보는 관점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정의에 포함된 ‘담는 것’에 포함될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편편한 롤 모양의 화학물질인 기존의 필름 말고도 훨씬 더 다양한 분야에 존재하는 다른 ‘담는 것’들을 얼마든지 떠 올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위에 보이는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이다. 그 담는 무언가를 카세트 테이프로 설정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나 현상에 대한 묘사들이 구체적일 때 더 매료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묘사와 생각은 이전의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편에서 다루었던 유추의 활동 영역을 좁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추상적이란 무엇인가?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해당 분야에 필요한 구체적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말이다. 따라서 묘사와 설명에 추상적이고 일반적 용어를 사용하면 전문성이 있어 보이지도 않으며, 결정적으로 모호하게 들린다. 실제로 우리가 어떤 분야에 대해 잘 모를 때 이런 양상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추상적이라는 것은 잘 모르고 전문적이지 못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사고의 질적 향상을 위한 결정적인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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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그림1을 보면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더 구체적인 개념들이다. 따라서 가장 구체적인 수준(진도개와 샴)에 머무르면 이 둘은 다른 범주에 속한 것들이며 따라서 다르고 상관없어 보이는 개념들이다. 서로에게 말이다. 그런데 더 추상적인 포유류라는 곳으로 생각을 이동시키면 이제 진돗개와 샴은 같은 종류의 하위 개념으로 묶이게 되며 따라서 더 유사하게 느낄 수 있을 여지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추상적 사고의 핵심 기능은 무엇일까? 바로 인출을 위해서이다. 기존 지식의 인출. 상관없어 보이는 타분야의 기존 지식도 인출. 이것이 창의적 아이디어의 생성이다. 그리고 추상적인 용어는 관점을 넓게 만들기 때문에 기존 지식의 인출을 돕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본 캐스트에서 어떤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적절하게 관련된 지식이 자신의 기억 내에 없어서 못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기억으로부터 꺼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따라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성격이라는 거창한 말보다는 추상적 사고를 두려워하거나 꺼려하지 않는 습성과 이를 비웃거나 답답해하지 않는 환경이라는 보다 우리 생활에서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말들로 바꾸어 생각해 주어야 ‘창의적인 무언가’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원인에 보다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건 우리 생활에서 그런 상황과 요소들을 우리 자신이 직접 찾아야만 한다. OO출판사에서 나온 OO책을 읽으면, OO학원을 다니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글을 쓰고,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며, 혹은 여행을 다니면서 추상적 사고의 결과인 모호한 말들과 생각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잠복기라는 것과 맞물려 가지는 성장과정을 거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이는 여전히 필요한 우리 인생의 일부분임이 틀림없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창의성에 관하여 자주 등장하는 유창성, 개방성, 독립성, 상상력 등 많은 좋은 말들은 결과이지 결코 원인이나 과정이 아니다.


아이디어 생성의 에너지로서의 접근동기가 지니는 역할



그런데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습관과 환경에 더하여 무언가 하나 더 들어가야 한다. 바로 동기적 요소이다. 왜냐하면 동기는 무언가를 하게 만들어주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며, 따라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기는 창의적 성격을 이루어내는 습관들과 잘 맞아떨어져야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이미 본 심리학 캐스트에서 [접근과 회피 - 동기의 두 얼굴] 두 개의 중요한 차원인 접근과 회피 동기를 살펴 보았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간단히 요약하자면 접근동기는 무언가 좋은 것에 가까워지려고 하는 동기를 의미하며, 회피동기는 반대로 무언가 싫은 것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동기이다. 두 동기 모두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이 동기의 형태가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상황과 해야 할 일들의 성격과 맞아떨어져야만 한다. 접근동기로 해야 할 일들은 접근동기로, 회피동기로 해야 할 일들은 회피동기로 해야 그 결과가 좋고 하는 과정에서도 힘들지가 않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것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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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무언가 재미있는 장난을 계획하려고 할 때는 머릿속에서 오만 가지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예를 한 번 찾아보자. 가장 흔한 경우가 장난을 치고 싶을 때일 것이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무언가 재미있는 장난을 계획하려고 할 때는 머릿속에서 오만 가지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별의 별 기발한 아이디어가 다 생각이 나는 것이다. 다만 실행 가능성이 문제가 될 뿐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여기서는 장난을 위한 상상에만 초점을 맞춰보자. 장난이란 무엇인가? 즐거움을 지향한다. 그리고 이는 전형적인 접근동기가 지향하는 긍정적 정서이다. 즉 재미, 즐거움, 기쁨과 같은 접근동기의 긍정적 정서를 목표로 하는 상황에선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도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지닐 수 있게 해 준다. 실제로 인간을 무언가 좋은 것을 기대하거나 가지기 위해 상상을 할 때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어 낼 수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무언가를 예방하거나 피하기 위해 생각을 짜내려고 하면 할수록 기존의 구체적인 샘플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지고 주어진 재료나 상황을 어찌어찌 변형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집착적인 모습을 취하기 쉽게 된다는 것이다. 최소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갈 때는 접근동기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요약하자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추상적인 사고와 접근 동기의 결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 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늘 추상적이고 즐거움을 지향하면 그만이라는 것이야?” 당연히 결코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모든 측면이 추상적이라면 어찌 되겠는가?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접근동기만 지니고 있다면 어떻겠는가? 아마도 즐겁고 기쁜 것만 지향하기 때문에 다소 무책임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연히 그 반대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고와 회피동기 역시 창의적인 무언가를 완성할 때 필요한 상황과 순간이 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시작 단계에서 추상적 사고와 접근동기의 역할이 결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를 자주 간과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 사회에서 구체적인 실행방법에 대한 관심이, 그리고 불안이 지배하면서 경쟁이 강조되는 최근의 흐름 속에서 무언가 최악의 결과를 피하고자 하는 회피동기가 강하게 우리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다음 편에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행’해 나가기 위한 성향과 동기를 살펴볼 것이다. 거기서는 지금까지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내용들을 논의해 볼 것이다. 왜냐하면 이 단계에서는 추상적 사고와 접근동기와는 다른 측면을 지닌 요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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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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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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