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판타지아 - 클래식 음악 애니메이션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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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97회 작성일 16-02-0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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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사의 클래식 음악 애니메이션 [판타지아]를 처음 보았을 때, 그 무궁무진한 상상력에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오리지널은 1940년에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금으로부터 무려 반세기 전에 이처럼 찬란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다니 디즈니의 명성이 괜한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클래식 음악 애니메이션이 나왔지만 1940년대에 나온 월트 디즈니의 [판타지아]를 능가할 애니메이션은 아직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후에 월트 디즈니 사에서 색채를 입히고 화질을 개선해서 내놓은 개정판이지만 그 찬란하고 발랄한 상상만큼은 오리지널 판을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클래식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수 십 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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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곡명 & 앨범 
1바흐 [토카타와 푸가 D단조] (관현악 버전) / 세지 오자와,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음악 재생
2뒤카 [마법사의 제자] / 제임스 레바인, 베를린 필하모닉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음원제공 :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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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디즈니 [판타지아] 영화 포스터 영화 정보 보러가기



[판타지아]에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 폰키엘리의 [시간의 춤], 무소륵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가 환상적인 영상과 함께 실려 있다. 연주를 담당한 악단은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이고, 지휘는 영화 [오케스트라의 소녀]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세계적인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맡았다.

영화에는 여러 곡이 나오지만 여기서는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와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만 집중적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영화의 서막을 장식하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는 바흐의 대표적인 오르간 독주곡인데, 여기서 토카타는 간주곡이나 환상곡같이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기악곡을 의미한다. 자유로운 기악 양식으로 16세기에 형식의 기초가 마련되었고, 17세기에 전성기를 이루었으며, 바흐에 이르러 더욱 풍부하고 성숙한 악상으로 발전했다.

한편 푸가는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두 개 이상의 선율들이 서로 모방하면서 전개되는 다성음악 기법을 말한다. 이 곡은 먼저 자유로운 토카타로 시작을 한다. 그리고 흐드러지는 토카타가 끝나고 나면 바흐가 즐겨 쓰던 분산화음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오르간의 다양한 가능성과 화려하고 웅장한 음색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오르간 음악의 걸작이다.

이렇게 본래는 오르간 곡으로 작곡했지만 이 곡은 그 풍부한 악상 덕분에 오케스트라 곡으로도 편곡되어 널리 연주되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것은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편곡한 것인데, 여러 악기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음색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탁월한 편곡으로 현재 바흐의 오르간 원곡에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먼저 들으실 곡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입니다”라는 해설자의 말이 떨어지고 나면 실루엣으로 처리된 레오폴드 스토코포스키의 모습이 나타난다. 스토코프스키가 몸을 왼쪽으로 돌린 채(바이올린 파트가 있는 곳) 두 손을 들어 지휘를 시작하면 현악 파트가 그 유명한 [토카타와 푸가]의 첫 소절을 연주한다. 뒤이어 지휘자가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관악기가 역시 같은 소절을 연주한다. 곡의 전반부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주 모습을 실루엣으로 보여주는 식으로 영상을 처리했다. 음악의 변화에 따라 화면의 색상이나 실루엣의 배치를 다양하게 처리한 것이 인상적이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음악을 추상적으로 묘사한 애니메이션이 화면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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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안의 지휘자 실루엣은 레오폴드 스토코포스키의 뒷모습이다.



한편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미키 마우스가 등장한다. 이 곡은 독일 작가 괴테의 이야기 시 [마법사의 제자]를 그대로 음악으로 옮겨놓은 것인데, 여기서 제자의 역할을 미키 마우스가 하는 것이다. 마법사는 외출을 하며 제자에게 그동안 물을 길어 놓으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일하기가 싫었던 미키 마우스는 어설프게 배운 마술을 써서 빗자루에게 자기 대신 물을 긷게 한다. 그리고는 달콤한 잠에 빠져들고 만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보니 이게 웬일인가. 빗자루가 멈추지 않고 계속 물을 길어오는 통에 그만 주변이 온통 물바다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미키 마우스는 빗자루를 멈추게 하는 방법을 몰랐다. 결국 마법사가 집에 돌아와서야 소동이 정리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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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아] 3장에 속하는 ‘마법사와 제자’ 편에는 친숙한 미키 마우스가 등장한다.



곡은 느린 서주로 시작한다. 먼저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가 느리고 신비로운 멜로디를 연주한다. 여기서 비올라와 첼로는 엄지와 약지로 줄을 살짝 누른 상태에서 연주하는데, 이렇게 하면 음빛깔이 아주 신비스러운 색채를 띠게 된다고 한다.놀라운 마법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마법사의 신비스러운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다음 클라리넷이 뾰족한 소리로 앞으로 나올 ‘물긷는 빗자루’의 주제를 살짝 보여준다. 음악이 점점 빨라지고, 소리가 점점 커지고 마침내 팀파니가 한번 크게 울린다. 그런 다음 본격적인 음악이 시작되는데, 원작인 괴테의 시는 이렇다.


좋았어! 우리 늙은 마법사 선생님.
드디어 오늘 나를 혼자 두고 외출하셨네.
이제 선생님의 정령들이 내 뜻에 따르도록 해야지.
평소에 어떻게 하는지 눈여겨 보아 두었어.
강한 의지로 나도 기적을 행 할거야.

명령하노니.
가거라. 빗자루야.
망설이지 말고.
가서 물을 길어 오너라
철철 넘치도록 내 목욕통에 부어라

이제 이리 와서 옷을 입어라.
늙은 빗자루야.
누더기옷이 너에게는 제격이구나.
항상 노예였던 너
오늘은 내 것이 되었구나.
이제 네 몸통에서 두 다리가 나고
몸통의 위에 머리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제 서둘러서
양동이를 들고 물을 길어라.

명령하노니.
가거라. 빗자루야.
망설이지 말고.
가서 물을 길어 오너라
철철 넘치도록 내 목욕통에 부어라

이때부터 본격적인 물 긷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파곳이 덜거덕거리며 물을 길어오는데, 어둡고 답답한 소리를 내는 파곳이 빠르게 “붐 빠 붐 빠”하는 것이 재미있다. 이 음악에서는 보통 파곳 외에 이보다 낮은 소리를 내는 콘트라파곳도 나온다. 파곳은 본래 낮은 소리를 내는데, 콘트라파곳은 이보다 더 낮은 소리를 낸다. 이 곡에서는 여러 종류의 파곳들이 함께 어울리며 뒤뚱거리며 물을 긷는 빗자루의 모습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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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마우스의 마법에 따라 뒤뚱거리며 물을 길어오는 빗자루



이때까지만 해도 제자는 기분이 좋았다. 자기 주문에 따라 물을 길어오는 빗자루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빗자루가 물을 길어오면 올수록 음악은 점점 더 신나게 흘러간다. 파곳에 이어 네 개의 혼과 바이올린이 물 긷는 주제를 이어받는다. 물은 계속 불어나고, 악기들의 물 긷는 주제도 계속된다. 그런 다음 혼과 코르넷이 경쾌하게 등장한다. 목관악기의 경쾌한 리듬, 금관악기의 웅장하고 화려한 음색, 글로켄슈필(금속으로 된 실로폰과 비슷한 타악기)과 트라이앵글의 영롱한 소리가 찬란하게 빛나는 대목이다.


보아라. 빗자루가 강가로 달려 내려가는 것을
눈 깜빡할 사이에 강에 도달하는구나!
그리고는 또 눈 깜빡할 사이에 다시 돌아와
물을 붓는구나!
빗자루가 또 물을 길어온다.
목욕통은 이미 가득 차 버렸고
이제는 컵이나 그릇에 물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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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가 물을 길어올수록 음악 소리는 점점 신나게 고조된다.



이렇게 빗자루가 쉬지 않고 물을 계속 길어오는 통에 온 집안이 물바다가 되고 만다. 제자는 빗자루를 예전대로 돌려놓는 주문을 하려고 하지만 그 순간 주문을 잊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한다. 이런 제자의 마음을 반영하는 것처럼 이때부터 음악도 불안해진다.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들이 힘차게 빗자루의 행진을 연주하는 사이사이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 선율은 위아래로 불안하게 오르내리다가 자극적인 불협화음으로 비명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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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어라. 멈추어라.
이제 너의 재능을 다 보았느니라.
앗? 이를 어쩌지? 아이고, 아이고.
마법을 푸는 주문을 잊어버렸네.
아! 주문, 주문을 외워야
빗자루가 예전으로 돌아갈텐데
이를 어쩌면 좋지?
빗자루는 여전히 내달리며 물을 나르고 있구나.
다시 낡은 빗자루가 되었으면 좋으련만.
참 빨리도 물을 퍼오는구나.
아! 수백줄기 강물이
내게로 쏟아져오네.

안돼! 더 이상은 이대로 둘 수가 없어.
저 놈을 잡아야 해.
정말 골칫거리야.
아! 이제 점점 더 겁이 나!
저 표정 좀 봐! 저 눈 좀 봐!

오! 너 지옥의 화신아.
집이 몽땅 물에 잠겨야 직성이 풀리겠니?
문지방마다 물이 넘치나는구나.
이 파렴치한 빗자루야.
내 말을 듣지 않으려는 거지?
이전에 지팡이였던 것이.
가만히 서 있어라.

정말 이제 그만두지 못하겠어?
내가 너를 잡아서
그만 두게 하겠어.
너! 낡은 나무 작대기!
재빨리 날카로운 도끼로 쪼개 버리겠어.

이렇게 말하고 제자는 도끼로 빗자루를 둘로 쪼개버린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지고 만다. 빗자루가 두 개가 되었기 때문이다. 동지가 생긴 빗자루들은 더욱 의기양양하게 물을 길어 나른다. 집 안이 물바다로 변하고, 양동이의 물을 부을 때마다 심벌즈가 “짠”하고 화려하게 부딪친다.


보아라! 저기 제 몸을 끌면서 다시 오는 것을!
내가 네게 몸을 던지니
요괴야! 너는 곧 쓰러질거야.
우지끈 매끄러운 이마를 맞았어.
정말이지. 제대로 맞았어.
보아라. 빗지루가 둘로 쪼개진 것을!
이제 희망이 생겼어.
숨을 제대로 쉬겠어.

아이구. 아이고.
조각들이 서둘러 일어서더니
각각 빗자루가 되었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아! 그대. 위대한 마법사시여!

이제 둘이 달려가는구나.
점점 더 젖어가는구나.
집 안도 계단도
정말 끔찍한 홍수로구나!

상황이 이쯤 되자 제자는 더 이상 자기 힘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그는 마법사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제 소리 좀 들어주세요.

제자가 선생을 부르는 이 소리는 금관악기의 팡파르가 연주한다. 불협화음으로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제자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아! 저기 선생님이 오시는구나.
선생님, 큰일 났어요.
제가 불러낸 정령들을 더 이상 사라지게 할 수가 없어요.

제자가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기 위해 마법사가 주문을 외운다. 바로 이 부분에서 금관악기들이 일제히 울린다. 위대한 마법사의 주문을 장대한 금관악기로 묘사한 것이다.


“구석으로 가라. 빗자루야. 빗자루야!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라.
너희 옛 정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이 늙은 마법사 밖에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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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까먹은 미키는 결국 마법사의 도움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자 놀랍게도 빗자루가 움직임을 멈추고, 집 안을 가득 채운 물도 사라진다. 조금 전까지 아수라장이었던 집 안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이 부분부터는 음악도 느리고 여려진다. 제자는 미안한 마음 반, 두려운 마음 반으로 마법사를 쳐다본다. 무슨 벌을 내리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마법사는 무서운 표정으로 제자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잠시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갑자기 모든 악기들이 상승하는 네 개의 음을 짧고 힘차게 연주하는 것으로 곡을 끝는다. 제자를 꾸짖는 마법사의 호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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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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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Corbis





발행20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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