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작은 아씨들 - 달콤하고 신비로운 사랑의 로망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댓글 0건 조회 389회 작성일 16-02-06 17:01

본문















14547457215352.png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마치 가(家)의 네 자매 메그, 조, 배스, 에이미는 어머니와 함께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가난 속에서도 꿋꿋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14547457221829






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곡명 / 앨범 
1비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제2막 중 [레일라!.신이여. 그대가 왔군요 Leila! Dieu puissant] / 장 푸르네, 레오폴드 시모노, 피에레트 알라리, 콩세르 라무뢰 오케스트라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음원제공 :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14547457231497



영화 포스터영화 정보 보러가기


첫째인 메그는 한 집안의 맏딸답게 책임감이 강하다.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꾸려가면서 부잣집 아이들의 보모 겸 가정교사로 일하는데, 이때 부자들의 허위의식을 목격하고 가난해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그녀는 나중에 가난한 가정교사 존 브룩과 결혼한다.

한편 책 읽기를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둘째 조는 틈틈이 글을 쓰며 작가의 꿈을 키워간다. 성격이 활달하며 독립심이 강해 언뜻 남성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속은 누구보다도 깊고 따뜻하다. 남북전쟁에서 부상당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어머니를 위해 긴 머리를 선뜻 잘라 여비를 마련할 정도이다. 이웃에 사는 로렌스 할아버지의 손자인 로리와 이주 친하게 지내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온 로리가 청혼을 하자 이를 거절한다.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는 셋째 배스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헌신적이고 동정심이 많아 성홍열에 걸린 가난한 집 아이를 간호하다 병이 전염되어 결국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막내인 에이미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이다. 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라 매사에 제멋대로이며, 이 때문에 개성이 강한 조와 자주 부딪친다. 연극공연에 데려가지 않은 조에게 앙심을 품고 그녀가 애써 써 놓은 원고를 불태워버릴 정도로 당돌하기도 하다. 약간 속물근성이 있으나 커가면서 서서히 타인과 공감하는 법을 배운다. 나중에 조에게 청혼했던 로리와 결혼한다.

영화 [작은 아씨들]은 미국의 여류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 1868년과 1869년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 『작은 아씨들』과 『좋은 아내들』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네 자매 중에서 둘째인 조가 바로 작가 자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면 네 자매 중에서 조가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로리의 청혼을 거절한 조는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때 고모 할머니가 자기가 아닌 에이미를 데리고 프랑스로 가기로 했다는 말을 듣는다. 평소에 간절히 유럽행을 원했던 조는 이 말을 듣고 크게 실망한다. 이렇게 실의에 빠진 조를 보면서 어머니는 그녀가 더 큰 세상으로 나가야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조를 대도시인 뉴욕으로 보낸다.



14547457239036



둘째 조는 로리의 청혼을 ‘두사람은 좋은 친구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거절한다.


뉴욕에서 조는 가정교사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써서 출판사나 신문사로 보낸다. 하지만 작가로 인정받고자 하는 조의 소망은 번번이 좌절을 맞는다. 그로 인해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조는 우연히 독일에서 교수로 있다가 지금은 뉴욕에서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는 프리드리히 베어라는 남자를 만난다. 베어는 문학을 비롯한 다방면에 풍부한 교양을 가진 지식인이다. 그와 함께 셰익스피어, 괴테, 쉴러에 대해 이야기하고, 월트 휘트먼의 시를 낭송하면서 조는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을 느낀다.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있던 어느 날, 베어가 조에게 오페라를 보러 가자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조가 오페라에 입고 갈 드레스가 없다고 하자 베어는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오페라에서 두 사람이 앉은 자리는 번듯한 객석이 아닌 무대 뒷자리. 가난한 연인들에게 어울리는, 낭만적이면서도 은밀한 장소이다. 무대에서는 한창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가 펼쳐지고 있다. 여주인공 레일라가 오랜만에 사랑하는 연인 나디르와 만나는 장면이다. 베어가 조에게 상황을 설명해준다.


“레일라는 여신인데, 절대로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었지요. 만약 약속을 어기면 모든 것을 잃게 되어 있어요. 오! 봐요. 문제가 생겼어요.”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다가온 거지요. 그녀의 마음이 열려서 사랑을 느끼게 되었지요. 그는 그녀에게 사랑은 죽음의 힘과 같다고 하죠.”

베어가 조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사랑고백을 하는 것처럼 노래의 가사를 나직한 목소리로 읊는다.


“당신이 내 마음을 열었고, 깊고 향기롭던 그 밤, 당신의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빼앗겨버린 내 마음과 함께 듣지요. 제발 내 마음을 받아줘요.”

음악이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그와 함께 조의 마음도 서서히 고조된다. 그러다가 “제발 내 마음을 받아줘요.”라고 노래하는 순간 그만 무장해제되어 버리고 만다. 레일라와 나디르가 부르는 아름다운 이중창을 배경으로 조와 베어는 사랑의 입맞춤을 한다.



14547457247328



허름한 무대 뒷자리에서 오페라를 보던 조는 비제 [진주조개잡이] 아리아에 맞춘 베어의 사랑 고백에 마음을 뺏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의 작곡가는 [카르멘]의 작곡가로 유명한 비제이다. 비제는 뛰어난 음악성의 소유자였다. 11살 때 파리 국립음악원에 입학해 17살 때 첫 번째 교향곡을 작곡하고, 다음 해 칸타타 [다윗]으로 로마대상의 2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19살 때 [클로비스가 클로틸드]로 로마대상을 차지하는 등 작곡가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그런가 하면 피아노 실력도 뛰어나 베를리오즈와 생상스는 물론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리스트로부터도 그 실력을 인정받을 정도였다.



14547457255693



1860년대 오페라 작곡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을 때의 비제의 모습


하지만 이런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작곡가로서 그의 삶은 고달프기 그지없었다. 당시 프랑스에는 그랜드 오페라나 코믹 오페라가 크게 유행하고 있었고, 따라서 관현악곡이나 실내악곡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다. 오로지 오페라만이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서는 작곡만 가지고 생계를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오로지 오페라로 성공하지 않으면 작곡가로 명성은 물론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리스트에게 인정받았던 그의 뛰어난 피아노 실력도 생계에는 커다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비제는 오페라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로시니를, 그리고 그다음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베를리오즈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그러던 중 전직 문화부 장관인 왈레브스키 백작이 로마 대상 수상자 출신의 작곡가에게 3막 짜리 오페라를 작곡하는 조건으로 10만 프랑을 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평소에 비제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던 파리 리릭크 극장의 지배인 레온카발로는 이 일을 비제에게 맡겼다. 이제나저제나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성공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던 비제는 심혈을 기울여 작곡에 몰두했으며,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진주조개잡이]이다.

[진주조개잡이]는 1863년 9월 30일, 파리의 리릭크 극장에서 초연되었는데, 청중들의 반응은 그런대로 좋았으나 비평가들의 평은 아주 나빴다. “이 오페라에는 ‘진주’도 없고, ‘조개잡이’도 없다. 바그너의 모방작일 뿐이다.”라는 평을 비롯한 악평들이 난무했다. 베를리오즈를 비롯한 몇 사람의 작곡가들이 호평을 했으나 대세를 거스를 정도는 아니었다. 오페라가 실패하게 된 배경에는 엉성한 극본도 한몫을 했다. 대본을 쓴 카레와 유진 크레몽도 비제가 그렇게 훌륭한 작곡가인줄 진작에 알았다면 대본을 더 잘 썼을 것이라고 실토할 정도였다. 비제는 끝내 오페라 작곡가로서 성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카르멘]도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비제의 첫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와 마지막 오페라 [카르멘]은 여러 가지 점에서 서로 대조를 보인다. [진주조개잡이]의 배경은 실론 섬이라는 이국의 신비한 섬이고, [카르멘]의 배경은 스페인 세비야의 담배공장이다. 브라흐마교의 여사제와 담배공장 여공, 진주조개잡이와 프랑스 병사처럼 등장인물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은 음악이다. [카르멘]에서는 집시음악과 스페인 민속춤곡 같이 관능적인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반면, [진주조개잡이]의 음악은 제목만큼이나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오페라의 배경은 실론 섬. 이 섬의 새 지도자가 된 주르가는 폭풍우로부터 섬을 지켜줄 성녀를 기다리는 동안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 나디르를 만나 기뻐한다. 주르가와 나디르는 예전에 캔디의 문에서 한 여인을 보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녀를 포기하고 서로의 우정을 돈독하자고 맹세한 적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사랑보다는 우정을 택한 옛 일을 회상하는 이중창을 부른다.

그 후 실론 섬에 바라흐마교의 성녀 레일라와 제사장 노라바드가 도착한다. 레일라는 제사장 노라바드에게 독신서약을 한 상태이다. 만약 그녀가 이것을 어길 경우 그녀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하지만 섬에 도착해서 예전에 사랑했던 나디르를 다시 보는 순간 마음이 흔들린다. 나디르 역시 레일라를 보고 주르가와 했던 우정의 맹세를 잊어버린다. 레일라는 성녀로서의 의무와 세속적인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나디르는 친구와의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독신서약을 저버릴 수 없었던 레일라는 처음에 나디르를 거부한다.


“아! 새벽은 아직 멀리 있고, 아무도 우리를 찾지 못해요.”
“아! 레일라! 나에게 한 줄기 희망을 주오.”
“안돼요. 우리는 헤어져야 해요. 아직 때가 아니예요.”
“간청하는 친구를 어찌 밀어낼 수 있단 말이요?”
“아! 당신에게 죽음이 닥칠 거예요.”

하지만 성녀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의무를 져버리지 않겠다는 레일라의 결심은 이어지는 아름다운 오보 소리와 뱃노래를 연상시키는 리듬에 맞추어 노래하는 나디르의 고백으로 무너지고 만다.



14547457268466



레일라는 나디르의 사랑 고백에 마음을 뺏겨 성녀로서의 독신 서약을 잊고 사랑의 입맞춤을 나눈다.



“당신은 향기로운 깊은 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당신의 목소리를 듣던 내 마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나도 기억해요. 향기로운 깊은 밤, 매혹에 빠진 내 마음은, 자유를 얻고, 사랑을 거부하지 않았지요. 나도 역시 기억해요.”
“나는 당신을 떠나기로, 그리고 영원히 침묵을 지키기로 약속했었지요. 아! 그러나 사랑이 너무나 강렬해서 당신의 사랑스러운 눈길을 떠날 수 있을까요?”
“어둠과 당신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 내 마음은 당신의 마음을 읽었지요. 나는 기다렸어요. 당신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랬지요. 당신의 달콤한 목소리가 저를 행복하게 했어요”
“정말이요?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소? 정말 달콤한 고백, 아! 행복이여! 아! 당신은 내 마음을 알고 있었군요.”
“네, 저도 그날 밤을 기억해요.”
“아!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여!”

영화에 나오는 것이 바로 이 장면이다. 나디르는 옛일을 떠올리며 향기롭던 그날 밤, 레일라가 자기 마음속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레일라가 솔직하게 고백한다. 자기도 그날 밤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그의 사랑을 읽었고, 그를 기다렸노라고.

레일라의 솔직한 고백에 나디르는 가슴 벅찬 환희를 느낀다. 그녀가 자기 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더없는 행복을 느낀 것이다. 이렇게 행복에 도취한 나머지 신에 대한 의무와 친구에 대한 신의(信義)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은 어느새 멀리 사라져버린다. 관객은 아득하고 신비한 사랑의 노래에 취하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은 ‘죽음을 초극한 위대한 사랑’이 된다. 레일라와 나디르가 부르는 아름다운 이중창을 들으며 도덕 교과서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음악은 모든 비음악적 우려를 비웃는다.

조와 베어는 부드러운 입맞춤으로 ‘더없이 행복한 순간’을 맛보았다. 무대 위에서 들리는 레일라와 나디르의 이중창이 두 사람의 가슴을 달콤하게 물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낭만적인 사랑의 환상은 여기까지.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올컷의 원작 『좋은 아내들』에서 조는 결혼과 동시에 글쓰기를 포기한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가난한 소년들을 무료로 교육하는 학교를 세운다. 성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개인적 열망을 선택했던 [진주조개잡이]의 레일라와는 달리 ‘자아실현’ 대신 ‘사회적 책무’를 선택한 것이다.

 


통합검색

통합검색 결과 보기



 

영화정보






14547457275056










14547457275690

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저자의 책 보러가기
|
인물정보 더보기


음원제공

유니버설 뮤직

http://www.universalmusic.co.kr/#/
14547457276648.jpg

유니버설 뮤직 트위터 / 유니버설 뮤직 페이스북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ida, Corbis





발행2013.08.0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