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장대한 울림으로 문명의 시작을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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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34회 작성일 16-02-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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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8년에 만들어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SF 영화의 고전으로 꼽힌다.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인간이 아직 달에 가기 전이었다. 지금 같은 디지털 영상 기술도 없었다. 이런 기술적,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요즘 기준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사실적인 화면과 영상미를 보여준다.

음악의 쓰임새도 놀랍다. 스탠리 큐브릭은 애초에 소설보다 음악에 근접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이런 의도를 반영하듯 이 영화에서는 장황한 설명이나 대사가 거의 없다. 대사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과 음향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첫 대사는 영화가 시작되고 25분이 지난 후에야 나오며, 후반 20분에도 대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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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中 [일출] / 구스타보 두다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음악 재생
2요한 슈트라우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 빌리 보스코프스키 & 빈 필하모닉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음원제공 :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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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 포스터영화 정보 보러가기


영화의 시작도 특이하다. 처음에 화면에 아무것도 없이 음악만 나온다. 이 장면에서 사용된 음악은 20세기 최고의 현대음악 작곡가 리게티가 작곡한 [아트모스페르]이다. 영화치고는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음악만 듣다 보면 묘한 기분에 빠지게 된다. 마치 우주 공간을 유영하고 있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스탠리 큐브릭은 이런 방식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먼 우주공간으로 진입하는 통과의례를 치르게 했다.

이렇게 어둠 속에서 우주 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한 통과의례가 끝나고 나면, 저음 현악기의 웅얼거림을 배경으로 어디선가 트럼펫 팡파르가 들려온다. 곧이어 웅장한 오케스트라, 팀파니의 당당한 울림과 함께 화면에 거대한 행성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 거대한 행성 위로 비추는 한 줄기 빛. 곧 인류의 시작, 문명의 시작을 의미하는 빛이다. 이때 울려 퍼지는 음악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서주]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끝나고 나면 비로소 영화가 시작된다. 인간이 아직 원숭이의 형태를 하고 있던 먼 옛날. 동물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돼지를 때려잡던 최초의 인류가 사냥도구로 사용하던 뼈다귀를 공중으로 던진다. 그러자 그 뼈다귀가 곧 우주선으로 바뀐다. 원시시대에서 21세기라는 인류 진화의 유구한 시간의 흐름을 압축시킨 놀라운 장면이다.

1999년, 헤이우드 플로이드 박사는 특이한 자기장을 지닌 물체인 TMA-1(티코 분화구 자기장 이상)을 조사하러 달에 도착한다. 발굴된 TMA-1은 검은색 석판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햇빛을 받자 강력한 전파 신호를 목성으로 보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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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류가 도구로 사용하던 뼈다귀를 공중에 던지자 그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변하는 장면


그로부터 2년 후, 우주선 선장인 데이비드 보먼과 프랭크 풀, 세 명의 과학자, HAL9000 컴퓨터를 실은 디스커버리 호가 목성을 향해 떠난다. 우주 공간을 유영하던 어느 날, 컴퓨터가 갑자기 우주선 외부의 AE-35 안테나 유닛이 고장이 났다는 사실을 알린다. 프랭크는 우주선 밖으로 나가 AE-35유닛을 고치고 들어온다. 그런데 그 후 또 컴퓨터가 유닛이 고장 났다고 말한다. 프랭크와 데이비드는 그제야 컴퓨터가 고장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서 컴퓨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같은 인격을 가진 존재로 나온다. 프랭크와 데이비드는 의논 끝에 컴퓨터를 정지시키기로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말하는 입모양을 보고 컴퓨터가 이 사실을 알아차린다. 컴퓨터는 이것을 막으려고 프랭크를 우주선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데이비드는 프랭크를 구하기 위해 소형 작업선을 타고 우주선 밖으로 나가지만 구출에 실패한다. 그래서 다시 우주선 안으로 들어오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컴퓨터가 이를 막는다. 그러자 데이비드는 수동으로 문을 열고 우주선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컴퓨터의 생각 패널을 하나씩 분리한다. 컴퓨터는 [데이지]라는 노래를 부르며 작동을 멈추고, 그때 플로이드 박사의 비디오가 재생된다.디스커버리 호의 임무는 사실 목성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TMA-2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데이비드는 목성에 있는 TMA-2로 간다. TMA-2는 그를 하얀색 타일이 붙여진 방으로 옮긴다. 여기서 데이비드는 우주복을 벗는다. 그리고 늙은 노인의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가리킨다. 그 손끝에 지구를 보고 있는 아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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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컴퓨터의 생각패널을 수동으로 분리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많은 음악이 나온다. 리게티의 [아트모스페르], [레퀴엠], [영원의 빛],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하차투리안의 발레음악 [가이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이 중에서 비중 있게 쓰인 음악은 리게티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이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나오는 리게티의 [아트모스페르]는 ‘대기’라는 뜻으로 1961년에 작곡되었다. 이 곡은 음악이라기보다 음향효과에 가깝다. 마치 우주 공간에 무수한 별들의 무리가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서 소리들은 미세한 무지갯빛으로 분광하며 흘러간다. 대기 중에 부유하는 듯한 현상, 그 안에서 미세한 음들이 끊임없이 유동적으로 움직이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음향 덩어리가 우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다.

역시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레퀴엠], [영원의 빛]과 더불어 이 영화에서 리게티의 작품이 발산하는 효과는 한 마디로 ‘신비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신비’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흔히 연상하는 ‘달콤하고 동화적인 환상’과는 거리가 멀다. 굳이 말하자면 일상적인 것, 현실적인 것과 상반되는 개념으로서의 신비이며, 여기에는 미래 세계에 대한 불확실성과 모종의 공포감이 포함되어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인간의 기술과학에 경이로움을 느끼면서도 이것을 못내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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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유영하는 우주선을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은 영화 장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음악이 끝나고 나면 화면 가득 서광이 비친다. 이 때 나오는 음악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19세기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서이다. 필자의 사상을 논리적으로 펼쳐놓은 일반적인 철학책과는 달리 이 책은 일종의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인공 차라투스트라는 서른 살이 되었을 때 고향을 떠나 산속으로 들어가 10년 동안 정신적 고독을 즐기며 살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산을 내려온다.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그는 주로 ‘얼룩소’라는 이름의 도시에서 초인의 이상을 설교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다시 산으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산으로 돌아간 차라투스트라는 인간 세계에서 그의 가르침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산을 내려온다. 이때는 ‘지복의 섬들’이 그의 활동 무대가 된다. 여러 가지 설교를 통해 그는 초인에 대해 설교하고, 초인에 대해 적대시하는 사람들에게 공격을 가한다. 이때 말로 나타낼 수 없는 어떤 사상 즉,영원 회귀 사상이 그의 내면에서 성숙해 간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아직도 이러한 사상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기에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더욱 성숙한 역량을 얻기 위해 산으로 되돌아간다. 여러 곳을 방랑하며 산으로 돌아간 차라투스트라는 고독한 생활 속에서 영원 회귀 사상의 성숙을 기다리며, 삶의 절대적 긍정을 노래한다.

마지막 장인 제4부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일곱 명의 보다 차원 높은 인간들을 만난다. 차라투스트라는 아직 초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반 사람도 아닌, 늘 고뇌하며 사는 이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동정은 차라투스트라에게 새로운 유혹이자 시련이 된다. 그는 결국 동정이라는 마지막 시련을 이기고, 홀로 성숙한 영원 회귀 사상의 고지로 오르기 위해 산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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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뭉크가 그린 니체의 초상화. 1906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가 주장하는 자유로운 이성, 그것에 도달한 초인의 이미지를 음악으로 옮긴 것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뮌헨 대학에 들어가 철학과 예술사를 공부했다. 그래서 독일 사상가와 철학자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비판적 사회철학자 막스 슈티르너를 비롯해 쇼펜하우어, 니체와 같은 철학자들의 책들을 즐겨 읽었다.

젊은 시절, 니체는 슈트라우스의 우상이었다. 그는 특히 니체의 거침없는 기독교 비판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사상적으로 안일하고 경직된 분위기가 지배적이던 독일에서 그토록 거침없이 사회와 문명에 대해 비판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가 니체의 많은 책 중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선택한 것은 이 책이 니체 철학의 핵심이 되는 주제들, 즉, 신의 죽음, 초인 사상, 영원에의 회귀, 권력에의 의지 같은 것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트라우스는 이 책의 철학적 내용뿐만 아니라 문체의 음악성에도 주목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디오니소스적인 열광적 송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과거 디오니소스 제전에서 배우들은 아마 이런 문체로 이루어진 대사를 낭송했을 것이다. 니체 스스로도 이 책을 교향곡이라고 불렀다. 일반적인 철학책과는 다른 시적, 음악적, 문학적 상상력이 동원되어 탄생한 사상의 교향곡인 셈이다.

사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음악으로 만들기에는 줄거리나 주제가 너무나 방대하고 난해하다. 작곡가 자신도 “나는 결코 위대한 철학자 니체의 작품을 음악으로 나타내려 한 것이 아니다. 인간 발전의 관념을, 갖가지 단계를 거쳐 초인에 이르는 과정을, 니체의 초인 사상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했을 뿐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슈트라우스의 곡에서 [서주]를 제외한 나머지 곡에 니체의 원작과 같은 소제목이 붙어 있다는 것, 그리고 니체의 원작에 나오는 아홉 개의 주제와 교향시의 구성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두 작품 사이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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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디스커버리 호 우주 탐사선의 상세한 장면을 통해 감독의 상상력과 디테일을 엿볼 수 있다.


음악은 매우 인상적인 [서주]로 시작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거대한 우주가 깨어나는 첫 장면에 나오는 바로 그 곡이다. 음악은 태초의 어두움을 뚫고 태양이 하늘 높이 떠오르는 모습을 묘사한다. 먼저 트럼펫이 완전 5도에서 완전 4도로 상승하는 세 음 즉, 도(C)-솔(G)-도(C')를 불면, 오케스트라가 우주 전체를 대변하듯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이것이 [자연의 주제]이다.

자연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손길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저절로 이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굳이 인간이 손을 대지 않아도 자연은 그 상태로 완전하다. 그 완전한 상태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고대 이래 인간이 가장 완벽한 조화의 상태라고 믿었던 완전음정으로 표현했다.음악의 시작과 함께 울려 퍼지는 트럼펫 소리. 차례로 상승하는 세 음 사이의 음정은 완전 5도와 완전 4도이다. 이렇게 이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조화의 음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초인의 출현을 예고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아침 동이 트자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나가서, 외친다. “나는 너희들에게 초인(Über-mensch)을 가르치노라.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너희들은 너희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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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시대에 ‘TMA-1’이라는 검은색 석판이 우뚝 서 있는 장면. 후에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화에서 패러디 장면으로도 사용되었다.


이제 오케스트라 전체가 연주에 가담한다. 짧은 장화음의 높은 E음이 갑자기 Eb으로 바뀌면서 장화음이 단화음으로 변한다. 편안한 장화음이 갑자기 단화음으로 바뀌면서 긴장감이 조성되고, 그 긴장감은 점점 증폭되는 음량과 함께 장대한 우주적 에너지로 확대된다.

이렇게 장대한 음향의 오케스트라가 지나가고 나면 이번에는 팀파니가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팀파니 연주에 이어 다시 오케스트라가 거대한 우주의 에너지를 품고 등장하는데, 앞에 나왔던 음악적 자료를 한층 확장시켜 더욱 화려하고 장대하게 진행된다. 처음에는 장화음에서 단화음이었지만 다시 반복될 때에는 순서를 바꾸어 신비한 단화음에서 화려한 장화음으로 진행된다. 밤의 장막이 걷히고 새벽이 다가온다. 위대한 기술문명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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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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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발행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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