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창의적 아이디어 - 실행과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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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56회 작성일 16-02-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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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이루고 있는 요인 중에 ‘정교성’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생성된 어떤 독창적 아이디어를 보다 세련되고 치밀한 것으로 다듬어 발전시키는 과정, 성향, 혹은 능력을 의미한다.그리고 이러한 정교성은 외부 현상이나 자신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파악 능력과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는 과정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이 요인은 비교적 초반부에 해당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생성 과정보다는 최종적인 결과물을 구현하는 후반부와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교육 현장에서는 생각을 구체적인 언어나 그림 등을 통해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거나 그림을 보고 마지막에 어떤 장면이 들어가면 좋을지를 판단하기, 아니면 여러 개의 그림을 구성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보는 것 등 주로 실행과 관련된 다양한 기법들을 적용하고 있다. 물론 중요한 사항들이다. 왜냐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아무리 성공적으로 생성해 낸다고 하더라도 이를 최종적인 결과물로 구현해 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무책임한 생각의 남발로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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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아무리 성공적으로 생성해 낸다고 하더라도 이를 최종적인 결과물로 구현해 내지 못한다면 무책임한 생각의 남발로 그칠 것이다. <출처: gettyimages>


그러나 필자가 본 캐스트를 통해 일관적으로 강조 드리고 있는 바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요인들은 상대적으로 결과 변인에 가깝기 때문에 직접 접근해서 교육하거나 향상시키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창의성에 대한 보다 완전한 이해와 향상을 위해서는 그 요인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기저 변인을 이해해야만 한다. 그리고 본 캐스트에서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습관과 동기라는 측면에서 이를 조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전까지의 내용을 잠깐 요약해 보자. 즉, 본 편에서 살펴볼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실행과 완성”을 위한 요인 전에 그 아이디어 자체를 “생성”하기 위해 필요한 요인들 말이다. 우선, 추상적 사고를 기꺼이 할 수 있는 환경과 습관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정서적인 요인과 잠복기와 같은 여유도 필요하다. 이에 더해 중요한 것은 바로 탐색과정에서 보다 폭넓은 사고를 하기 위해 이른바 ‘접근동기’에 기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구체적인 언어로 설명하기



지난 편 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추를 잘하기 위해 기존 지식의 ‘인출’을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하기 위한 기존 연구들이 이야기하는 바는 한결같다. 주어진 현상이나 문제의 핵심을 묘사함에 있어서 추상적 언어를 사용하면 유추적 인출에 더 유리하다. 여기서 추상적이라 함은 영역 일반적(domain-general)인 언어를 의미한다. 즉, 문제를 특정한 영역에 기초하여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영역에든 해당될 수 있는 방식으로 묘사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필름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이를 알아보았다. 필름을 화학이라는 특정 분야에 기초하여 얘기하면 “빛에 노출되면 표면에 변화가 일어나 영상이 포착되는 화학물질” 이다. 영역 특정적(domain-specific)인 정의이다. 그런데 이를 영역 일반적으로 표현하면 “무언가를 담거나 저장하는 것”으로 된다. 이를 통해 훨씬 더 다양한 담거나 저장할 수 있는 후보들이 내 기존지식 체계로부터 인출된다.

하지만 일단 인출이 일어나면 그 문제를 영역 특정적 언어로 다시 묘사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용이해 지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실제로 해당 영역에서 실행 가능한 부분과 실행 불가능한 부분들이 파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가능할 것이다. “그럼 다시 빛에 노출되면 표면에 변화가 일어나 영상이 포착되는 화학물질로 되돌아가라는 말이냐?”라고 말이다. 당연히 그렇지 않다. 상식적으로 이는 무의미한 반복일 뿐임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문제의 정의나 묘사와 같은 1회성의 순간에서 벗어나 생성된 아이디어를 실행해 나가는 구체적인 과정들을 가능한 한 ‘순서’대로 개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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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8년 발명가 에디슨. 에디슨은 전구와 분배 시스템 모두를 고려했으며 후자에 대한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전구에 대한 추가적인 제약조건을 적용할 수 있게끔 하였다.
<출처: Wikipedia>


예를 들어, 에디슨이 백열등을 개발하기 위해 1만 5000번이나 실험을 했다고 하는 각고의 노력을 부각시키는 글들은 많다.하지만 에디슨이 그 과정에서 정확히 무엇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자. 에디슨은 백열등을 개발하는 과정 자체에 대해 심층적으로(그리고 단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많은 경우 전류가 필라멘트를 통과하는 순간 빛이 발생함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문제의 핵심은 필라멘트가 곧 타버려서 빛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었고, 몇 년간에 걸친 연구가 거듭된 끝에 에디슨과 그의 연구팀은 필라멘트가 너무 뜨거워지면 전류를 끊어 버리는 조정기를 고안했다.이로 인해 그 당시의 전구는 지속적으로 깜박였던 것이다.

하지만 에디슨은 이후 보다 나은 전구의 개발을 시도하기 전에 전구를 위해 전력을 집까지 전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원거리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봐도 매우 높은 전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에디슨은 문제를 “상대적으로 높은 전압에서도 필라멘트가 타지 않고 작동하는 전등 찾기”로 다시금 좁혔다. 이러한 변화는 (높은 전압에서도 작동하게 만들기 위해) 전구의 저항을 증가시키는 것을 필요로 했으며, 이는 다시금 필라멘트의 길이를 길게 할 필요성으로 연결되었다. 궁극적으로 탄소 필라멘트가 성공적인 전구의 일부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이 예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때 당시 작동 가능한 전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던 대부분의 다른 발명가들은 전구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에디슨은 전구와 분배 시스템 모두를 고려했으며 후자에 대한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전구에 대한 추가적인 제약조건을 적용할 수 있게끔 하였다. 결국, 이러한 추가적인 제약요인들이 에디슨으로 하여금 새로운 해결책을 착안해 낼 수 있게끔 해주었던 것이다. 이 예는 혁신을 원하는 개인과 조직은 관심의 대상인 장비나 장치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이 작동하게 될 보다 넓은 체계도 판단과 고민의 영역에 포함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그 더 큰 체계가 추가적인 제한점을 부각시켜 (역설적이게도) 문제를 더 쉽게 만들어 해결책에 더 정교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실천해야 할 중요한 과정 하나가 바로 ‘설명하기’인 것이다. 본 캐스트의 메타인지
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말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지식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설명할 수는 없는 지식이고 두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설명할 수도 있는 지식이다. 두 번째 지식만 진짜 지식이며 내가 쓸 수 있는 지식이다.” 즉,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정말 쓸 수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이른바 설명하기 방식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 그리고 필요한 것과 쓸모 없는 것들이 확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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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설명할 수도 있는 지식이 진짜 지식이며 내가 쓸 수 있는 지식이다.<출처: gettyimages>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이를 자주 혼동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메타인지가 가끔 우리로 하여금 이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생성된 아이디어를 가지고 흡족해 하는 순간 우리는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더해지고 따라서 메타인지가 우리를 속일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 설명은 이를 무너뜨리는 좋은 무기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현상이나 문제 자체만을 묘사해서는 불가능하다. 어떤 대상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 이전의 일을 ‘왜냐하면’으로 포함시켜야 하고 그 대상 이후에 일어나는 일을 ‘그렇기 때문에’라는 말을 통해 또 연결시켜야 한다. 계속되는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며 에디슨 역시 이러한 설명의 위력을 통해 항상 자신의 연구진과 설명을 주고받았다. 그 결과가 바로 현재의 전구가 지니는 형태며 이는 결코 전구에만 집중한 결과가 아니다.

따라서 이 단계에 오면 입을 열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자주 말이다. 그런데 아주 많은 조직과 팀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당시에는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방법을 동원하여 토론과 회의에 아낌없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만 이 단계에 와서는 아이디어가 정해졌다는 만족감에 각자의 일에 몰두하기 바쁘다. 정말 대화, 즉 설명이 필요한 단계는 여기부터인데도 말이다.


회피동기의 역할이 시작되는 단계



지난 편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창의적 아이디어의 생성에는 접근동기라는 것이 강조된다. 하지만 그 반대의 차원을 이루고 있는 회피동기는 창의적인 무언가를 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지금부터는 회피동기가 본격적으로 필요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미 공감을 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실행’ 단계에서는 구체적이고 부분적인 것들이 세부적으로 파악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관련된 연구 몇 개를 살펴보자. [그림1]을 먼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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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Navon Task


[그림1] 일명 Navon Task라고 불린다. 실험 참가자들은 위와 같은 자극들을 제시 받고 어떤 경우에는 “전체 형태가 어떤 글자인지” 또 다른 경우에는 “작은 부분이 어떤 글자인지”를 질문 받고 가능한 빠르게 대답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왼편 자극의 경우 전자의 질문에는 정답이 “S”이고 후자의 질문을 받았다면 “F”라고 대답해야 정답이다.

[그림1]과 같은 과제에서 일반적으로 무언가 좋은 것을 얻기 위한, 즉 접근동기가 활성화된 사람들은 전체 형태의 글자(즉, 가장 왼편 자극에서 “S”)를 지각하는 것을 더 빠르게 하지만 무언가 좋지 않은 결과를 예방하려는 회피 동기가 상황적으로 활성화되거나 강한 사람들은 작은 부분이 어떤 글자인지(즉, 가장 왼편 자극에서 “F”)를 판단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한다. 즉, 숲과 나무 중에서 숲을 보기 위해서는 접근동기가 더 좋겠지만 그 숲을 여러 가지 나무들로 쪼개어 보는 것이 필요한 단계에서는 회피동기가 더 중요한 동기라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생성’ 단계와는 달리 ‘실행’ 단계에서는 다른 방식의 사고방식과 동기가 필요하다. 영역 특정적인 언어로 되돌아와 다른 방식의 묘사와 기술이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되풀이 되는 설명 속에서 구현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들이 파악되어야 한다. 또한 ‘실패하지 말아야지’라든가 ‘이 좋은 아이디어를 망치지 말아야지’와 같은 회피동기가 이제부터는 필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것들이 생성과 실행 단계에서 훌륭히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는 매우 창의적일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바로 환경과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음 편에서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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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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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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