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에로이카 - 교향곡의 새 역사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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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2회 작성일 16-02-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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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는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의 초연 전날, 로브코프스키 공작 집에서 있었던 비공개 연주회의 상황을 자세하게 그린 영화이다. 1804년 6월 9일 빈, 이날은 로브코프스키 공작의 집에서 베토벤의 새로운 교향곡 [영웅]의 리허설이 있는 날이다. 공작이 베토벤에게 오늘 선보일 음악에 대해 묻자 베토벤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라고 대답한다. 혈기왕성했던 베토벤은 당시 이 음악이 세상을 바꾸는 음악이 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드디어 음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단원들이 첫 화음을 연주하자마자 베토벤이 음악을 중단시킨다. 베토벤이 연주를 중단시켰던 이유는 첫 음이 강렬하게 울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연주하기를 바라. 이것은 스포르찬도(특별히 그 음을 세게 연주하라는 악상기호)야. 자네들은 그동안 너무 아름다움 음악만 연주하도록 훈련되어 왔어. 하지만 나는 아름다운 소리는 원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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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 / 미하일 플레트네프& 러시안 네셔널 오케스트라 
11악장 – Allegro con brio음악 재생
22악장 - Agadio assai음악 재생
33악장 – Allegro vivace음악 재생
44악장 - Allegro molto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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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에로이카(Eroica)] 영화 포스터 영화 정보 보러가기


이렇게 말하며 베토벤은 자기가 원하는 충분히 자극적인 소리가 날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연습시킨다. 단원들은 베토벤이 적어놓은 괴물 같은 악보에 내심 불만을 품으면서도 그의 지시대로 음악을 연주한다. 그러다가 혼이 나오는 부분에서 베토벤의 제자인 리스가 갑자기 곡을 중단시킨다. 혼 주자가 일찍 나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자 베토벤이 제자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혼 주자는 베토벤이 악보에 적은 대로 연주했을 뿐인데, 그것이 이전의 방식과 너무 달라서 그의 제자가 잘못 연주한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그 후 [장송행진곡]으로 불리는 2악장이 연주된다. 하지만 음악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고,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디트리히슈타인 백작은 이렇게 말한다.

“나쁘지는 않군. 하지만 그것은 교향곡은 아니야.”

곧 이어 백작과 베토벤은 교향곡의 형식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그럼 예술이 아니란 말입니까?”

이 말에 백작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그런 말은 안 했네. 하지만 교향곡은 구조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이 곡엔 형식이 없어. 그저 소리들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해. 감동적이고 고상한 부분도 있지. 하지만 그것들도 불협화음으로 가득 차 있어,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교향곡은 아니야.”

하지만 공작부인은 베토벤의 음악이 아주 좋고 새로운 느낌이 든다고 칭찬한다.
그 사이 베토벤은 브룬스빅 자매 중 한 명인 조세핀에게 다가가 청혼한다. 하지만 조세핀은 이렇게 말하며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당신의 음악은 너무 시끄럽고, 마치 전쟁 같아요. 경과구가 너무 갑작스러워요. 그것이 나에게 혼란을 가져와요. 하지만 나는 평화를 원해요. 당신 음악을 찬양하지만 또한 당신 음악은 나를 무섭게 해요. 오스트리아에서는 법으로 여자가 재혼을 하면 아이들과 재산을 빼앗기게 되어 있어요.”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 덧 3악장이 시작된다. 그리고 바로 그때 노작곡가 하이든이 등장한다. 디트리히슈타인 백작은 하이든에게 베토벤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특색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최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작품과는 다르게 형식을 완벽하게 하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아요. 온통 울부짖고, 꿀꿀거리고 있어요.”

이 말에 하이든은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추구하는 단 하나의 것은 감정과 지성 사이의 균형이지. 자제하는 것이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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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초상화. 1791년


이렇게 말한 후 하이든은 베토벤에게 돈을 벌고 싶으면 영국에 가라고 말한다. 이 말 끝에 디트리히슈타인 백작이 베토벤을 괴테와 헨델과 비교하며 그의 심기를 건드린다. 화가 난 베토벤이 리허설을 마치지 않고 집으로 가려고 하자 공작 부부가 그에게 6개월 동안 [영웅]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2000 플린에 사겠다고 하면서 간신히 그의 화를 가라앉힌다.

그러자 마음이 누그러진 베토벤은 4악장의 리허설을 시작한다. 곡이 시작되기 전, 하이든은 이 곡의 주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베토벤은 영웅주의라고 대답한다.

연주가 끝난 후, 하이든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는 이제까지 다른 작곡가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했어. 자기 자신을 음악의 중심에 가져다 놓았지. 우리에게 자기 영혼을 들여다보도록 한 거야. 그의 음악이 시끄러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네. 그의 음악은 완전히, 정말로 완전히 새로운 것이야. 이제부터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네.”

베토벤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 작곡가이다. 선배 작곡가인 하이든, 모차르트로부터 잘 발달된, 그러면서도 무궁한 잠재력을 가진 고전주의 양식을 물려받았으며, 그 후 자신만의 놀라운 창조력으로 고전을 넘어 낭만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하이든이나 모차르트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음악을 썼다. 하지만 베토벤은 자기감정을 토로하기 위해 음악을 썼는데, 이런 태도는 본질적으로 낭만주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베토벤도 처음에는 고전주의 양식을 충실하게 따르며 누구에게나 이해 가능한 보편적인 음악을 썼다. 하지만 음악의 중심지인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달라졌다.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극적이고, 강렬한,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베토벤만의 개성이 살아 숨 쉬는 음악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영웅 교향곡]은 그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베토벤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까지, 두 세기를 걸쳐 살면서 프랑스 혁명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변화를 경험했다. 그 변화를 그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서도 실현했다. 균형과 절제라는 고전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세계를 향해 과감하게 큰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교향곡 1번과 2번을 통해 선배들의 시대를 정리한 베토벤은 뒤이어 작곡한 3번에서 이제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선보였다. 새로운 교향곡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하이든의 말대로 그는 자신의 교향곡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당시 그의 내면은 혁명의 이상으로 들끓고 있었다.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같은 순화된 방식으로는 그 불꽃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옛 시대의 알을 깨고 밖으로 나왔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교향곡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영웅]의 몰상식한 음악적 반전들도 바로 이런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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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르, [왕좌에 앉은 나폴레옹 1세] 작품 보러가기


[영웅]은 나폴레옹에 얽힌 일화로도 유명하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나폴레옹을 프랑스 혁명사상을 대변하는 세기의 영웅으로 보고, 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 세기의 영웅을 음악으로 그리려고 했다. 나폴레옹의 정치적 이념과 음악에서 그가 구현하려고 하는 것이 일치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이러한 베토벤의 기대를 저버리고 혁명의 불길을 침략의 도구로 날조한 악귀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서 1802년 종신 총통으로 취임을 하고 서서히 왕이 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베토벤이 [영웅 교향곡]을 완성한 것은 1804년이었다. 그는 이 작품을 나폴레옹에게 헌정할 생각으로 악보의 표지에 ‘보나파르트에게’라고 써 놓았다. 그런데 그의 귀에 총통이었던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자 베토벤은 분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고 한다.

“그러면 그 녀석도 결국 예사 인간에 지나지 않았단 말인가? 황제라고? 그래서 뭇 사람들의 권리를 짓밟겠다는 거지? 그도 이젠 자기의 야심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군. 이윽고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 하겠지. 그래서 조만간 폭군이 되고 말겠지.”

베토벤은 이렇게 외치면서 ‘보나파르트’라고 쓴 악보의 표지를 갈기 갈기 찢어 버리고 말았다. 영화 [에로이카]에도 베토벤이 선술집에서 악보에 쓰인 이름을 지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 후 베토벤은 이 교향곡에 [영웅]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영웅]은 영화에서처럼 로브코프스키 공의 저택에서 비공개 연주를 가진 후, 1805년 4월 7일 안 데어 빈 극장에서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 작품에 대한 청중의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실린 신문의 음악평에는 ‘이 작품이 일반인에게 이해되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다는 것으로 미루어 당시 음악평론가들조차도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교향곡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 프랑스의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이 작품을 다음과 같은 말로 극찬했다.

“[영웅 교향곡]은 그 착상과 처리에 있어서 균질적인 숭고성을 지니고 있다. 시적 영감으로 충만한 이 작품은 베토벤의 다른 작품에서 보여주는 지고한 영감과 비견할만한 것이었다. 이 교향곡을 들을 때 나는 헤아릴 길 없이 깊은 - 말하자면 고대적인 슬픔이 복받쳐 오름을 느낀다. 하지만 일반 청중은 다만 그 표면적인 것만 받아들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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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찢어버린 악보표지에는 ‘보나파르트’ 라는 타이틀이 지워진채 남아있다.


제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는 소나타 형식으로 먼저 오케스트라 전체가 스포르찬도로 강렬한 인상의 화음을 두 번 반복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영웅]은 첫 마디부터 사람들을 자극한다. 그런 다음 첼로가 주제 선율을 연주하는데, 처음에는 부드럽게 시작하지만 이어서 몰아치듯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간다. [영웅]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웅대하고 힘찬 악장이다.

2악장 아다지오는 장송행진곡이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용사들을 추모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폴레옹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베토벤은 “내 그럴 줄 알고 미리 적합한 음악을 만들었지.”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2악장이다. 이 악장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아주 무겁고 침울하다, 애도 분위기를 조성하는 느린 주제 선율과, 같은 리듬을 반복하며 극적인 효과를 높이는 저음부 반주가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3악장은 스케르초 악장이다. 교향곡의 스케르초 악장은 ‘청중의 즐거움’이라는 하나의 목적에 봉사하는 악장이다. 곡 전체의 분위기가 아무리 무겁고 어두워도, 스케르초 악장에서만큼은 ‘즐거움’을 구사해야 한다. 바로 전 악장이 무거운 장송행진곡이었지만 이 스케르초 악장에서는 익살과 유머가 넘친다. 곡은 현악기의 예리한 스타카토로 시작하는데, 이것이 나중에 다른 악기로 옮겨간다.

4악장은 짧은 경과부와 푸가의 발전부를 가진 변주곡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 강렬한 서주로 시작하는데, 나중에 7개의 변주가 끝나고 나면 코다에서 이것이 다시 등장한다. 거대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코다가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곡이다.

[영웅] 속에 구현되고 있는 영웅적인 경지는 흔히 1악장과 2악장에서 종종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사실 이 작품은 그 마지막 악장에 작품 전체가 압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토벤은 4악장의 주제를 발레음악 [프로메테우스의 창조]에서 따왔는데, 이렇게 주제를 교향적으로 발전시켜 우주적인 광대함을 지닌 음악을 만들어냈다.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처럼 베토벤 역시 이 작품을 통해 교향곡에 활활 타오르는 인간적 혈기를 선사했다. 그리고 그것을 불쏘시개 삼아 그의 후배 작곡가들이 화려한 낭만주의의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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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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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IMDB, Wikipedia, 네이버 미술검색





발행201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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