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파파로티 - 가슴 벅찬 인간승리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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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6회 작성일 16-02-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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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에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이 온갖 역경을 딛고 마침내 꿈을 이루는 성공 스토리를 담은 것이 많다. 사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스토리 전개가 뻔하다. 주인공은 어느 한 분야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가 처한 환경은 그 재능을 펼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헌신적으로 그를 도와줄 스승이 나타난다. 스승은 어린 시절 주인공과 같은 꿈을 꾸었지만 병이나 기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신의 꿈을 접은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주인공을 만나면서 인생이 달라진다. 그를 통해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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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푸치니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 루치아노 파바로티음악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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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불우한 환경에서 제멋대로 자란 주인공은 야생마처럼 잘 길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스승은 인내심을 갖고 제자를 성심성의껏 지도한다. 단순히 기량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길잡이가 되어 주고, 친구가 되어 준다. 처음에는 반항하던 제자는 이런 스승의 태도에 감동받아 차츰 순한 양이 되어 간다. 그러다가 중간에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온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온갖 역경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마침내 성공을 거두리라는 것을.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뻔히 알면서도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보는 것은 즐겁다. 주인공 앞에 닥친 시련과 역경에 가슴 졸이고 눈물 흘리지만 마음은 이미 찬란한 인간승리의 결말이 가져다줄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고 있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으니 영화 속에서나마 불우한 환경의 사람들이 인생 무대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윤종찬 감독의 [파파로티]도 그런 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장호는 조직폭력배이다. 그는 어려서 가족을 잃고 혼자 살다가 외로움과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조직폭력배가 되었다. 이제는 ‘형님들’이 그의 가족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바로 노래이다. 타고난 목소리를 지닌 그는 어려서부터 노래로 이름을 날렸다. 만약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고 장래가 촉망되는 성악도로서 이름을 날렸을 것이다. 하지만 일찍이 주먹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바로 그 때문에 가는 학교마다 다른 학교로의 전학을 권고 받는 기피 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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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불우한 환경의 장호는 조직폭력배로 성장한다.



김천예고는 장호의 네 번째 학교이다. 이 학교에는 상진이라는 까칠한 음악선생이 있다. 젊은 시절, 그는 잘 나가는 성악가였다.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에서 크게 이름을 떨쳐 푸치니의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왕자 역으로 데뷔할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성대 종양이라는 병에 걸리면서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 보아야 했다. 그 후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지방의 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교장의 권유로 성악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장호를 만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부터 삐끗거렸다. 전학 첫날, 장호는 조직의 부하들을 대동하고 학교에 나타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의 차가 상진의 차와 접촉사고를 내고, 상진이 음악선생인 줄 모르는 장호는 불량한 말투와 태도로 그를 대한다. 나중에 교장실에서 장호와 대면하게 된 상진은 노래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던 바로 그 학생이 조금 전에 자기에게 시비를 건 깡패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교장은 상진에게 장호를 콩쿠르에 내보내 학교의 명예를 세워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상진은 장호가 영 못마땅하다. 장호는 ‘파바로티’와 ‘파파로티’를 구별할 줄 모를 정도로 무식하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상진에게 자기 노래 실력을 보여주려고 한다. 하지만 상진은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클래식은 개나 소나 취미로 하는 것이 아니며, 너 같은 깡패 따위가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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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의 불량스러운 모습이 못마땅한 상진은 깡패에게 클래식을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교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결국 상진은 장호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드디어 장호가 상진 앞에서 처음 노래 실력을 뽐내는 날, 이 자리에서 장호는 푸치니의 [토스카] 중에 나오는 테너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부른다. 장호가 노래는 부르는 동안, 상진의 표정이 점점 달라진다. 그는 장호가 놀라울 정도로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잘만 훈련시키면 세계 무대를 누비는 최고의 성악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래가 끝났을 때, 그는 의외로 차가운 반응을 보인다. 아무 말없이 방을 나가버린 것이다. 그 순간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자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좋은 목소리를 가질 수 없다고.

장호에게서 성악가로서의 가능성을 본 상진은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하지만 그전에 할 일이 있다. 그를 주먹세계에서 꺼내오는 일이다. 상진은 장호의 두목을 찾아가 자기 두 발목을 잘라도 좋으니 장호를 조직에서 빼달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두목은 이를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에 장호가 믿고 따르던 선배 창수가 반대파의 칼에 찔려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일로 장호는 조직에서 자유로운 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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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의 목소리에서 재능을 발견한 상진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콩쿠르 참가를 위해 연습을 해나간다.



주먹세계 생활을 정리한 장호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성악 훈련을 받으며, 콩쿠르에 나갈 준비를 한다. 그가 콩쿠르를 위해 준비한 곡은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네순 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 어렸을 때 듣자마자 단번에 마음을 사로 잡았던 곡이자 그로 하여금 성악가의 꿈을 꾸게 한 곡이다. 상진이 너무 어렵다며 말리지만 장호는 콩쿠르에서 반드시 이 노래를 부르겠다고 고집한다.

드디어 대회 날, 장호는 턱시도를 말끔히 차려입고 대회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중간에 깡패들의 시비에 휘말린다. 조직폭력에서 나올 때 다시는 주먹을 쓰지 않겠다고 맹세한 장호는 깡패들이 휘두르는 주먹을 그대로 맞는다. 그리고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대회장에 도착한다. 하지만 대회는 이미 끝난 후, 뒤늦게 도착한 장호를 보고 상진이 심사위원들에게 한 번만 노래하게 해 달라고 사정을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얺는다. 상진과 심사위원들이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갑자기 노래가 울려 퍼진다. 장호가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그가 부른 노래는 꿈에도 부르고 싶었던 그 곡, [네순 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이다. 비록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이 일로 장호의 노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후 상진은 장호를 성악의 종주국인 이탈리아로 유학 보낸다. 그로부터 7년 후, 장호는 유명한 테너가수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기가 [네순 도르마]를 불렀던 바로 그 장소에서 금의환향의 무대를 갖는다. 독창회가 모두 끝난 후, 장호는 자기에게 꿈을 심어주었던 상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상진이 좋아하는 노래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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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 참석은 못했지만 장호는 무대에 올라가 꿈에 그리던 [네순 도르마]를 부른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깡패에게 실컷 얻어맞고 대회장에 늦게 도착한 장호가 무대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네순 도르마]를 부르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이다. 푸치니의 창조력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작곡한 걸작으로 이전의 오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개성과 독창성을 보여준다. 작곡은 1920년에 시작했지만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다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푸치니가 죽은 후, 알파노라는 사람이 푸치니가 남긴 단편적인 스케치와 앞에 나온 몇 가지 동기들을 사용해 오페라를 완성했다. 그리고 1926년 4월 25일 라 스칼라 극장에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투란도트]의 배경은 중국이다. 시간적 배경은 전설 시대라고 나와 있는데, 딱히 어느 시대라기보다 그저 푸치니 상상 속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시공간으로서의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오페라는 북경의 성벽 앞 광장에서 시작한다. 막이 열리면 한 관리가 나타나 포고문을 읽는다. 공주에게 구혼하는 자는 공주가 내준 수수께끼를 맞혀야 하는데, 만약 못 맞추면 참수형에 처해진다는 내용이다.

많은 군중들이 관리가 포고문을 읽는 장면을 바라보는데, 그 자리에는 타타르의 왕자 ‘칼라프’도 있다. 그는 군중 속에서 그동안 헤어져 지내던 아버지 ‘티무르’를 다시 만난다. 티무르는 도피생활 중에 자신을 돌봐준 여자 노예 ‘류’를 아들에게 소개한다. 류는 옛날부터 남몰래 칼라프 왕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달이 떠오를 때가 가까워지자 군중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수수께끼를 맞히지 못한 페르시아 왕자의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다. 망나니가 나타나자 군중들이 “숫돌을 돌려라. 도끼를 갈아라”라고 노래한다. 이때 동자승들이 군중 사이를 지나가며 중국 민요 “동쪽 산 언덕 위에”를 부른다. 사람들은 투란도트 공주에게 자비를 구하지만 공주는 얼음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사형집행을 지시한다. 이때 멀리서 공주를 바라본 칼라프는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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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를 내는 투란도트 공주와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



아름다운 공주를 만나고 싶은 칼라프는 티무르의 만류를 무릅쓰고 수수께끼에 도전하기로 한다. 류가 다가와 “들어보세요. 왕자님”이라며 말리지만 칼라프는 “울지 마라. 류”라고 또닥거리면서도 자기의 결심을 굽히지 않는다. 그는 징을 세 번 울려 수수께끼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이어지는 2막의 배경은 북경의 누각과 왕궁 앞 광장이다. 핑, 팡, 퐁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세 명의 관리들이 등장해 공주가 또다시 잔혹한 일을 벌인다고 한탄한다. 그들은 칼라프에게 지금까지 수수께끼에 도전한 왕자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면서 그를 말리지만 칼라프는 이를 듣지 않는다.

드디어 수수께끼를 풀 시간. 공주가 등장해 자기가 이렇게 잔인해질 수 밖에 없었던 속사정에 대해 얘기한다.

“먼 옛날 이 궁전에서 아주 끔찍한 일이 벌어졌지요. 타타르 군이 궁전으로 쳐들어와 남자들을 모두 죽이고, 우리 여인들을 능욕했답니다. 그때부터 저는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증오했습니다. 나의 미모에 반해 구혼을 해오는 왕자들에게 풀기 힘든 수수께끼를 내고 그것을 맞추지 못하면 그대로 사형에 처해 버렸지요.”

그런 다음 수수께끼를 낸다. 투란도트 공주가 칼라프 왕자에게 수수께끼를 내는 장면은 이 오페라의 클라이맥스에 해당된다. 그녀에게 구혼했던 다른 왕자들과 마찬가지로 칼라프 왕자 역시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사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다른 왕자들과는 달리 칼라프는 수수께끼의 정답을 모두 맞춘다. 마지막 문제는 “불길 속에서 태어난 것은 무엇인가?”인데, 질문이 끝나자 장내에 긴장이 흐른다. 머리를 짜내어 정답을 생각하던 칼라프가 드디어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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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투란도트 오리지널 포스터



“그것은 바로 당신, 투란도트”

이렇게 칼라프가 수수께끼를 모두 맞추자 투란도트의 태도가 돌변한다. 마음속의 증오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아 아직도 낯선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투란도트는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새벽이 될 때까지 자기가 그의 이름을 알아 맞추지 못하면 그때 그의 아내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 후 투란도트는 북경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오늘 밤 잠을 자지 말고 왕자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내라고 명령한다. 그 말을 듣고 백성들은 이제 자기들은 죽어야 한다며 슬퍼한다. 바로 이때 칼라프 왕자는 공주가 자기 이름을 못 맞출 것이며, 아침이 오면 자기가 마참내 최후의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노래한다. 바로 유명한 [네순 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이다.



아무도 잠들어선 안돼.
차가운 방 안에서 사랑과 희망에 떨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공주. 그대도 잠들어선 안돼
그러나 나의 수수께끼는 내 안에 갇혀 있고
어느 누구도 내 이름을 알아내지 못할 것을
날이 밝고 태양이 빛나면
그제서야 나는 그대에게 이름을 말하리라
그대에게 입맞춤을 하면서
비로소 그대를 나의 것으로 만들
그 비밀을 말해 주리라
밤이여. 밝아오라!
저물어라. 별들이여.
나는 승리를 거두리라!
승리를!


테너 아리아의 정수인 이 노래는 부르기가 힘든 난곡 중의 난곡으로 꼽힌다. 특히 마지막에 “빈체로(승리)”라고 노래하는 대목에서 아주 높은 음을 길게 뽑아야 하는데, 웬만한 가창력을 지닌 테너가 아니면 잘 해내기 힘들다. 만약 이 대목에서 높은 음을 거침없이 시원하게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뛰어난 테너 임에 틀림없다. 가사의 뜻 그대로 프로 세계의 진정한 승리자인 것이다. 장호는 비록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이 노래로 진정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가 높은 음으로 ‘빈체로’를 외치는 동안, 찬란한 희열이 가슴 벅차게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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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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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파로티(2012)
    감독

    윤종찬
    출연

    한석규(상진), 이제훈(장호), 오달수(덕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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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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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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