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지식효과 - 연결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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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7회 작성일 16-02-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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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음 글을 읽어 보길 바란다.

만약 풍선들이 갑자기 튀어 올라가면 소리를 운반할 수 없을 것인데, 모든 것이 알맞은 층에서 멀리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닫힌 창문도 소리의 운반을 막을 것인데, 왜냐하면 대부분의 건물들은 방음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작동이 전류의 안정적인 흐름에 의존하는 것이기에 전선의 중간이 잘라지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물론 그 사람이 소리를 지를 수도 있지만 인간의 목소리는 그렇게 멀리 갈 수 있을 만큼 크지 않다. 줄이 장치를 고장 나게 할 수 있는 부가적인 문제도 있다. 그러면 내용에 반주가 없게 된다. 거리가 짧은 게 최상의 상황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면 훨씬 잠재적인 문제가 적어질 것이다. 면대면의 만남이라면 잘못될 것들이 최소가 될 것이다.

다 읽었으면 이 문단을 가리고, 읽은 내용을 가능한 많이 기억해 적어보자. 기억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적었으면 전체 내용에서 몇 개 정도의 문장에 해당하는 내용을 기억해 냈는지 대략 계산해 보기 바란다. 아마도 독자들은 기껏해야 네댓 개 정도의 문장을 기억했을 것이다. 물론 너무 실망하지 말도록.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니. 내용을 기억해내기는커녕,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조차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럼 이번에는 이 글의 마지막에 있는 [그림1]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 어떤 남자가 건물 꼭대기 층 창가에 있는 여자에게 사랑의 세레나데를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스피커를 풍선에 매달아 띄어 올려 사랑 고백을 하는 상황을 묘사하는 그림이다. 그럼 이제 다시 위의 문단을 읽어 보자. 다 읽었으면 이 문단을 가리고, 읽은 내용을 다시 가능한 많이 기억해 적어보자. 이번에는 아마도 앞보다는 훨씬 많은 내용을 기억해 냈을 것이다.

독자들도 아마 이 실습의 의미를 감 잡았을 것이다. 왜 두 번째에는 훨씬 많은 내용을 기억할 수 있었을까? 물론 두 번이나 읽었기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위 단락의 각 문장들이 어떤 상황을 지칭하고 있는지를 그림을 보며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각 문장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글이 묘사하는 내용을 머릿속에 깨끗하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인지과학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여러분들은 “응집성 있는 심성표상(coherent mental representation)”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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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이해와 기억을 위해서는 우리들이 갖고 있는 지식(사전 배경 지식)과의 연결이 필수적이다.
<출처: gettyimages>


이 기발한 실험은 심리학자인 브랜스포드와 존슨이 수행한 것으로, 바로 깊은 이해와 기억 즉 학습은, 우리들이 갖고 있는 지식(사전 배경 지식)과의 연결이 필수적인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일부러 글의 내용을 돌려 표현하고 추상적으로 서술하여 피험자들로 하여금 글 이해와 기억에 필요한 배경 지식을 동원하는 것이 어렵도록 문단을 만든 것이다.

아마 독자들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예전에 서양 소설가(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란 소설을 읽으며, 왠지 깨끗이 이해되지 못하는 것 같은 찜찜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중세 수도원으로, 여기서 수도승들이 죽어가는 이유를 찾아가는 내용인데, 중세와 수도원 등에 관한 배경 지식이 약한 필자로서는 소설에서 기술하는 건물의 구조나 방에 대한 기술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머릿속에 그릴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박경리의 ‘토지’를 읽으면서는 한옥의 생김새, 부엌의 배열 등등 마치 내 자신이 그 상황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경험하며 글을 읽을 수 있다. 왜냐하면 필자 자신이 그런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해리 포터’를 읽으며 호그와트 학교의 모습과 배열 등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았는데, 나중에 본 영화가 그나마 도움이 되었다.


지식효과



우리 사람의 마음 작용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을 하나 들라고 하면, 필자는 주저 없이 우리가 갖고 있는 배경 지식이 이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지각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기억하고, 심지어 추리하고 의사 결정하는 모든 과정에 우리의 배경지식이 때로는 암묵적으로 때로는 의도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오늘의 심리학’을 정기적으로 읽어왔던 독자라면, 이미 읽었던 내용 즉 여러분의 지식을 위의 말에 연결시켜 보자.

같은 물리적 밝기인데도 그림자 쪽에 있는 부분이 더 어둡게 보이는 착시 현상(인간의 지각-세상을 보고 해석하기), 자동적인 주의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스트룹 효과(

주의와 행동 - 멀티태스킹의 조건
), 기억의 왜곡 현상(

인간의 기억 - 사진과 다른 인간기억
), 범주를 이용한 귀납 추리 과정(

귀납추리 - 범주를 사용한 추리
) 등, 이 모든 인지현상을 지식효과라고 부를 수 있다는 말이다.


배우고 가르치기의 출발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연결 짓기



이렇듯 모든 인지 활동에 사전 배경 지식이 중요하기에, 가르치고 배우기 과정의 출발은 바로 이 지식을 점검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즉 충분한 그리고 적절한 배경 지식을 활성화 시키며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야 학습이 일어날 수 있으며, 불완전한 혹은 적절하지 않은 지식이 활성화되거나 혹은 아예 배경 지식이 활성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습은, 위의 실습 예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해도 힘들고 기억에 남을 수도 없다. 적절하게 활성화된 지식이 입력되는 정보를 선택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하며, 기억 용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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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그리고 적절한 배경 지식을 활성화 시키며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야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 <출처: corbis>


필자는 ‘인지심리학’ 과목 강의 전 수강생들이 최소 ‘심리학개론’을 이수했는지를 확인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나중에 수강하도록 권장한다. 개론이라는 배경지식이 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습자들 스스로 자신의 배경 지식을 자발적으로 동원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인지심리학 수강 전에 심리학개론에서 배웠던 인지심리학 관련 용어나 개념을 복습하며 준비하는 학생이 흔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해주는 능동적인 학습자가 있다면 가르치는 강사로서는 더 바랄 바가 없지만 말이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전략의 하나는 강의나 수업 전에 배경지식을 탐사(background knowledge probe)해 보는 것이다. 한두 개의 주관식 문제 혹은 기본 용어나 개념에 관한 설명식 퀴즈를 주고 수강생들에게 한두 문장으로 간략히 대답하게 한다. 물론 이 퀴즈의 목적은 배경지식의 확인이며 점수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님을 숙지해야 할 것이고, 학습 과정을 돕기 위한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수강생들이 얼마나 많이 그리고 정확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가를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며, 그 정도를 수강생들과 공유하며, 학습의 목표나 방향을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배우는 입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오늘의 심리학’의‘ ‘

기억과정 - 공부한 내용의 기억
’에선 언급했던 ‘PQ5R’ 공부 방법의 첫째 ‘훑어보기’와 둘째 ‘질문하기’가 바로 이 배경지식을 동원하는 전략이다. 훑어보며 의문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바로 여러분의 배경지식과 교과서 정보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배워야 할 내용들 즉 개념들에 관해 스스로 평가를 해보는 것이다. 보통 교과서의 한 장 끝에는 그 장에서 중요한 그리고 여러분이 알아야 될 주요 개념들을 목록으로 정리해 놓는다. 그 장을 읽기 전에 각 용어와 개념을 보고, “그 용어를 생전 처음 접했는지(0점)” “그 용어를 들어 보거나 접한 적인 있는지(1점)” “그 용어를 정의 내릴 수 있는지(2점)” 혹은 “그 용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지(3점)” 아니면, “그 용어가 적용되는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는지(4점)” 등을 검토하며 점수를 매기면 된다. 모든 용어들에 대한 총점이 여러분의 배경 지식이 될 것이다. 혹은 “왜 이 용어는 처음 접하는지, 정말 용어와 관련되어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는지”를 돌이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용어와 관련된 지식을 끄집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빈 공책에 빼곡히 노트 필기하는 것이 학습이 아니며, 오히려 낙서처럼 여러 내용이 쓰여 있는 공책의 내용(사전 배경지식)을 새로운 정보와 관련 지으며 다시 정리하는 것이 학습이다.”라는 말을 염두에 두고 공부를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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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브랜스포드와 존슨의 실험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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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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