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가면 속의 아리아 - 죽음을 맞이한 한 예술가의 예술에 대한 감사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댓글 0건 조회 448회 작성일 16-02-06 17:06

본문















14547459786263.png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가면 속의 아리아]는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바리톤 호세 반 담(Jose Van Dam, 1940.08.25~ )이 주인공으로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영화이다. 호세 반 담은 벨기에의 브뤼셀 음악원에서 공부하고 쥬네브 콩쿠르과 툴루즈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61년부터 파리 오페라단의 전속가수로 본격적인 직업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후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최정상급 성악가로 부동의 위치를 지켜왔다. 개인적으로 호세 반 담을 좋아하는데, 남성의 중저음을 담당하는 바리톤이면서도 유연하고 서정적인 목소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큰 소리를 내거나 작은 소리를 내거나, 높은 음, 중간 음, 낮은 음 어느 음역에서건 지나침이 없는 완벽한 균형을 보여준다. 그래서 오페라뿐만 아니라 예술가곡이나 성가에도 잘 어울린다.






14547459792281






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슈베르트 [음악에(An die Musik)] /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제랄드 무어음악 재생
2슈만 [조용한 눈물(Stile Tranen)] /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음악 재생
3말러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노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연주), 칼 뵘(지휘)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가면 속의 아리아]의 프랑스어 원제목은 [음악 선생(Le Maitre De Musique)]이다. 호세 반 담은 여기서 불치의 병에 걸린 후,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키우는 음악 선생 ‘조아킴’으로 나온다. 영화는 조아킴의 독창회 장면으로 시작한다. 불치의 병에 걸린 그는 이 독창회를 끝으로 다시는 무대에 서지 않을 예정이다.





14547459804138




영화 정보 보러가기



죽음을 눈앞에 둔 성악가의 마지막 독창회. 그가 마지막 곡으로 [리골레토 (Rigoletto)] 중 [대신들이여]를 끝내자 관객들이 박수갈채를 보낸다. 그 화려한 박수갈채의 끝자락에서 말러 (Gustav Mahler)의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가 이어진다. 깊은 정감을 담은 잉글리시 혼에 이어 등장하는 하프의 아르페지오. 그런 다음 아련하게 시작되는 노래.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

오랫동안 세상과 떨어져

이제 어느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한다.

그들은 내가 죽은 것으로 생각하겠지.

하지만 상관없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도

부정할 생각도 없어

사실 나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이제 이 세상의 동요로부터 떨어져

조용한 나라에서 평화를 누리고 있네

나만의 천국에서 홀로 살리라

내 사랑 안에서, 내 노래 안에서






14547459841167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92년



평생 죽음의 그림자를 떨쳐버리지 못 했던 말러. 그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도 죽음을 생각했다. 그의 가곡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는 살아 있을 때도 늘 ‘삶의 소외자’로 살았던 말러의 염세주의를 보여준다. 허무주의의 그늘이 짙게 배어있는 무겁고 어두운 이 노래는 영화의 정서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마지막 노래를 부른 후, 조아킴은 은퇴를 선언한다. 병이 깊이 들어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은퇴하는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그 후 그는 친구의 조카 소피와, 소매치기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장이라는 청년을 집으로 데려와 자신의 후계자로 삼는다. 조아킴의 집에 기거하며 그에게 노래를 배우는 동안, 어느덧 소피는 스승을 사랑하게 된다.

날씨가 화창한 어느 날, 조아킴과 소피는 마차를 타고 산책길에 나선다. 두 사람이 함께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Don Giovanni)]에 나오는 [손을 잡고 함께 가요]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 후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고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때 소피는 스승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조아킴은 그녀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 실망한 소피는 소나기가 내리는 들판을 달려간다.

소피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다. 집 안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조아킴이 아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슈만(Robert Schumann)의 가곡 [조용한 눈물]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잠에서 깨어 들판을 헤맨다.

들과 산 위에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내가 아무 근심 없이 자고 있을 때

하늘이 밤새 눈물을 흘린 것이다.

고요한 밤마다 고통의 눈물을 한없이 흘린다.

아침이 되면 사람들이 말한다.

저 녀석은 언제나 즐거운 모양이라고.






14547459848270




산책을 즐기는 조아킴(호세 반 담)과 소피



이것은 슈만이 1840년에 케르너의 시에 곡을 붙인 12개의 가곡 중 한 곡이다. 밤새 아무도 모르게 고통의 눈물을 흘리는 젊은이의 심정이 담담하면서도 미묘한 화성의 변화 속에 담겨 있다.

소피는 창밖에서 아내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스승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녀의 눈에서 조용히 눈물이 흐른다. 그 광경을 보면서 아마 소피는 조아킴과 아내 사이의 든든한 연대감, 오랜 세월 예술과 사랑을 함께 나눈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굳건한 결속감, 사랑 이상의 그 무엇을 느꼈을 것이다. 이 때 흘리는 소피의 눈물은 그것을 깨달은 데에서 오는 좌절의 눈물이 아닐까.

조아킴에게서 집중적으로 성악 훈련을 받은 소피와 장은 젊은 시절 조아킴의 라이벌이었던 스코티 공작이 주관하는 성악콩쿠르에 참가한다. 스코티 공작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다. 그도 한때는 성악가 지망생이었는데, 젊은 시절 경연 대회에서 조아킴과 무리하게 겨루다가 그만 성대를 다치고 만 것이다. 이때부터 스코티는 언젠가는 조아킴을 이기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러다가 조아킴이 제자를 키우고 있다는 말을 듣고, 이번에 자기 제자와 한번 겨루어 보도록 초청장을 보낸 것이다. 조아킴은 제자들을 콩쿠르에 참가시키기로 한다.

장과 소피를 스코티 공작의 집에 데려다 주고 혼자 집으로 돌아온 조아킴. 그는 마지막이 다가왔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래서 생의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그것은 슈베르트의 [음악에 부쳐]. 평생 자신의 동반자가 되어준 음악과 예술에 감사를 보내는 노래이다.





14547459874841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던 예술에 감사를 보내고 조용히 숨을 거두는 조아킴





그대 아름답고 즐거운 예술이여!

마음이 울적하고 어두울 때

그 아름다운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언제나 즐거운 기운 솟아나

마음의 방황 사라집니다.

누구의 멜로디일까요.

꿈결 같은 그 멜로디에

내 마음 어느덧 불타는 정열의 나라로 들어갑니다.

때로는 그대 하프에서 한숨이 흘러나오고

때로는 그대의 달콤하고 성스러운 화음이

더 좋은 시절의 하늘을 내게 열어 보여 주었습니다.

그대 아름다운 예술이여!

나는 그대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대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 노래의 주제는 마지막 가사에 함축되어 있다. 내용적으로도 그렇고 음악적으로도 그렇다. 같은 가사를 두 번 반복해 부르도록 되어 있는데, 처음 것과 그다음 것의 음악적 의미가 서로 다르다. 처음 멜로디가 예술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며 클라이맥스에 이른 후, 이어지는 멜로디는 조용히 같은 가사로 그 시적 의미를 마무리 짓는다. 노래가 끝난 다음에는 피아노 후주가 나와 노래에 여운을 남기고 있는데, 단순하지만 내면의 깊이를 가진 그런 여운이다.



그대 친애하는 음악(예술)이여!

그대에게 감사를 보냅니다.

감사를 보냅니다.


이렇게 조아킴은 한때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던 예술에 감사를 보내고 조용히 숨을 거둔다.





14547459884560




조아킴의 제자인 장과 소피



한편, 스코티 공작의 집에서 대회를 준비하던 장은 공작의 제자 아카스의 목소리가 자기 목소리와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장보다 먼저 알았던 공작은 계략을 꾸민다. 목소리가 똑같다면 먼저 노래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생각해 자신의 제자 아카스가 장보다 먼저 노래를 부르도록 한 것이다. 그전에 그는 먼저 장에게 아카스의 목소리를 들려주어 지레 겁을 먹고 콩쿠르 참가를 포기하도록 만들려고 한다. 당황한 장이 그냥 돌아가려고 하지만, 소피가 그를 붙들어 앉힌다. 그때 장의 머릿속에 공작의 계략을 수포로 돌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드디어 콩쿠르가 시작되었다. 여자인 소피가 먼저 노래를 부르기로 되어 있다. 여기서 그녀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에 나오는 비올레타의 아리아 [언제나 자유롭게]를 부른다. 그런데 화려한 콜로라투라 아리아의 한 대목이 끝났을 때, 갑자기 무대 밖에서 남자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장의 목소리다. 그 소리에 스코티 공작과 아카스가 깜짝 놀란다. 아카스가 먼저 부르기로 되어 있는데, 장이 선수를 쳤기 때문이다. 비올레타가 부르는 [언제나 자유롭게]에는 중간에 짧은 테너 독창이 삽입되는데,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자신들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을 알고 스코티 공작과 아카스는 크게 실망한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스코티 공작은 사람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똑같으니 가면을 쓰고 대결을 해 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장과 아카스는 가면을 쓰고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 먼저 부른 사람은 처음에는 잘 나가다가 고음에서 그만 목소리가 꺾이고 만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무사히 아리아를 마친다. 소피와 스코티 공작을 비롯한 관객들은 두 사람이 가면을 벗기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드디어 두 사람이 가면을 벗는다. 끝까지 무사히 노래를 마친 사람은 바로 장이다. 소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한다.





14547459897483




가면을 쓰고 대결을 펼치는 장과 아카스



그런데 바로 그때 조아킴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 소식을 듣고 소피가 오열한다. 슬픔에 잠긴 소피와 장이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깊은 음영을 지닌 호세 반 담의 목소리로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가 울려 퍼진다.

조아킴의 관을 실은 배가 물위로 천천히 미끄러져 간다. 소피와 조아킴의 아내가 침통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배가 점점 멀어져 간다. 그렇게 레테의 강 저 편으로 사라지며 노래한다.



나만의 천국에서 홀로 살리라

내 사랑 안에서, 내 노래 안에서





통합검색

통합검색 결과 보기




영화정보








14547459903968

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저자의 책 보러가기
|
인물정보 더보기


음원제공

유니버설 뮤직

http://www.universalmusic.co.kr/
14547459904606.jpg

유니버설 뮤직 트위터 / 유니버설 뮤직 페이스북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발행2014.01.1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