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하모니 - 교도소 안에서 울려퍼지는 하모니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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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3회 작성일 16-02-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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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에 교도소나 수용소 같은 척박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들이 많다. 억울하게 갇힌 주인공이 온갖 역경을 딛고 탈출에 성공하는 이야기도 있고, 서로 갈등하던 사람들이 그 모든 갈등을 극복하고 마침내 따스한 인간의 정을 나누는 이야기도 있다. 대개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결말이 뻔하다. 감옥에 갇힌 주인공은 나중에 반드시 탈출에 성공할 것이고, 치고받고 싸우던 사람들은 나중에 반드시 서로 화합할 것이다. 그렇게 시작부터 결말은 정해져 있고, 우리 모두는 그 결말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인공이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감옥에서 탈출했을 때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서로 악다구니하던 사람들이 따스하게 서로를 안아줄 때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이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것이 바로 인지상정(人之常情)에 호소하는 영화가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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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그리그 [페르귄트] 중 [솔베이지의 노래] / 네메 예르비(지휘), 고텐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음악 재생
2슈만 [어린이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 / 랑랑음악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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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는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왔다. 처음 교도소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살인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그녀는 수감 중에 아들 민우를 낳고, 지금 교도소 안에서 민우를 기르고 있다.

하지만 규칙상 재소자는 아이를 낳을 경우 18개월까지만 교도소 안에서 키울 수 있다. 그 후에는 친척이나 기타 돌봐줄 사람에게 맡기거나 이도 없을 경우 입양을 보내야 한다. 정혜는 친척이 없기 때문에 민우를 다른 사람에게 입양 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지만, 그래도 재롱둥이 민우 덕분에 교도소 안에서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정혜와 같은 방에 수감된 사람 중에 음대 교수 출신의 사형수 김문옥이 있다. 방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그녀는 젊은 시절, 남편이 자기 제자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고 이들을 죽인 혐의로 복역 중이다. 그녀에게는 자식들이 있지만 이들은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오명을 씌운 어머니를 원망하고 있다. 그래서 면회도 오지 않고, 전화통화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

한편 전직 프로레슬링 선수였던 연실은 코치가 자기를 등쳐 먹고 돈을 빼돌린 것을 알고 잠깐 겁만 주려고 기술을 썼다가 잘못되어 그를 죽였고, 역시 같은 방에 수감된 화자는 사채를 썼다가 돈을 갚으라는 사채업자의 협박에 시달리다 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방에서 가장 나이 어린 유미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의붓아버지를 죽인 죄로 이곳에 들어왔다. 어려서부터 의붓아버지로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한 유미는 세상을 향한 분노로 마음을 닫아버린 반항아이다. 아버지를 죽인 순간, 엄마가 자신을 질책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엄마에게도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엄마가 그녀를 만나러 면회 신청을 하지만 그때마다 매번 면회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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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안에서 아들 민우와 함께 지내는 정혜



그러던 어느 날, 정혜는 교도소를 방문한 합창단의 노래에 크게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 교도소 안에 합창단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전직 음대 교수인 문옥에게 합창단의 지도와 지휘를 부탁한다. 하지만 막상 합창단을 조직해 보니 어려움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오합지졸의 재소자들을 통솔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소프라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때 정혜는 유미를 머릿 속에 떠올린다. 유미는 음대 성악과 출신이다. 정혜는 어느 날 우연히 유미가 혼자 노래 부르는 것을 듣고 그녀의 노래 실력을 알게 된다.

정혜는 문옥에게 유미를 추천한다. 하지만 아직 타인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은 유미는 자기 엄마뻘 되는 문옥에게 막말을 퍼붓고, 이에 화가 난 문옥은 유미의 따귀를 때린다.

하지만 얼마 후, 유미가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그녀는 문옥을 찾아와 막말한 것을 사과한다. 그런 유미를 문옥은 피아노 앞에 앉힌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친다. 그러면서 문옥은 유미에게 나직하게 속삭인다.



“예전에 우리 딸내미하고 늘상 치던 피아노 곡이 하나 있었지. 많이 힘들지? 나도 힘이 든다. 그래도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남은 시간이라도 열심히 살아야 안 되겠나? 보고 싶은 거 참기 힘들고, 생각나는 거 참기 힘들지만 같이 어울리면서 힘들다 얘기도 하고, 보고 싶다 눈물도 흘리고...”

이런 문옥의 말에 유미가 무너진다. 그녀는 문옥의 품에 안겨 흐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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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옥과 유미



처음에는 오합지졸에 불과했던 합창단이 문옥의 정성 어린 지도 아래 차차 틀을 잡아가기 시작한다. 음치에 가까운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를 때마다 민우를 울게 만들었던 정혜도 집중적인 성악 훈련을 통해 어느덧 남이 들어도 괴롭지 않은 목소리를 갖게 된다.

오랜 연습 끝에 드디어 교도관과 재소자들 앞에서 발표회를 하는 날, 단원들은 모두 힘을 합쳐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결과는 대성공. 합창단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에 대한 상으로 정혜는 아들 민우와 1박 2일간의 특박을 허가받는다. 정혜는 뛸 듯이 기뻐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뿐. 그녀는 교도관으로부터 바로 이날 민우를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정혜. 그녀는 유리창 너머로 다른 엄마의 품에 안겨 떠나는 민우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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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민우를 떠나보내는 정혜



그로부터 4년 후, 교도소에 기쁜 소식이 날아든다. 연말에 있을 전국합창경연대회에 이들 합창단이 특별 초대손님으로 초청받았다는 소식이다. 공연이 끝나고 가족들과의 특별면회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모두들 기뻐한다.

공연 당일, 정혜를 비롯한 단원들이 흰색 드레스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를 부른다.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운 하모니에 관객들이 눈물을 붉힌다. 객석 뒤편에 문옥의 딸이 와서 노래를 듣고, 면회 때마다 만나기를 거부당한 유미의 엄마도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

합창단의 노래가 모두 끝났을 때, 갑자기 객석에 불이 꺼지고, 어디선가 꼬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객석 뒤편에서 어린 소년들이 노래를 부르며 줄지어 무대 위로 올라가 한 사람씩 합창단원의 손을 잡는다. 이때 정혜의 손을 잡은 한 소년. 정혜는 그 아이가 4년 전에 입양 보낸 아들 민우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이들은 그리운 얼굴들을 만난다. 정혜는 민우를 만나고, 화자는 두 딸과 눈물의 재회를 한다. 문옥은 마침내 어머니를 찾아온 아들을 부둥켜안고 “고맙다”를 연발하고, 유미는 만나기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엄마와 눈물의 포옹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행복한 재회의 기억이 채 사라지기 전에, 이들에게 또 다른 이별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동안 미루어오던 문옥에 대한 사형집행이 결정된 것이다. 드디어 사형이 집행되는 날. 감방 식구들이 오열하며 부르는 [찔레꽃]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문옥은 천천히 형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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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합창단을 지휘하는 문옥



영화 [하모니]에는 줄거리 못지않게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는 음악이 있다. 먼저 문옥이 사과하러 온 유미와 함께 피아노로 연주하는 곡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라는 피아노곡이다.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 모두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슈만의 작품 중에서 피아노 곡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슈만의 피아노곡들은 대개 짧은 소곡들을 연곡 형태로 묶어놓은 것이 많다. [나비], [카니발], [어린이 정경], [환상소곡집] 등이 그것인데, 제목을 살펴보면 슈만이 음악을 통해 시적인 이미지를 암시하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에 나오는 [트로이메라이]는 모두 13곡으로 이루어진 피아노 모음곡 [어린이 정경] 중에 나오는 곡이다. 제목에 ‘어린이’라는 말이 들어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어린이를 위해 작곡했다기보다 어른인 슈만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본 일종의 추억 노트라고 할 수 있다. [술래잡기], [조르는 아이], [만족], [트로이메라이(꿈)], [난롯가에서], [약이 올라서] 같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본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소박하고 단순한 멜로디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트로이메라이]는 ‘꿈’을 의미하는 독일어 ‘트라움’에서 나온 말로 ‘트로이메라이’를 해석하자면 ‘꿈을 꾸다’ 정도가 된다. 제목 그대로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정말 꿈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도 아주 행복하고 달콤한 꿈을.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며 문옥은 딸과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던 행복한 시절을 회상한다. 그리고 따뜻한 말로 유미를 위로한다. 유미에게도 아마 그런 행복한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어린이 정경]과 같은 행복한 유년의 기억.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애틋하고 간절한 그 시간들. [트로이메라이]는 그 시간의 기억을 아련하게 끄집어내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있던 유미를 무장해제시킨다.

교도소같이 척박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음악은 어둠을 뚫고 비추는 한 줄기 빛과 같은 것이다. 유미가 부르는 [오! 대니 보이]가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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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와 합창단





오! 대니 보이.

피리 소리가 골짜기에서 골짜기,

산 아래로 울려 퍼지고,

여름은 가고, 장미꽃도 모두 떨어지는데

당신은 가야만 하고, 나는 기다려야만 하는군요.

그러나 당신이 여름일 때 돌아오거나

혹은 골짜기가 조용히 흰 눈에 덮여 있을 때 돌아와도

나는 여기에 있을 거예요.

햇빛이 비치는 곳이건, 그늘이 진 곳이건

오! 대니 보이! 오! 대니 보이! 당신을 사랑해요.



그러나 만약 당신이 꽃들이 모두 졌을 때 돌아온다면

그때 나는 죽었을 거예요.

나도 죽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당신은 내가 죽어 누워 있는 곳에 찾아와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인사하겠지요.

나는 내가 누워 있는 땅을 부드럽고 밟는

당신의 발자국 소리를 들을 거예요.

그러면 내 무덤은 더 따스하고, 행복해지겠지요.

당신이 그곳에서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줄 것이기에

나는 그저 평화롭게 잠자고 있을 거예요.

당신이 나에게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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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



[오! 대니 보이]는 기다림의 노래이다. 살아있는 동안에도, 그리고 죽은 후에도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는 하염없는 기다림의 노래. 이 아련한 기다림의 정서는 마지막에 합창단이 노래한 그리그의 [솔베이그의 노래]로 이어진다.

[솔베이그의 노래]는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가 1874년 초, 노르웨이의 극작가 입센의 시극(詩劇) [페르 귄트]를 위해 작곡한 극음악 중 한 곡으로 [페르 귄트]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은 페르 귄트는 어머니 오제와 단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아들이 몰락한 집안을 일으켜 세울 것을 원하지만 페르 귄트는 어머니의 소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늘 허황된 꿈만 꾸고 있다. 그에게는 솔베이그라는 애인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탕한 그는 마을 결혼식에서 다른 남자의 신부인 잉그리드를 납치해 산속으로 달아난다. 하지만 곧 잉그리드에게 싫증을 느낀 그는 잉그리드를 버리고 산속을 방황한다. 그러다가 산속 마왕을 만나는데, 마왕이 자기 딸과 결혼할 것을 강요하자 놀라서 도망친다.

산에서 나온 페르 귄트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오두막에서 죽어가는 어머니의 임종을 맞는다. 그 후 페르 귄트는 다시 모험의 길을 떠난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큰 돈을 벌고, 그것을 탕진하고, 또다시 돈을 버는 일을 반복한다.

이렇게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동안 어느덧 노인이 된 페르 귄트는 고향이 그리워 그동안에 번 재물을 하나 가득 싣고 귀국길에 오른다. 하지만 도중에 폭풍을 만나 재물을 가득 실은 배가 침몰하고 만다. 다시 무일푼이 된 페르 귄트는 거지나 다름없는 꼴로 산중 오두막을 찾는다. 그곳에는 이미 백발이 된 애인 솔베이그가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다. 늙고 지친 페르 귄트는 솔베이그의 무릎을 베고, 그녀가 노래하는 자장가를 들으면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마친다.

영화에 나오는 [솔베이그의 노래]는 고향에서 페르 귄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솔베이그가 부르는 노래이다. 극음악 [페르 귄트]에서 이 곡의 멜로디는 모두 세 번 나타나는데, 3막에서는 오케스트라로 연주하고, 4막과 5막에서는 소프라노 독창으로 나온다.



그 겨울이 지나 또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

그 여름날이 가면 더 세월이 간다. 세월이 간다.

아! 그러나 그대는 내 님일세. 내 님일세.

내 정성을 다하여 늘 고대하노라. 늘 고대하노라.


[오! 대니 보이]의 주인공처럼 솔베이그 역시 세월과 죽음을 초극해서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노래 부른 이의 순애보적 사랑이 느껴지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노래들. 그 노래들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잔잔한 여운이 되어 가슴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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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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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발행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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