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오케스트라의 소녀 - 모차르트 음악 선율에 실은 아버지와 딸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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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1회 작성일 16-02-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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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절, TV에서 주말마다 보여주는 명화극장은 메마른 일상을 적셔주는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 귀에 익은 20세기 폭스사의 로고 음악에 이어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나오면, 아. 이제 영화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다. 당시 별다른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살던 내 또래의 아이들에게 명화극장은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문화매체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는 모두 명화극장을 보았으며, 월요일 학교에 가면 서로 주말에 본 영화로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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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모차르트 모테트 [Exultate Jubilate] 중 [알렐루야] / 율리아 레츠네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지오반니 안토니니(지휘)음악 재생
2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제2번 / 로베르토 시돈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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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단연 인기는 음악영화였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황태자의 첫사랑], [올리버 트위스트], [남태평양], [사운드 오브 뮤직], [송 오브 노르웨이], [메리 포핀스] 등 그 시절 TV를 통해 수없이 많은 음악영화를 보았다. 지금은 모두 철 지난 영화 취급을 받지만,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에 보았기 때문인지 아직도 그때의 감동이 생생하다. 특히 영화 장면을 보석같이 빛나게 했던 주옥같은 음악들은 세월이 흘러 줄거리를 모두 잊은 지금도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오케스트라의 소녀]도 그런 영화 중 하나이다. 1937년에 만들어진 이 흑백영화의 원제목은 [100명의 남자와 한 명의 소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소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뛰어난 노래 실력을 자랑하는 소녀 배우 디아나 더빈(Deanna Durbin)과, 당대 최고의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Leopold Stokovski)가 직접 출현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에서 대공황의 여파로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던 1930년대이다. 트롬본 주자 존 카드웰은 일자리를 잃고, 딸 패트리샤와 함께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유명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지휘하는 연주회장을 찾아가지만 그에게 제대로 말도 붙이지 못한 채 쫓겨나고 만다. 그런데 그때 카드웰의 눈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지갑이 보인다. 그는 엉겁결에 지갑을 주어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집주인이 그에게 밀린 방세를 내라고 독촉한다. 그 말에 그는 주운 지갑 속에서 돈을 꺼내 방세를 지불한다. 그것을 보고 딸 패트리샤와 그의 친구들은 그가 스토코프스키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에 취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취직되었다는 말에 딸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카드웰은 차마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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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롬본 연주자인 아버지 존 카드웰과 딸 패트리샤



하지만 카드웰의 거짓말은 곧 들통이 난다. 아빠가 스토코프스키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패트리샤는 극장으로 아빠를 찾아간다. 그리고 거기서 아빠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패트리샤는 아빠가 주운 지갑을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한다. 지갑 주인을 찾아가 보니 그녀는 엄청난 부자인 존 프로스트의 부인이었다. 프로스트 부인은 지갑을 찾아준 패트리샤에게 사례하는 의미에서 돈을 주려고 한다. 그러자 패트리샤는 아빠가 집세를 내느라고 이미 써버린 52달러와 택시비 10센트를 합쳐 52달러 10센트만 달라고 한다. 그리고 프로스트 부인이 주는 100 달러를 거절한다. 프로스토 부인은 패트리샤의 정직함에 크게 감동해서 그녀를 파티장으로 데리고 온다. 이 자리에서 패트리샤는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좌중을 압도한다. 노래를 부른 후 부인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패트리샤는 자기 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연주자들이 현재 실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자 부인은 장난처럼 패트리샤가 오케스트라단을 조직해 오면 자기가 후원을 해 주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패트리샤는 뛸 듯이 기뻐하며 아빠에게 이 소식을 전한다. 카드웰은 흩어졌던 옛 동료들을 규합해서 오케스트라단을 조직한다. 그리고 차고를 빌려 연습에 들어간다. 하지만 후원을 해주겠다던 프로스트 부인의 말은 허풍이었다. 그녀는 패트리샤와의 약속은 까맣게 잊은 채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버렸다. 패트리샤는 남편인 프로스트를 찾아가 후원을 해 달라고 간청하지만 그는 실직자들로 구성된 무명 오케스트라를 후원할 마음이 없다고 거절한다.

어떻게 하면 아빠의 오케스트라를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패트리샤는 유명한 지휘자 스토코프스키에게 실직자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 리허설이 한창인 극장으로 몰래 숨어 들어간다. 스토코프스키와 그의 오케스트라는 바그너의 [로엔그린] 3막 전주곡에 이어 모차르트의 [춤추고 기뻐하라. 복된 영혼이여] 중에 나오는 [알레루야]를 연습한다. 오케스트라가 [알렐루야]를 연주하는 것을 듣고, 객석에 숨어있던 패트리샤가 이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스토코프스키는 난데없는 소녀의 등장에 처음에는 놀라지만 그녀의 노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고 지휘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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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코프스키 지휘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패트리샤



이것을 계기로 패트리샤는 스토코프스키와 얘기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스토코프스키에게 아빠가 구성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스토코프스키로부터 곧 유럽으로 연주여행을 떠나 6개월 후에야 돌아온다는 얘기를 듣고 크게 실망한다.

그런데 바로 그다음 날 신문에 스토코프스키가 실직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로 했으며, 프로스트가 이를 재정적으로 후원해주기로 했다는 기사가 실린다. 이것을 보고 실직자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크게 기뻐하지만, 이런 약속을 한 적이 없는 프로스트와 스토코프스키는 크게 당황한다. 패트리샤 역시 이 일을 의아하게 여기는데, 그러다가 문득 자기가 한 일을 기억해 내게 된다. 스토코프스키를 만나기 위해 극장으로 숨어들었다가 어떤 방에서 우연히 신문사에서 온 전화를 받았는데, 그때 그녀가 스토코프스키가 실직자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것이며, 프로스트가 이를 후원할 것이라는 말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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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샤와 지휘자 스토코프스키



자신의 실수로 그런 기사가 났다는 걸 알게 된 패트리샤는 아빠와 단원들에게 신문기사는 잘못된 것이며 다 소용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단원들은 마지막 희망일 수도 있는 기회를 포기하지 않기로 한다. 스토코프스키의 집으로 몰래 숨어 들어가 기습 연주를 하기로 한 것이다. 100명의 단원들이 스토코프스키의 저택으로 살금살금 들어간다. 그런 다음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2번]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스토코프스키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본다. 그러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지휘를 하기 시작한다.

결국 스토코프스키는 100명의 실직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는다. 연주회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 스토코프스키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소녀 패트리샤를 청중에게 소개한다. 패트리샤는 무대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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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트럼본 연주자 존 카드웰, 지휘자 스토코프스키, 연주자 마이클 보로도프



명화극장에서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패트리샤가 부르는 모차르트의 [알렐루야]였다. 어쩌면 목소리가 저렇게 맑고 청아할 수가 있을까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영화를 본 친구들이 모두 그 장면이 가장 인상 깊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래를 따라 부르지는 못 했다.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나와 친구들은 음악영화에 좋은 노래가 나오면 악보를 구해와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부르곤 했다. 하지만 이 노래만큼은 그렇게 하지 못 했다. 아마추어가 부르기에는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이 노래를 부른 디아나 더빈은 당시 17살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 성인 소프라노의 깊이와 풍성함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면이 모차르트의 [알렐루야]를 부르는 데에 장점으로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모차르트의 성악곡 대부분이 그렇지만 특히 이 노래는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불러야 한다. 그래야 노래가 지니고 있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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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의 순수함이 빛나는 패트리샤 역의 디아나 더빈



[알렐루야]는 모차르트가 1773년에 작곡한 [춤추고 기뻐하라. 복된 영혼이여]이라는 3악장 짜리 성악곡의 마지막 곡에 해당된다. 이 곡을 작곡할 때 모차르트의 나이는 17살이었다. 하지만 음악에서는 17살 짜리의 미숙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린아이와 같이 순진무구한 경쾌함은 있으나 유아적이거나 유치하지는 않다. 특히 중간의 느린 악장의 깊은 서정성은 성인의 그것을 능가할 정도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모차르트는 이탈리아의 밀라노에 있었다. 그곳에서 이탈리아 교회음악 양식을 익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 곡을 만들었다. 지금은 소프라노가 부르지만 본래는 모차르트 오페라에 자주 출연했던 카스트라토(거세 남성 가수로 소프라노 소리를 낸다) 베난치오 라우치니(Venanzio Rauzzini)를 위해 작곡했다고 한다. 가사는 라틴어로 되어 있으며, 중간에 레치타티보(말하듯 노래하는 것)를 곁들인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악장은 빠른 악장이다. 오케스트라의 경쾌한 도입부에 이어 독창이 역시 밝은 악상의 노래를 시작한다. 이 악장의 독창 파트는 듣기에는 즐겁지만 16분 음표의 음이 여러 개 들어있는 악구를 빠르게 노래해야 하기 때문에 기교적으로는 매우 어렵다. 가사는 다음과 같은데, 가사의 내용처럼 음악 역시 경쾌하고 씩씩하게 흘러간다.



춤추고 기뻐하라.

오! 너희 축복받은 영혼이여!

달콤한 찬가를 노래하라.

그대들의 노래에 화답하여

하늘과 나와 함께 찬송가를 부를 지어다.


빠른 1악장이 끝나고 나면 오르간의 화음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레치타티보가 이어진다.



친근한 햇살이 빛나고

구름과 폭풍우도 물러갔다.

정의로운 자들을 위하여

예기치 못한 평온이 찾아왔도다.

어두운 밤이 사방에 뒤덮였으니

마침내 기쁨으로 떨쳐 일어나리

이제까지 두려움에 떨었던 너희

이제 기쁘게 바치라.

행복한 새벽에 한 아름의 백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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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생활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아버지와 딸



2악장은 느리게 연주하는 안단테 악장이다. 반주는 현악기만으로 하는데, 전체적으로 온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모든 처녀들의 왕이시여.

우리에게 평화를 내려 주소서.

당신은 제 마음에 탄식을 일으키는

슬픔을 달려 주십니다.


노래가 끝난 후에도 후주는 계속 이어진다. 선율의 끝자락을 느리고 조용하게 마무리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분위기를 바꾸어 빠르고 경쾌한 3악장으로 넘어간다. 3악장에서는 오로지 “알렐루야”만 반복해서 노래하는데, 연주시간은 3분 남짓할 정도로 짧지만 워낙 인기가 좋아 이 곡만 따로 연주하는 경우도 많다.

[알렐루야]는 그늘진 구석 하나 없이 시종일관 경쾌하게 내달린다. 그 발랄함에서 17살의 모차르트가 느껴진다. 영화에서 이 노래를 부른 디아나 더빈도 17살이었다. 17살 소년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17살 소녀. 그 묘한 우연의 일치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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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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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제공

유니버설 뮤직

http://www.universalmus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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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발행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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