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미세스 다웃파이어 - 가정부로 돌아온 아빠와 진정한 가족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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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7회 작성일 16-02-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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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더빙 성우로 일하고 있는 다니엘은 아이들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좋은 아빠이다. 하지만 아내 미란다에게는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맨날 사고만 치는 철없는 남편일 뿐이다. 미란다는 불안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남편을 대신해 집안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젊은 시절, 다니엘의 유쾌하고 낭만적인 성격에 매력을 느껴 결혼했지만, 이제 그녀는 남편의 그런 성격 때문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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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의 해결사(Lasrgo al factotum)] / 토마스 알렌, 네빌 마리너(지휘),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음악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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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진다. 다니엘이 아이의 생일파티를 위해 동물들을 데려와 자기 집은 물론 다른 집 정원의 나무와 꽃까지 모두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회사에서 일하다 이웃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급히 달려온 미란다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집안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동안 참아온 화가 폭발한 미란다는 다니엘에게 이혼을 선언한다.

이혼 법정에서 다니엘은 집도 없고 안정된 일자리도 없다는 이유로 양육권을 박탈 당한다. 아이들하고는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만날 수 없다. 아이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다니엘은 아이들과 만나는 토요일만 손꼽아 기다리며 폐인처럼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다니엘은 우연히 아내가 아이들을 돌볼 가정부를 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얘기를 듣고 다니엘은 미란다가 신문사에 보낼 광고 문안의 전화번호를 슬쩍 바꿔 놓는다. 가정부 후보자들과 미란다가 전화 통화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시킨 것이다. 그런 다음 다니엘은 천의 목소리를 가진 성우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각기 다른 사람인 것처럼 미란다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그때마다 미란다가 도저히 가정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상한 성격의 사람인 것처럼 연기한다. 이렇게 몇 차례 전화를 해서 미란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 후, 다니엘은 자상한 할머니로 변신해 미란다의 호감을 산다. 마음에 드는 가정부를 만났다고 생각한 미란다는 다니엘에게 이름을 묻는다. 그때까지 자신이 연기할 할머니의 이름을 생각해 두지 않았던 다니엘은 일순 당황한다. 바로 그때 테이블 위에 놓인 신문기사의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경찰은 방화로 추정하고 있음”이라는 기사인데, 여기서 “방화로 추정 Doubt Fire”을 따서 자신을 미세스 다웃파이어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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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보고 싶은 다니엘은 가정부로 변신하여 집으로 돌아온다.



그 후 다니엘은 분장 전문가인 남동생 부부를 찾아간다. 그리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나이가 지긋하게 든 할머니로 변신하는데 성공한다. 가정부로 변신해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게 된 다니엘은 예전에 자기가 아이들을 대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다룬다. 아빠일 때는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고 너그러웠지만 가정부로 변신한 후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 아이들이 TV를 보자 리모컨을 어항 속으로 던져버리고, 숙제를 안 하자 벌로 청소를 시킨다. 그동안 매사에 관대한 아빠 밑에서 큰 아이들은 이런 가정부를 못마땅해한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신한 다니엘은 처음에 실수를 연발한다. 생전 처음 요리를 하다가 재료와 냄비를 모두 태운 것도 모자라 자기 옷까지 태운다. 미란다가 올 시간이 임박할 때까지 저녁을 준비하지 못한 그는 결국 몰래 중국 배달 요리를 시킨다. 그리고 마치 자기가 요리한 것처럼 완벽하고 로맨틱한 저녁 식탁을 차린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온 미란다는 식탁 앞에 완벽한 고품격 만찬이 차려진 것을 보고 크게 감동한다. 이 일로 다니엘은 아이들과 미란다에게 완벽한 가정부의 인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한다. 그러는 동안 다니엘은 서서히 가정부 할머니 역에 적응해간다. 처음엔 배달요리로 대강 때웠지만, 요리 프로를 보며 열심히 공부한 덕에 나중에는 정말로 요리를 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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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며 청소하는 미세스 다웃파이어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어느 날 다니엘은 화장실에서 서서 볼 일을 보다가 그 광경을 그만 아들에게 들키고 만다. 놀란 아들이 자기 누나에게 가서 할머니가 사실은 남자라고 소리치자 딸은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한다. 다급해진 다니엘은 아이들을 진정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다니엘은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법원에서 아예 아이들을 못 만나게 할 것이라고 하면서 아들과 딸에게 비밀을 지켜달라고 한다.

그 후로도 다니엘은 완벽하고 자상한 가정부 할머니 노릇을 계속한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신뢰하고 있는 미란다는 그녀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어느덧 그녀가 친정어머니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미란다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털어놓는다. 그것을 들으며 다니엘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자신 때문에 겪었을 미란다의 고충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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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스 다웃파이어와 가족들



가정부로 일하지 않는 시간에 다니엘은 방송국에서 녹화된 필름을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무능력한 진행자가 어린이 프로를 지루하게 진행하는 것을 보게 된다. 자기 같으면 이렇게 안 할텐데 라고 생각한 다니엘은 아무도 없는 세트장에서 혼자 아이들과 놀던 때를 회상하며 프로를 진행한다. 그런데 바로 이 광경을 사장이 보게 된다. 어린이 프로 진행자로서 다니엘의 능력을 눈여겨 본 사장은 그에게 일에 대해 상의할 것이 있다며 레스토랑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날 같은 장소에서 미란다의 가족도 저녁 식사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미란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녀의 남자친구 스튜어트가 마련한 자리이다. 아내의 애인을 견제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좋은 일거리를 놓칠 수 없었던 다니엘은 여러 번 변신을 거듭해 가며 사장과 가족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오간다. 그러다가 실수로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신한 상태로 방송국 사장 앞에 나타난다. 갑자기 할머니 분장을 하고 나타난 다니엘을 보고 사장이 놀라자 그는 임기응변으로 이것이 자기가 생각한 방송 캐릭터라고 둘러댄다. 아이들에게 과학 얘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신식 할머니 캐릭터라는 것이다. 사장은 이것을 매우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로 그 레스토랑에서 다니엘의 정체가 드러난다. 후추 알레르기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스튜어트를 응급조치하다가 그만 가면이 벗겨진 것이다. 이것을 보고 미란다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 일로 다니엘은 법원에서 정신병자 취급을 당해 감시관이 있는 곳에서만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처지가 된다. 아이들을 마음대로 못 만나게 된 다니엘은 몹시 괴로워한다.

한편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어린이 프로를 진행하게 된 다니엘은 이것으로 대박을 터트린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진행자가 된 것이다. 아빠를 마음대로 못 만나게 된 다니엘의 아이들은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진행하는 프로를 보면서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이런 아이들을 보고 미란다는 마음을 바꾼다.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아닌 다니엘을 가정부로 고용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다니엘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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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감시하러 온 법원 감독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케이크를 뒤집어쓴 다니엘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성우인 다니엘이 애니메이션을 더빙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때 다니엘이 더빙하면서 부르는 노래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나오는 피가로의 아리아 [나는 이 거리의 해결사(Largo al factotum)]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작곡한 로시니는 19세기 전반 유럽 무대를 석권했던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이다. 그의 오페라는 재미있는 줄거리와 달콤한 멜로디, 탁월한 무대 감각, 경제적인 짜임새, 뛰어난 관현악법으로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다.

로시니는 20년 동안 모두 37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중 상당수가 흥행에 성공한 덕분에 그는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상당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평생 동안 먹고살 돈을 벌어놓았기 때문일까. 로시니는 39살이 되던 해에 갑자기 오페라 작곡을 중단했다. 그리고 이후 40여 년이 넘는 여생을 놀고먹으면서 보냈다. 그는 선천적인 쾌락주의자였으며, 식도락가였다. 요리에도 취미가 있어 자기만의 레시피를 개발하기도 했는데, ‘로시니 스테이크’라고 불리는 ‘투르네도 로시니’를 비롯해 그의 이름이 들어간 요리가 지금까지 전해내려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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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니 초상화



여러 종류의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로시니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오페라 부파(희극 오페라)였다. 그는 탁월한 유머 감각으로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1816년에 작곡한 [세빌리아의 이발사]이다. 로마의 토레 아르젠티나 극장의 요청을 받고 쓴 이 오페라는 보마르쉐의 희곡에 바탕을 둔 것인데, 초연 당시의 제목은 [알마비바 또는 헛된 경계]였다. 당시 같은 내용을 가진 파이지엘로의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이미 절찬리에 공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시니는 달필의 작곡가였다. 단 3주 만에 오페라 하나를 뚝딱 작곡했다. 침대에 누워서 악보를 그리다가 악보가 바닥에 떨어지면 다시 줍기 귀찮아 새로 작곡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이것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로시니가 아주 빠른 속도로 작곡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마치 노련한 필사가가 남의 악보를 베끼듯 오페라를 단번에 일필휘지로 써 내려갔다. [세빌리아의 이발사]도 그런 작품 중 하나이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단 13일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줄거리는 이렇다. 아름다운 처녀 로지나는 자신의 후견인인 의사 바르톨로의 감시를 받고 있다. 바르톨로는 로지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지만 그녀의 유산을 노리고 하루빨리 그녀와 결혼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따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밤마다 발코니 밑에서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린도로라는 청년이다. 그런데 이 청년은 사실은 린도로가 아니라 알마비바 백작이다. 로지나를 보고 한눈에 반해 신분을 속이고 그녀에게 접근한 것이다. 로지나와 백작은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바르톨로가 로지나를 감시하는 통에 서로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백작은 이발사 피가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피가로는 비록 이발사지만 이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을의 어려운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는 만능 해결사로 통한다. 제1막에 나오는 [나는 이 거리의 해결사]는 피가로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랄라라라라 랄라라

나는 이 도시의 해결사.

어서 일하러 가야지.

새벽이 밝았으니.

아! 아름다운 인생. 행복한 내 인생.

나는 수준 높은 이발사.

아! 훌륭한 피가로. 훌륭해. 아주 훌륭해.

정말 행운 덩어리지.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밤과 낮을 돌고 돌면서

이발사로서 더 이상의 천국은 없어

더 이상의 고귀한 삶은 없어

면도칼과 빗, 란세트와 가위

모두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네.

이것들은 내 직업의 중요한 자산이지.

여인에게도, 기사에게도

아, 아름다운 인생

행복한 내 인생

나는 수준 높은 이발사

모두들 나를 찾고, 모두들 나에게 부탁하지

여인, 소년, 노인, 아이들 모두

여기 가발 좀, 어서 면도를

여기 피가 나, 어서 편지를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아! 바빠라. 아! 정신없어!

제발 한 번에 한 사람씩만 말해 주세요.

피가로, 예. 여기 있습니다.

피가로. 예. 여기 있다구요.

피가로. 여기. 피가로. 저기

피가로, 위로. 피가로, 아래로.

나는 번개처럼 나타나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지.

나는 이 거리의 해결사

아! 훌륭해. 피가로. 아주 훌륭해.

랄라라라라 라라라라라

행운이 끊이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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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이발사 피가로



로시니의 오페라에서는 빠른 템포의 패시지와 동일한 악구가 무한 반복된다. 멜로디는 다르지만 이런 기법은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관용적인 어법이다. 이것은 관성의 법칙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처럼 음악에 일정한 속도감을 부여한다. 한번 속도가 붙으면 절대 멈출 수 없다. 감정이 최고조에 달할 때까지 무한질주를 계속한다.

피가로의 노래도 그렇다. 처음에 호방하게 시작한 피가로의 자화자찬은 템포에 가속이 붙으며 점차 절정으로 치닫는다. 여기저기서 피가로를 불러대는 마을 사람들. 그는 제발 천천히 한 사람씩 얘기하라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여기서도 피가로, 저기서도 피가로. 정신없이 불러대는 장면이 빠른 템포의 패시지로 무한 반복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아! 훌륭해. 아주 훌륭해. 라라라라라”라는 대목이 이르면 템포가 인간의 혀가 허용하는 극한의 경지까지 치닫는다.

여기서 피가로가 자랑한 것처럼 그는 정말로 많은 재주를 가지고 있는 재간꾼이다. 이 점은 천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다니엘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피가로는 세속적인 계산에 밝은 반면, 다니엘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에 있다. 피가로는 로지나와 연결시켜 달라는 백작의 부탁을 돈을 받고서야 수락한다. 그리고 반짝이는 쇠붙이의 불가사의하고 불가항력적인 힘에 대해 노래한다. 반면 다니엘은 더빙 현장에서 자기주장을 내세우다 쫓겨난다.

하지만 다니엘이 무능한 것은 아니다. 현실적이지 못한 처세 때문에 늘 손해를 본 것이다. 그렇다고 그 재주가 어디로 가나. 결국 그는 자신의 재주로 성공한다. 그 모습에 축복을 보내고 싶다. 피가로의 노래를 빌어서.



“아! 훌륭해. 아주 훌륭해. 랄라라라라라……

행복한 인생이야. 앞으로 행운이 계속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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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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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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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Corbis





발행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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