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창의적 환경과 평가 - 창의성을 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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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77회 작성일 16-02-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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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의 본 캐스트에서는 한 사람이 어떻게 하면 창의적으로 될 수 있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자세히 알아보았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환경적인 요소이다. 한 개인이 아무리 창의적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나 분위기가 이를 잘 지지해 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발현이나 창의적인 결과물의 생산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개인을 제외한 모든 다른 변인들을 아울러 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다. 게다가 당연하게도 이 환경이라는 요인 역시 한 사람이 창의적으로 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이 환경이라는 요인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창의적인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



실제로 창의적인 사람들이 꽤 여러 가지 편견이나 부정적 시각으로 인해 그 창의적 발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는 상당히 자주 관찰된다. 특히 그 사람의 연령이 낮을수록 그의 행동이나 사고에 대해서 일반적인 사회적 시선이 언제나 긍정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상당수 학생들이 창의적 능력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이탈의 정도가 심하거나 심지어는 독단적이고 개인적인 모습을 보이며 창의적 결과를 위해 다양한 것들을 비사회적인 방식을 통해 훼손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1)

최인수(2001). 유아의 창의적 특성과 교육적 시사. 미래교육학회지, 8(2). 10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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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 역시 창의적 사람들’에 대해 ‘자기 일에만 몰두하며 타인의 일이나 사회적 책임 등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출처: gettyimages>



우리나라만 그러한 안타까운 현실에 처한 것은 물론 아니다. 1994년에 출판된 미국 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 역시 ‘첨단지식을 주도하는 창의적 사람들’에 대해 ‘자기 일에만 몰두하며 타인의 일이나 사회적 책임 등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는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2) 또한 1960년대의 미국 교사들은 높은 창의성을 가지고 있는 학생보다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으며3) 이러한 경향성은 최근까지도 여전히 서구권 국가에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4)

Gallup. (1994). Survey #22-00807-024. New York: The Gallup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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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zel, J. W. & Jackson, P. W. (1962). Creativity and intelligence: Explorations with gifted students. New York: J. Wiley and 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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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by. E. L. & Dawson, V. L. (1995). Creativity: Asset or burden in the classroom? Creativity Research Journal, 8,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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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러한 갈등과 마찰은 왜 그리고 지금까지 끈질기게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답이 가능하겠지만 우선, 창의가 지니는 다양한 측면들 중 능력이라는 요인에만 중점을 두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은 ‘나의 아이가 창의적인 능력을 길러’ 경쟁력을 지닌 인물로 자라기를 바랄 것이다. 이는 기존의 선행학습 위주의 사교육이 지니는 목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매우 협소한 의미로 창의를 바라보는 관점일 뿐만 아니라 개인 위주의 비생산적인 경쟁 심화라는 국가적 문제와도 결부되어 지양되어야 할 가치관일 것이다. 이러한 경쟁과 능력으로 보는 관점은 결국 상대비교를 위한 모든 것들에 우리의 초점을 맞추게 하며 이러한 비교는 결국 기존의 것들에 비해 어느 정도의 세밀함이나 우위를 지닌 무언가에 집착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이전에 없던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혁신과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는 결과만을 낳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창의적인 사람 못지않게 창의적인 사람과 창의적인 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들과 사회적 풍토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5)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을 창의적인 인물로 만들어 내는가라는 분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어떤 사회적 관점과 환경이 창의적 발현과 평가를 북돋을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이다. 이를 국내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해 온연구자 중 대표적인 인물로 성균관대의 최인수 교수를 들 수 있다. 따라서 본 편 내의 이후 내용은 최인수 교수의 강연(2009년 아주대학교 국제콘퍼런스: 창의적 인재의 선발과 대학의 미래), 저서(창의성의 발견, 2011), 그리고 필자와의 개인적 대화를 통한 내용들이 다수 참조되어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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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관점과 풍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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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의 ‘비너스의 탄생’ <출처: Wikipedia>



위의 그림은 산드로 보티첼리라고 하는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한 화가의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작품이다. 미술사적으로 굳이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그림에 조예가 깊지 않은 필자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살아오면서 몇 번은 봤을 (따라서 너무나도 유명한) 이 그림이 무려 400년 동안 와인저장고에 방치되다시피 보관되어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즉 이 그림은 그려지고 난 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15세기 이탈리아의 당대 최고 화가는 라파엘이라고 모두들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화풍은 요즘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식의 사교육 형태까지 만들어 내었으며 이른바 “라파엘 따라하기”가 대세를 이루었던 시기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화풍을 따르지 않았던 (따라서 창조적이었던) 보티첼리의 그림은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수백 년 후 러스킨이라고 하는 영국의 저명한 비평가가 보티첼리의 작품이 지니는 엄청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그동안의 무지와 방치에 대한 분노에 더해 찬양하는 글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그의 글을 읽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보티첼리의 그림에 대한 엄청난 관심이 일어났고 그 결과 현재 그의 그림은 르네상스의 근원지인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
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전시되어 있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자. 현재의 우리가 보티첼리의 창의적인 그림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은 그 그림을 그린 보티첼리의 때문인가 아니면 그의 그림을 알아본 러스킨 덕택인가? 둘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후자의 안목과 노력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깊다.

비단 한 화가의 재발견이라고 치부할만한 하나의 예로 생각하기에는 우리 주위에 비슷한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중 거의 대부분이 매일같이 쓰고 있는 컴퓨터의 윈도(Windows)라는 운영체계가 좋은 또 다른 예이다. 검은 바탕에 커서가 깜빡이는, 따라서 도무지 쓰고 싶은 엄두가 나지 않는 80년대의 도스(DOS) 형태 운영체제로부터 누구나 쉽고 빠르게 컴퓨터에 친숙해지면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 윈도 시스템은 누가 만들었는지 고맙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것을 누가 만들었을까?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미안하지만 정답이 아니다. 윈도와 같은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최초로 고안해 낸 사람들은 복사기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제록스사(社)의 연구소 중 하나인 팔로알토 리서치 센터(PARC: Palo Alto Research Center)의 연구원들이었다. 이들은 제록스 내부의 연구 업무를 위해 현재의 윈도 운영체계의 모태형태에 해당하는 것을 이미 70년대 후반에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록스의 경영자들은 이 엄청나면서도 획기적인 운영체계가 지니는 잠재력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애플 컴퓨터의 몇몇 사람들이 PARC를 들렀고 그 방문자 중에는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도 있었다. 잡스는 이 시스템이 지니는 엄청난 사용자 편의성과 시장에서의 잠재성을 단박에 알아보았고 이 기술을 이용하여 애플은 발전과 개발에 날개를 달게 된다. 이후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제록스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가졌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만일 그들이 자신들의 PARC에서 개발한 시스템을 밑바탕으로 하여 컴퓨터 시장에 도전해 볼 비전을 지니고 있었다면 제록스는 오늘날 컴퓨터 산업 전체를 지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공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나 IBM보다 열 곱절은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는 컴퓨터를 말할 때 떠오르는 또 다른 거목인 빌 게이츠에 의해서도 전적으로 동의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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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탕에 커서가 깜빡이는, 도무지 쓰고 싶은 엄두가 나지 않는 도스(DOS) 형태 운영체제로부터 누구나 쉽고 빠르게 컴퓨터에 친숙해지면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 혁신적인 운영체제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구의 덕분일까?
<출처: Wikipedia(좌) gettyimages(우)>



스티브 잡스는 이후 PARC의 연구자들을 대거 애플로 스카우트하여 자신의 기업이 성장하는데 일조를 하게 하였다. 자, 여기서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윈도라는 혁신적인 운영체제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구의 덕분인가? PARC의 연구원들인가? 아니면 스티브 잡스인가? 당연히 둘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전자의 역할에만 열광하고 후자의 엄청난 영향력에는 별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는 후자가 전자를 만들어낸 것으로 오해하면서도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후자의 관점과 발굴이 지니는 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창의를 위한 환경 분야의 전문가인 성균관대 최인수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 중 늘 필자의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창의성은 결코 천재 개인만의 몫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창의적인 사람과 결과를 알아볼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창의적이지 못하고 따라서 창의적인 업적은 극소수의 천재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나는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으니 나보다 젊거나 어린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만들어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자포자기식의 마음가짐이고 또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생각이다. 왜냐하면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무언가를 실제적인 성공으로 연결해 낸 성과는 오히려 창의적인 사람들보다는 그것을 창의적이라고 알아본 사람들에게서 더 자주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의적인 나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으로서의 나 역시 더없이 중요하다. 환경과 주변으로서의 나 역시 여전히 창의적인 무언가의 주변인물이 아니라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창의적인 사람을 인정하고 여유 있게 기다려 주며 그에 걸맞은 개방적 사고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사람을 저 멀리 두고 그들이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내겠지 하는 마음가짐으로는 나, 가정, 조직, 국가가 창의적일 수가 없다. 교육자로서, 부모로서, 직장의 상사로서, 선배로서, 또 동료로서 우리 각자가 먼저 개방적이고, 유연해야 하며 추상적 사고를 즐길 수 있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래야만 우리 생애에서 창의적인 무언가를 무심결에 지나치지 않고 알아볼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과 더불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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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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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08.27.



주석


1
최인수(2001). 유아의 창의적 특성과 교육적 시사. 미래교육학회지, 8(2). 103-129.
2
Gallup. (1994). Survey #22-00807-024. New York: The Gallup Institute.
3
Getzel, J. W. & Jackson, P. W. (1962). Creativity and intelligence: Explorations with gifted students. New York: J. Wiley and Sons.
4
Westby. E. L. & Dawson, V. L. (1995). Creativity: Asset or burden in the classroom? Creativity Research Journal, 8, 1-10.
5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을 창의적인 인물로 만들어 내는가라는 분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어떤 사회적 관점과 환경이 창의적 발현과 평가를 북돋을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이다. 이를 국내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해 온연구자 중 대표적인 인물로 성균관대의 최인수 교수를 들 수 있다. 따라서 본 편 내의 이후 내용은 최인수 교수의 강연(2009년 아주대학교 국제콘퍼런스: 창의적 인재의 선발과 대학의 미래), 저서(창의성의 발견, 2011), 그리고 필자와의 개인적 대화를 통한 내용들이 다수 참조되어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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