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원챈스 - 승리의 노래로 꿈을 이룬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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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9회 작성일 16-02-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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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 어디서나 노래를 부르고 싶었죠.

노래가 전부였거든요

지휘자도 내 목소리는 타고났다고 했고

엄마도 난 오페라 가수가 될 거라고 하셔서

미친 듯이 노래했죠.”


1985년 영국 웨일스 지방의 포트 탈봇 출신의 15살의 소년 폴 포츠는 자기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의 말대로 타고난 목소리를 가진 그는 언제 어디서나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그의 유년 시절은 행복하지 못 했다. 내성적인 성격에다 타인에게 그다지 호감을 주지 못하는 뚱뚱한 몸매. 어눌한 말투와 행동으로 늘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다. 때로는 무지막지한 폭력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미친 듯이 노래에 매달렸다. 당시 그의 꿈은 오페라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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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푸치니 [라 보엠] 중 [그대의 찬 손] / 루치아노 파바로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음악 재생
2푸치니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 루치아노 파바로티음악 재생
3베르디 [아이다] 중 [이 세상이여 안녕] / 레온타인 프라이스, 로마 오페라 극장 오케스트라, 게오르크 솔티(지휘)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음원제공: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그가 어느덧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페라 가수의 꿈을 포기한 채 휴대전화 판매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노래에 대한 열정마저 식은 것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오페라에 미쳐있다. 길을 걸을 때나 밥을 먹을 때나 언제 어디서나 오페라를 듣는다. 이런 그를 그의 아버지는 몹시 못 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는 폴이 오페라를 듣거나 흥얼거리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반면에 어머니는 아들의 재능을 인정하고, 언제나 묵묵히 아들을 응원한다.

폴에게는 일 년 넘게 문자와 인터넷 채팅으로 교제해 온 줄리엔 쿠퍼라는 여자 친구가 있다. 하지만 그는 쉽사리 그녀와 만나지 못한다. 그녀가 자신의 외모를 카메론 디아즈와 닮았다고 하자 자기도 이에 질새라 브래드 피트를 닮았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휴대폰 지점장의 장난으로 두 사람이 처음으로 기차역에서 만나게 된다. 카메론 디아즈와 브래드 피트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게 생긴 두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다.

생애 첫 데이트를 하게 된 폴은 줄리엔에게 파바로티가 부른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듣고 오페라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은 돈을 모아서 베니스 오페라 학교에 들어가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줄리엔은 반드시 꿈을 이루라고 그를 격려한다.

폴은 베니스 오페라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지만 꿈을 이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다. 결국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마을에서 열리는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기로 한다. 여기서 폴은 우스꽝스러운 광대 복장을 하고 레온카발로의 [광대] 중에서 [의상을 입어라]를 부른다. 처음에 그가 광대 복장을 하고 무대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에게 야유를 보낸다. 하지만 곧 그 야유가 놀라움으로 바뀐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열정적으로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상금을 받은 폴은 꿈의 도시 베니스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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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서 곤돌라 위에서 오페라를 부르는 폴



베니스 오페라 학교에 들어간 폴은 타고난 미성으로 주목을 받는다. 학교 연주회에서 알렉산드라라는 여학생과 함께 푸치니의 [라 보엠] 중 [그대의 찬 손]이 나오는 장면을 불러 큰 호응을 얻는다.

그러던 중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의 우상인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와서 마스터 클래스를 열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테너인 파바로티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된 폴. 하지만 워낙 긴장한 탓인지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러자 파바로티가 이렇게 말한다.



“오페라는 관객 감성을 사로잡아야 돼. 그런 배포도 없다면 노래는 시작하지 마. 자넨 오페라 가수로선 힘들겠군. 때가 안 된 건지, 영원히 안 될 수도 있고.”

이런 파바로티의 말에 폴은 큰 상처를 받는다. 결국 그는 도망치듯 베니스를 떠난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돌아온 폴은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첫사랑 줄리엔을 찾아간다. 하지만 오랜 연락 두절에 화가 난 줄리엔은 그에게 자기를 다시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차갑게 등을 돌리고 걸어가는 줄리엔의 뒤에서 폴이 처음으로 노래를 부른다. 그리그의 가곡 [그대를 사랑해]이다. 이 노래에 줄리엔의 마음이 눈 녹듯이 녹는다. 그리고 얼마 후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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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과 줄리엔의 결혼식



하지만 결혼 후에도 폴의 시련은 계속된다. 갑상선 종양으로 의사로부터 어쩌면 평생 노래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어느 날 우연히 노래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번에는 엄청나게 큰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 후 폴은 오랫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지낸다. 아내가 벌어오는 쥐꼬리만한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니 생활이 말이 아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부부는 궁여지책으로 TV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 도전하기로 한다. 1등 상금은 무려 10만 파운드!

폴이 무대에 나가기 직전 줄리엔은 남편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다.



“파바로티가 틀렸다는 걸 보여줘!”

30대 후반의 뚱뚱하고 볼품없는 사내가 등장하자 관객들과 심사위원은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가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자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결국 폴 포츠는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최종 결선에서 1등을 차지한다. 온갖 좌절을 딛고 어릴 적부터 꿈꾸어 오던 오페라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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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스 갓 탤런트 TV 프로그램에 참가해 꿈을 이루는 폴 포츠



[원챈스]는 2007년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우승자로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폴 포츠의 삶을 그린 실화이다. 이 영화 말고도 인생역전을 이룬 사람들의 성공신화를 다룬 영화는 많다. 이런 영화의 공통점은 관객들이 이미 결말을 알고 영화를 본다는 것이다. 주인공에게 아무리 큰 시련이 닥쳐도 보는 사람의 마음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왜? 그는 마지막에 반드시 성공할 것이니까. 온갖 역경과 시련을 딛고 결국 자기 인생의 승리자로 우뚝 설 것이니까.

폴 포츠의 도전곡이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는 것이 흥미롭다. 이것이야말로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승리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나오는 오페라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마지막 작품이다. 푸치니의 창조력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작곡한 걸작으로 이전의 오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개성과 독창성을 보여준다. 작곡은 1920년에 시작했지만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다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푸치니가 죽은 후, 알파노라는 사람이 푸치니가 남긴 단편적인 스케치와 앞에 나온 몇 가지 동기들을 사용해 오페라를 완성했다. 그리고 1926년 4월 25일 라 스칼라 극장에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오페라의 배경은 중국의 전설시대이다. 막이 열리면 한 관리가 나타나 포고문을 읽기 시작한다. 공주에게 구혼하는 자는 공주가 내준 수수께끼를 맞혀야 하는데, 만약 못 맞히면 참수형에 처해진다는 내용이다. 타타르의 왕자 칼라프는 군중 속에서 그동안 헤어져 지내던 아버지 티무르를 다시 만난다. 티무르는 도피생활 중에 자신을 돌봐준 여자 노예 류를 아들에게 소개한다. 류는 옛날부터 남몰래 칼라프 왕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달이 떠오를 때가 가까워지자 군중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수수께끼를 맞히지 못한 페르시아 왕자의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다. 사람들은 투란도트 공주에게 자비를 구하지만 공주는 얼음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사형집행을 지시한다. 이때 멀리서 공주를 바라본 칼라프는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만다. 그는 티무르의 만류를 무릅쓰고 징을 세 번 울려 수수께끼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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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 오페라의 한 장면. 얼음 같은 공주와 그녀의 군사들.



2막에서 투란도트 공주는 칼라프에게 수수께끼를 낸다. 칼라프는 공주가 낸 세 개의 수수께끼를 모두 맞힌다. 약속대로라면 공주는 수수께끼를 맞힌 칼라프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공주는 “나는 네 소유가 되지 않겠다.”'고 소리친다. 이때 칼라프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새벽까지 그녀가 자기 이름을 알아맞히면 공주가 승리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3막의 배경은 왕궁의 정원이다. 멀리서 북경 사람들의 합창 소리가 들린다.



“북경 사람들아.

낯선 이방인의 이름을 알아내기 전까지

아무도 잠을 자면 안 왜.

그 이름을 알아내지 못하면

우리는 죽어야만 하네.”


북경 사람들 모두가 잠을 못 자고 있을 때, 칼라프가 계단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노래를 부른다.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이다.



아무도 잠자면 안 돼

아무도 잠자면 안 돼

공주, 그대 역시

그대의 차가운 방에서

사랑의 희망에 떨고 있는

저 별을 보겠지.

그러나 나의 비밀은 내게 있으니

내 이름은 아무도 알 수 없으리

아니, 빛이 퍼져갈 때

내가 그대의 입에 말하리라.

그리고 침묵을 깨는 입맞춤이

그대를 나의 것으로 만들지니

밤이여 밝아오라!

별이여 사라져라!

나의 승리,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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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포츠는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부른다.



노래의 마지막 가사가 이탈리아어로 ‘빈체로(승리)’이다. 그렇게 ‘빈체로’를 두 번 반복하는데, 두 번째 ‘빈체로’가 일종의 클라이맥스이다. 가사도 그렇지만 음악도 그렇다. 이 대목은 정말로 가슴 벅찬 음악의 승리이자 사랑의 승리이다.

오페라에서 칼라프 역을 맡은 테너가 고음의 ‘빈체로’를 초인적인 에너지로 뿜어내면, 객석에서는 으레 박수가 터져 나오게 되어 있다.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객석은 곧 감동의 도가니가 된다. 그리고 그 감동은 마지막 ‘빈체로’에서 절정에 이른다. 도대체 이 대목을 듣고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칼라프는 수수께끼 풀기를 인생역전의 ‘원챈스’로 삼았다. 그리하여 그는 사형을 당할 처지에서 졸지에 절세미인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는 역전을 연출하게 된다. 자기에게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폴 포츠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그 결과 칼라프처럼 인생의 승리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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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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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발행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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