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다크 나이트 라이즈 - 춤곡 파반느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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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32회 작성일 16-02-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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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다크 나이트]의 후속편이다. 전편인 [다크 나이트]에서 주인공 배트맨은 하비 덴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다. 그 후 하비 덴트의 죽음을 계기로 이른바 하비 덴트 법이 발효되는데, 이 법 덕분에 고담 시에서는 범죄율이 현저하게 감소한다. 범죄가 난무하던 도시에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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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라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샤를 뒤투아(지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연주)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음원제공: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배트맨(브루스 웨인)은 하비 덴트를 죽음으로 몰아간 죄를 뒤집어쓴 채 8년째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무렵 고담 시의 평화를 깨뜨리는 악당 베인이 나타난다. 베인의 목표는 고담 시를 ‘해방시키는 것’. 그가 의미하는 해방은 핵 폭탄으로 고담 시를 멸망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악당들은 돈이나 세계정복 같은 탐욕스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악을 저지르지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악당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이상향을 이루겠다는 나름대로 숭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고담 시가 위기에 처하자 브루스 웨인은 8년간의 은둔생활을 청산하고 배트맨으로 돌아올 준비를 한다. 하지만 그는 이미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예전의 강한 그 배트맨이 아니다. 8년 전 짐 고든 청장의 아들을 구해주고 추락하는 바람에 다리를 다친 상태이고, 자신감도 많이 저하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일어난다. 베인 일당과 대결하기 위해 다친 다리를 치료하고 몸을 단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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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



그 사이에 베인은 증권거래소에 난입해 주가를 조작해서 브루스의 재산을 모두 날려 버린다. 이때부터 베인과 브루스 웨인 사이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결국 브루스는 베인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된다. 베인은 브루스를 죽이지 않고, 절대로 탈출이 불가능한 북아프리카의 지하 감옥에 그를 가두어 버리는데, 이 감옥은 예전에 베인이 갇혀 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 다음 그는 배트맨이 사라진 고담 시를 장악하기 시작한다.

베인은 핵 융합로를 확보하고, 핵물리학자인 파벨 박사를 시켜 코어를 중성자 폭탄으로 개조한 후 코어와 원자로를 분리한다. 베인 일당을 막기 위해 3000명에 달하는 경찰이 출동하지만 베인은 시멘트에 묻어 두었던 폭탄을 폭발시켜 경찰들을 지하에 가두어 버린다. 그런 다음 고담 시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을 죽이고, 다리를 비롯한 중요 건물들을 파괴한다. 또한 웨인 그룹의 응용과학 부서를 장악해서 텀블러를 비롯한 장비를 가로챈다.

그 후 축구 경기장에 나타나 수만 명의 관람객들에게 중성자 폭탄을 공개한 베인은 그것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파벨 박사를 공개처형한다. 그리고 이 폭탄의 스위치를 시민 중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데, 누구라도 도시를 빠져나가면 그가 폭탄을 터뜨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원자로에서 분리된 중성자 폭탄은 서서히 폭주해 다섯 달 뒤에는 자동으로 폭발하게 되어있지만 베인은 이 사실을 시민에게 알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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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과 악당 베인



지하 감옥에서 이 모든 광경을 TV를 통해 지켜보던 브루스는 분노한다. 그가 갇힌 감옥은 우물처럼 깊게 파인 구덩이인데, 머리 위로 하늘이 보인다. 하늘을 보면서 죄수들은 쉽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탈출을 시도한다. 그런데 몸에 밧줄을 묶고 상당히 높은 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마지막 점프에서 번번이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지금까지 수많은 죄수들이 탈출을 시도했지만 단 한 명의 꼬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탈출에 성공하지 못 했다. 브루스는 그 꼬마가 어떤 용병의 아내가 감옥에서 낳은 아이였으며, 그 아내는 죄수들 손에 죽었지만 꼬마는 탈출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브루스는 동료 죄수들의 응원을 받으며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다가 꼬마처럼 밧줄을 매지 않고 맨몸으로 해보라는 교도소 의사의 충고를 받아들여 맨몸으로 위험천만한 암벽을 오른다. 그 결과 마침내 탈출에 성공한다.

브루스가 고담 시로 돌아왔을 때는 핵 폭탄의 폭발이 불과 15시간밖에 남지 않은 때였다. 브루스는 배트맨으로 변신해서 베인에게 붙잡혀 사형 직전에 있던 경찰들을 구하고, 지하에 매몰되어 있던 경찰들을 구출한다. 그리고는 빌딩 벽에 불꽃으로 배트 시그널을 만들어 배트맨의 귀환을 알린다.

아침이 되자 배트맨은 폴리 부청장이 이끄는 3000명의 경찰들과 함께 베인 일당들과 육박전을 벌인다. 베인과 일대일로 맞붙은 배트맨은 그의 약점인 마스크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그를 쓰러뜨린다. 베인을 쓰러뜨린 배트맨은 그에게 폭탄의 스위치를 숨겨놓은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동안 한 편이라고 생각했던 미란다라는 여자가 배트맨을 칼로 찌른다. 이때 미란다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자신의 본명은 탈리아로 지하감옥에서 탈출한 꼬마가 바로 자신이며, 베인은 그 감옥에서 탈리아를 지켜준 수호자였다는 것이다. 그녀는 브루스를 사랑하는 척했지만 이것은 모두 연기였다. 도와주는 척하면서 베인에게 경찰의 움직임을 알려준 밀고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중성자 폭탄의 스위치를 가진 시민이 바로 탈리아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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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나 역의 앤 해서웨이



폭탄이 터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고작 11분. 탈리아는 타이머의 제한시간이 될 때까지 폭탄을 사수하기로 하고 배트맨을 베인에게 넘기고 텀블러로 쫓아가 트럭에 옮겨 탄다. 배트맨은 배트윙을 타고 탈리아를 추격한다. 하지만 추격전 끝에 폭탄을 실은 트럭이 지하차도에 떨어지고, 탈리아는 그 충격으로 사망한다. 폭탄 해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배트맨은 최후의 수단으로 배트윙에 폭탄을 매달고 바다로 날아간다. 곧이어 핵 폭탄이 바다에서 폭발하고, 배트맨은 핵 폭탄과 함께 사라진다.

배트맨의 희생으로 고담 시는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 일로 배트맨은 고담 시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다. 웨인 가의 저택 마당에는 브루스 웨인의 묘비가 세워지고, 고담 시는 배트맨의 동상을 세워 그의 업적을 기린다.

그로부터 얼마 후, 브루스 웨인을 늘 옆에서 보필했던 알프레드는 이탈리아 여행 중 들른 카페에서 맞은편 테이블에 여자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는 브루스를 발견한다. 그는 브루스와 살짝 눈인사를 나눈 후 자리를 뜬다.

영화의 전반부, 하비 덴트 특별법과 관련해 브루스 웨인이 주관한 자선 파티에서 브루스가 셀리나라는 여성과 함께 춤추는 장면에서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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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나와 춤을 추는 브루스



라벨은 드뷔시와 함께 현대 프랑스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특히 피아노와 관현악 분야에 독창적인 작품을 남겼다. 프랑스 국경 바스크 지방 출신으로 아버지는 스위스계, 어머니는 스페인계로 알려져 있다. 라벨의 아버지는 한때 음악가의 꿈을 가졌던 열렬한 음악 애호가였는데, 어린 아들이 음악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아들을 뒷받침했다. “어린 시절 나는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모든 종류의 음악을 받아들였다.” 라벨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라벨은 어머니를 대단히 좋아했다. 그녀는 마드리드에서 성장한 스페인계 바스크인이었는데, 라벨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불러주는 스페인 민요를 듣고 자랐다. 아마 이것이 그의 음악적 감수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라벨의 음악 중에 유독 스페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 것이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영화에 나오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물론이고, 라벨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볼레로]를 비롯해 [스페인 랩소디], 발레곡 [어미 거위] 중에 나오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위한 파반], 오페라 [스페인의 한 때] 등이 모두 스페인 정서를 바탕으로 작곡한 것이다.

젊은 시절 라벨은 앙드레 제달즈에게 관현악법을 배웠다. 이때 관현악기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하며 각 악기가 가지고 있는 음향적 가능성을 최대한도로 끌어낼 수 있는 지식과 감각을 익혔다. 그 후 그는 관현악의 대가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그가 편곡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지금도 ‘관현악법의 교과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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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케스, [스페인 왕녀 마르가리타 테리사], 17세기경, 유화, 루브르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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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뛰어난 관현악곡을 많이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본래 피아노곡이었던 것을 나중에 관현악을 위한 곡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그가 작곡한 피아노 작품의 대부분이 그 자신의 손에 의해 관현악곡으로 편곡되었는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그중 하나이다.

라벨이 이 곡을 처음 작곡한 것은 그의 나이 24살 때였다. 라벨은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아주 좋아했는데, 어느 날 루브르 박물관에서 벨라스케스가 그린 [왕녀 마르가리타의 초상]이라는 그림을 보고 이에 영감을 받아 피아노를 위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작곡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1년 후에 라벨은 이 곡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했다.

‘파반느’는 16세기 초, 스페인에서 발생해 이탈리아 궁정에서 널리 유행한 춤이다. 느린 템포의 2박자 혹은 4박자 음악에 맞추어 공작새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동작으로 춤을 추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궁정에서 널리 유행했는데,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 춤 자체는 없어지고, 춤출 때 연주되었던 음악만이 춤곡 양식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다가 18세기에 이르러 춤곡 양식이 쇠퇴하면서 더 이상 작곡가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라벨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통해 과거의 양식으로 치부되던 파반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는 어린 공주의 앳된 얼굴에서 죽음을 읽은 것일까.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지금은 지나간 먼 옛날, 쇠락한 왕가의 이야기가 신비로움으로 다가온다. 목관 5중주의 몽롱한 바탕색에 하프와 현악이 신비의 옷을 입힌 음악. 본래는 피아노를 위해 작곡되었지만 영화에 나오는 관현악 편곡이 오리지널 피아노곡보다 훨씬 색채가 풍부하고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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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에드윈 오스틴 애비(Edwin Austin Abbey)가 그린 파반느 춤을 추는 장면



비록 춤곡이라지만 이 곡은 파티의 배경음악으로 쓰기에는 조금 부적절한 면이 있다. 가볍고 경쾌한 왈츠나 미뉴엣과는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이 곡이 나오기 전에 가벼운 왈츠가 나온다. 그런 다음 셀리나가 브루스에게 곧 폭풍이 몰려올 것이라고 얘기하는 장면에서 전혀 분위기가 다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깔린다. 셀리나의 예언에 대한 하나의 징후일까. 음악은 신비하면서도 어둡고 관능적이며 때로는 우울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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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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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네이버 지식백과





발행201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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