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사랑은 선율을 타고 - 음악 경연대회를 배경으로 한 피아노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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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0회 작성일 16-02-0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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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연주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국제 콩쿠르 우승은 츨세의 지름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콩쿠르에서 우승만 하면 연주자로서 탄탄한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콩쿠르에 도전한다. [사랑은 선율을 타고]의 주인공 폴 디트리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폴은 피아니스트이다. 하지만 나이 서른이 되도록 피아니스트로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일찍이 미드웨스턴 콩쿠르에 출전해 결선까지 올랐지만 아깝게도 3등에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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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3번] 1악장 / 마르타 아르헤리치, 델라 스비쩨라 이탈리아나 오케스트라(연주), 샤를 뒤투아(지휘)음악 재생
2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3번] 3악장 / 마르타 아르헤리치, 델라 스비쩨라 이탈리아나 오케스트라(연주), 샤를 뒤투아(지휘)음악 재생
3리스트 [피아노협주곡 1번] 3악장 / 라자르 베르만,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지휘)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음원제공: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결과에 실망한 폴은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포기하기로 한다. 더 이상 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기 싫었던 그는 여기저기 취직자리를 알아본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아나벨라 힐만 콩쿠르에 도전해 보라고 권유한다. 폴의 나이 이제 서른. 대부분의 콩쿠르는 출전자의 나이를 서른 살까지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콩쿠르가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결국 그는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여 힐만 콩쿠르에 출전한다.

그런데 콩쿠르 기간 중에 한 여자가 폴에게 아는 척을 한다. 역시 같은 콩쿠르에 출전한 하이디이다. 하이디는 2년 전에 열렸던 탱글우드 페스티벌에서 폴을 보았다고 하면서 반가워하지만 폴은 일부러 그녀를 모르는 척한다.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콩쿠르에만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드디어 결선에 진출할 6명의 참가자를 발표하는 날. 폴은 하이디와 함께 6명의 결선 진출자에 뽑히게 된다. 이제 일리노이에서 온 폴과 매사추세츠에서 온 하이디, 캐나다에서 온 마크, 이탈리아에서 온 마이클, 소련에서 온 타티아나, 뉴욕에서 온 제리, 이렇게 6명이 결선에서 겨루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큰 사건이 벌어진다. 소련 참가자 타티아나의 선생이 망명을 한 것이다. 바로 눈앞에서 스승이 자기를 버리고 가는 것을 목격한 타티아나는 큰 충격을 받는다. 정신적 충격으로 타티아나의 결선 참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 되자 주최측은 논의 끝에 결선 일자를 일주일 뒤로 미룬다.

이 와중에 폴은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중병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는 콩쿠르에 계속 참가해야 할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 취직을 위해 음악교사 면접을 받아야 할지 갈등한다. 이렇게 심리적 갈등을 겪고 있을 때 하이디가 폴에게 다가온다. 두 사람은 서로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덧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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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과 하이디는 같은 콩쿠르에 출전한 경쟁자이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콩쿠르가 진행되는 동안 예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몇 달을 열심히 연습했는데, 같은 곡을 앞 번호 출전자가 연주한다고 하는 바람에 갑자기 연주곡을 바꾸기도 하고, 오케스트라와의 리허설 도중 지휘자와 곡 해석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한다. 폴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3악장으로 도입하는 부분에서의 해석이 지휘자와 맞지 않아 지휘자가 화가 나서 자리를 뜨는 일을 겪는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폴의 해석에 동의함으로써 리허설은 무사히 끝을 맺는다.

폴과 하이디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금메달을 놓고 겨루는 경쟁자이기도 하다. 결선에서 1등을 차지한 사람에게는 2만 달러의 상금과 함께 2년간 50회의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폴과 하이디는 둘 중 누가 우승을 하든 상대방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2만 달러의 상금을 함께 쓰기로 한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되었다. 마크는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 폴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마이클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하이디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6번], 타티아나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제리는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결선은 이틀에 걸쳐서 치러지는데, 폴은 첫째 날, 하이디는 둘째 날 연주가 잡혀 있다.

결선 첫날, 폴은 무사히 베토벤 [황제]의 연주를 마친다. 그런데 둘째 날, 하이디가 연주할 때 문제가 생긴다. 하이디는 본래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6번]을 연주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1악장 도입부를 연주하는 동안에 피아노에 이상을 발견한 것이다. 하이디는 당황해서 연주를 멈추고, 관객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무대 뒤로 돌아온 하이디는 지휘자에게 다른 곡을 연주하겠다고 한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이 아닌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겠다는 것이다. 지휘자는 프로코프예프를 연주하려면 전혀 다른 오케스트라와 악기가 필요하다며 거절한다. 그러자 하이디는 2주 전부터 다른 연주를 위해 이미 이 곡을 연습하지 않았냐고 하면서 고집을 부린다. 결국 지휘자는 하이디의 뜻에 따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모차르트가 아닌 프로코피예프를 연주한다고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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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코피예프



연주가 모두 끝나고 이윽고 수상자를 발표하는 순간. 폴은 은메달에 그치고, 영예의 금메달은 하이디에게 돌아간다. 폴은 우승한 하이디를 축하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 밀려드는 실망감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사실 그는 하이디가 그렇게 잘 칠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두 사람 중 누가 우승하든 상대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자고 얘기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하이디가 우승하는 것을 보니 사심 없이 그녀를 축하해주기가 힘들어진다. 폴보다 나이가 어린 하이디는 앞으로도 기회가 많지만 폴은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큰 절망감에 빠진다.

2만 달러의 상금을 받은 하이디는 폴에게 그 돈을 가지고 함께 여행을 가자고 하지만 폴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그는 아픈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서 짐을 싼다. 하이디는 이런 폴의 태도에 몹시 실망한다. 마이클의 집에서 열리는 우승자를 위한 파티에 참석하지만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집으로 돌아간다던 폴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폴은 잠시 하이디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고 하이디가 환하게 웃는다.

국내에서는 [사랑은 선율을 타고]라는 다소 구태의연한 제목으로 개봉되었지만 이 영화의 원제목은 [Competition(경연대회)]이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영화는 피아노 콩쿠르의 전 과정, 예선과 결선 장면은 물론이고, 참가자들이 연주곡목과 연주 순서를 정하고, 자기가 연주할 피아노를 고르고, 오케스트라와 리허설하는 장면까지 콩쿠르의 구석구석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러니 당연히 피아노 곡이 많이 나온다. 특히 마지막 결선에서 6명의 참가자들이 연주한 6곡의 피아노 협주곡은 비록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한 곡도 빠짐없이 소개된다. 이 중에서 단연 주목을 받는 곡은 주인공 폴과 하이디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다. 특히 콩쿠르 우승자인 하이디가 연주한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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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피아노 콩쿠르 대회의 경연 모습



영화에서 하이디가 본래 연주하기로 되어 있던 모차르트를 포기하고 갑자기 프로코피예프로 바꾼다는 설정은 사실 조금 억지스러운 데가 있다. 프로코피예프의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일단 오케스트라 단원이 더 있어야 하고, 모차르트 곡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악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문제는 다른 참가자의 협주곡을 연주하기 위해 이 곡의 연주에 필요한 악단과 악기가 이미 확보되어 있는 바람에 해결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색을 표명하는 지휘자에게 하이디는 그의 오케스트라가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와의 협연을 위해 2주 전부터 이 곡을 연습해 왔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오케스트라가 다른 피아니스트와의 협연을 위해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을 연습해왔지만 하이디와는 한 번도 리허설을 해 보지 않은 상태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콩쿠르의 결선 무대에서 오케스트라와 한 번도 호흡을 맞추어보지 않은 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얼마나 넌센스인가. 더구나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같이 에너지가 넘치는 곡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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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코프예프 (1918)



여하튼 영화에서 하이디는 이 난해한 프로코프예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무사히 연주해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한다. 이 곡을 작곡한 프로코프예프는 현대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그는 스트라빈스키나 쇼스타코비치처럼 대담하지는 못하지만 현대 작곡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매우 건강하고 간결한 방법을 사용해 사람의 마음에 직접 와 닿는 음악을 작곡했다.

프로코피예프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작곡과에 이어 피아노과를 졸업할 때, 수석 졸업생에게 주는 루빈시타인 상을 탈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이렇게 누구보다 피아노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피아노 협주곡을 모두 5곡이나 작곡했다. 1912년 [피아노 협주곡 제1번], 1913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발표했으며, 1916년부터 제3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이듬해인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다. 그러자 신변의 불안을 느낀 그는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리고 그 후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10여 년을 살았다. 제정 러시아 시대에 구상을 시작한 [피아노 협주곡 3번]은 1921년, 망명지인 프랑스의 브르타뉴에서 완성되었다.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듣는 사람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 강렬한 인상의 요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제까지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볼 수 없었던 피아노의 타악기적 울림이다. 고전시대를 거쳐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도록 피아노는 늘 노래를 불러왔다. 느리고 서정적인 노래, 빠르고 리드미컬한 노래, 격정적이고 비극적인 노래 등 색깔과 분위기는 달라도 피아노는 늘 노래를 지향했다.

피아노 선생들이 레슨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노래 불러. 노래 부르란 말이야.”이다. 나도 어렸을 때 피아노 선생으로부터 이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피아노로 노래 부르라는 말은 피아노가 선율악기라는 전제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피아노가 선율악기이기만 한 것일까. 아니다. 피아노는 해머로 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타악기이기도 하다. 프로코피예프는 이런 피아노의 타악기적 특성에 주목했다. 그래서 이런 특성을 십분 살린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공격적이고 야성적이다. 더 이상 노래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한다. 서정적인 대목에서조차 이성적이고 싸늘하다. 깔끔하게 반짝이다가 격렬하게 포효한다.

영화에서 하이디가 프로코피예프를 연주하는 동안, 무대 뒤에서 연주를 듣던 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하이디의 연주를 들으며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일까. 건반 위를 난무하는 하이디의 현란한 손가락과 폴의 어두운 표정이 묘한 콘트라스트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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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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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발행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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