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역사 에스파냐의 전략 - 에스파냐 잉글랜드 전쟁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댓글 0건 조회 409회 작성일 16-02-07 08:29

본문















14548013996415.png



상품 정보



14548013997976.jpg





개요표


에스파냐 잉글랜드 전쟁 개요

전쟁주체


에스파냐, 잉글랜드, 네덜란드

전쟁시기


1580년대

전쟁터


현재의 에스파냐, 네덜란드, 프랑스 북부, 잉글랜드, 아일랜드, 대서양 일부지역

주요전투


아조레스, 에디스톤 암초, 그레이브라인






관련링크

통합검색 결과보기





대함대냐? 별동대냐?







14548014006122




산타크루즈 후작은 아일랜드에 대한 양동작전을 실시하여 잉글랜드의 주력을 유인한 후 대군을 실은 대함대를 잉글랜드 본토로 보내어 기습상륙을 실시할 것을 주문하였다.



펠리페 2세는 잉글랜드 공격을 ‘영국의 역(役): English enterprise’라고 칭하였고 자신이 믿는 하나님이 성공을 이루어 줄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곤 하였지만 잉글랜드 원정은 종교적 수사(修辭)가 아닌 실질적인 계획과 동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었다. 일단 원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어떻게 잉글랜드를 공략할 것인가를 정해야 했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였다. 전쟁을 계획하고 지휘해야 하는 주요 인물들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왕의 최측근이며 에스파냐의 모든 행정을 총괄하고 있던 대신(大臣) 돈 후안 데 주니가(Don Juan De Zuniga)는 대군에 의한 직접적인 상륙작전을 건의하였다. 이는 잉글랜드에 대한 공격은 엄청난 재정의 소모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에스파냐가 수비를 위주로 한 장기전을 하여도 잉글랜드와 네덜란드를 충분히 말려 죽일 수 있다는, 에스파냐 정부 일부 인사들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주니가의 논리는 잉글랜드를 확실히 꺾지 않는 한 잉글랜드는 계속하여 에스파냐를 괴롭힐 것이기 때문에 수비위주의 전략 역시 엄청난 비용이 들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소모를 줄일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잉글랜드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그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14548014014697




파르마 공작은 네덜란드 주둔군 중 일부를 별동대로 편성해 잉글랜드에상륙,런던을 향하해 진공하여 함락시킨다는 작전을 주장했다.



사실 어떤 작전을 채택하건 간에 잉글랜드에 대한 대규모 상륙은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에 주니가의 건의는 구체적인 작전이라기보다는 에스파냐의 기본적인 전략적 방향 정도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에스파냐의 해군사령관이자 유능한 제독이었던 알바로 데 바잔(Alvaro de Bazan, 산타크루즈 후작侯爵)이 1586년 2월에 펠리페 2세에게 점증하고 있던 잉글랜드 선단의 공격에 대한 적극적인 방책을 세워야 한다는 상소를 올리자 펠리페는 산타크루즈에게 작전을 입안할 것을 명하였고 산타크루즈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계획을 짜기 시작하였다. 1586년 3월 22일에 펠리페 2세에게 올려진 작전계획서 초안(草案)에서 산타크루즈는 아일랜드에 대한 양동(陽動)작전을 실시하여 잉글랜드의 주력을 유인한 후 대군을 실은 대함대를 잉글랜드 본토로 보내어 기습상륙을 실시할 것을 주문하였다. 산타크루즈는 작전이 성공하려면 대형 전투함 150척과 함께 5만 5천의 대군과 그 식량, 화약, 대포를 실어나를 지원함 400척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산타크루즈의 계획서에는 공격뿐만 아니라 사전준비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도 들어있다. 일단 메디나-시도니아 공작이 안달루시아에서 병력과 지원함들을 모으고 전투 함선과 수병은 리스본에 집결하여 산타크루즈의 지휘를 받게 되어있었다. 비스카야에서는 8척의 무장상선과 4척의 소형 갤리온(Galleon)이 소형선단을 형성하고 대서양 항해로 잔뼈가 굵은 후안 마르티네스 데 리칼데의 지휘를 받게 되어 있었다.

산타크루즈의 작전에 대한 준비가 시작되기도 전에 에스파냐의 네덜란드 주둔군을 지휘하고 있던 파르마 공작(duque de Parma)도 펠리페 2세에게 서신을 보내어왔다. 1586년 4월 20일의 서신에서 파르마 공작은 철저한 비밀을 전제로 하여 네덜란드 주둔군을 나누어 3만의 보병과 500의 기병을 잉글랜드 공격을 위한 별동대로 편성할 수 있다고 쓰고 있다. 이 별동대가 수송선 수백 척에 나누어 승선, 플랑드르 해안에서 출발하면 바람이 없어도 10~12시간, 순풍을 타면 불과 8시간 후에 도버와 마게이트(Margate) 사이의 해안에 도착하게 된다. 이 상륙군이 런던을 향하여 진공하여 함락시킨다는 것이 파르마 공작의 작전이었다. 파르마 공작은 자신의 계획이 누설될 것에 대비하여 에스파냐에서 발진한 함대가 도버해협으로 진입하여 도버 인근의 잉글랜드/네덜란드 함선을 유인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산타크루즈의 작전과 비슷하였지만 네덜란드 주둔군이 주(主)가 되고 에스파냐 본국함대가 지원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산타크루즈의 계획은 에스파냐에서 출발한 함대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작전을 실행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있었고 준비의 전 과정이 에스파냐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위협요소가 적었다. 그러나 문제는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았고 무엇보다 에스파냐에서 동원되는 병력의 훈련과 전투경험이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하여 파르마의 작전은 네덜란드에서 이미 실전경험이 많은 병력을 즉각 동원할 수 있어 준비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아울러 네덜란드는 잉글랜드와 가깝기에 만약 상륙을 위한 배만 확보될 수 있다면 작전개시와 함께 빠른 공격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파르마가 제안한 30500의 병력과 장비를 실어 나를 배를 확보하는 것이 문제였으며 아무리 유인책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 하여도 여전히 해안을 감시하고 있을 네덜란드 함선들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는가가 문제였다.



잉글랜드와 네덜란드를 잡는 일석이조의 시나리오







14548014025093




16세기 에스파냐의 갤리온선.



주니가는 다른 방법을 굳이 찾기보다는 이 두 계획을 합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판단하였다. 에스파냐에서 발진하는 함대와 네덜란드의 병력을 둘 다 이용하기로 하고 작전의 방향을 이에 맞추었다.

새로운 계획에 의하면 우선 리스본에서 대함대를 편성하여 새로 동원된 병력과 함께 잉글랜드 상륙군이 사용할 모든 물자를 싣고 아일랜드를 향하여 출항한다. 아일랜드에 도착한 대함대는 일부 병력을 상륙시켜 교두보를 확보하고 전투를 개시한다. 이리되면 잉글랜드 남부에 있던 잉글랜드 함선들이 대함대를 견제하기 위하여 아일랜드로 움직이게 되고 대함대는 잉글랜드 함선 대부분이 아일랜드 근방에 모여있을 때 이들을 우회하여 영국해협으로 진입한다. 그리고 파르마 공작의 3만 정예병은 평저(平底) 상륙선박에 승선하여 대함대의 엄호하에 잉글랜드의 켄트 해안에 기습상륙한다. 대함대에 있는 보급품을 하역시켜 무장한 에스파냐군이 일단 두 개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대함대는 영국해협의 해상권을 장악한다. 이러는 동안 메디나-시도니아 공작이 지휘하는 두 번째의 증원함대가 안달루시아를 떠나 잉글랜드에 도착하여 증원군과 함께 추가 보급품을 내려놓는다. 이로써 상륙군은 압도적인 전력을 갖추게 되고 에스파냐 상륙군은 런던으로 진격하여 엘리자베스를 폐위시키고 잉글랜드에 가톨릭 국왕을 세운다. 잉글랜드의 가톨릭 국왕은 네덜란드에 있는 요새들을 에스파냐군에게 넘겨주고 네덜란드 주둔군을 철수시킨다. 그나마 있던 외부의 지원마저 끊긴 네덜란드의 반군은 에스파냐군에 밀려 항복하게 되고 네덜란드의 ‘반란’은 종식된다. 주니가와 에스파냐 조정은 잉글랜드를 정복함으로써 잉글랜드는 물론 네덜란드까지 무너뜨리는 ‘일석이조’를 노린 것이다.





김성남 | 안보·전쟁사 전문가
글쓴이 김성남은 전쟁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UC 버클리 동양학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학 석사를 받고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과에 진학하여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 [전쟁으로 보는 삼국지], [전쟁 세계사] 등이 있으며 공저로 [4세대 전쟁]이, 역서로 [원시전쟁: 평화로움으로 조작된 인간의 원초적인 역사]가 있다.


발행2012.05.2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