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모방심리 - 거울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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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7회 작성일 16-02-0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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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옆 사람이 다리를 떨면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되고, 옆 친구가 하품하면 나도 따라 하는 심리. 월드컵경기에서 우리팀 선수가 페널티킥을 실축하자 내 몸이 꼬이고 전율을 느끼는 경우, TV에서 시디신 오렌지를 한입 베어 물자 내 얼굴이 일그러지는 경우, 혹은 TV 퀴즈쇼에서 마지막 문제를 못 풀자 내가 더 실망스러운 경우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왜 내가 한 것도 아닌데 남이 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일처럼 느껴질까? TV 퀴즈 쇼, 슈퍼스타K, 인간극장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숨어있다.




거울뉴런은 진화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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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는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고 공감하는 거울뉴런으로 인해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자기 손에 땅콩을 쥐었을 때와 동일한 신경반응을 보인다. <출처: gettyimages>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대학의 신경심리학자인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팀은 짧은꼬리원숭이를 대상으로 뇌가 어떻게 운동행위를 조직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원숭이가 땅콩을 손에 쥐었을 때의 전운동 영역(premoter area)이라 알려진 부위를 관찰하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연구자의 손에 땅콩을 쥔 모습을 보고 원숭이는 마치 자신의 손에 땅콩을 직접 쥐었을 때와 동일한 신경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이 전운동 영역의 뉴런들은 시각적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놀랄만한 일이다. 연구팀의 한 연구원이 아이스크림을 입으로 가져가는 행위를 하자 원숭이의 전운동 영역의 뇌에서 활성화되었는데, 이는 짧은꼬리원숭이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단지 눈으로 관찰한 행동을 심리적으로 모방했던 것이다. 원숭이의 뇌는 연구원이 하는 행위를 그대로 정신적으로 흉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타인의 행동이나 의도, 감정을 머릿속에서 추측하고 모방하며 그로 인해 인간의 공감능력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신경세포를 거울뉴런(mirror neurons)이라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거울뉴런은 전두엽 전운동피질 아래쪽, 두정엽 아래쪽 그리고 뇌섬엽 앞쪽 등 3곳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거울뉴런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하는데, 신경학자인 마르코 야코보니(Marco Iacoboni) 연구팀은 기능성 자기영상공명장치(fMRI)를 통해 거울뉴런-대뇌피질의 뇌섬엽(insula)-변연계로 이어지는 해부학적 연결망의 존재를 밝혀냈다. 이 연결망으로 인해 인간은 변연계를 통해 타인의 감정을 모방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거울뉴런은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생명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 수백만 년 전부터 인간의 두뇌 용량은 거의 변함없이 현재와 같았지만, 인류가 불과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며 언어를 창조하고 더 나아가 문명을 잉태하게 된 것은 불과 4~5만 년 전인데 공교롭게도 거울뉴런의 출현과 일치한다고 한다. 북금곰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두꺼운 털을 갖기 위해서는 수만 년의 진화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이뉴잇 소년은 단 몇 십 분이면 아버지가 하는 동작을 보고 털가죽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게 된다. 이를 두고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Vilayanur Ramachandran) 박사는 ‘거울뉴런은 생물학에서 DNA의 발견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심리학에서의 발견이다.’라고 그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순간적으로 모방하는 행위는 바로 ‘진화의 산물’이다.




거울뉴런은 단순히 상대방의 행동을 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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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뉴런의 활동을 통해 ‘어린아이가 어떻게 다양한 활동과 언어를 배우게 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



우리는 거울뉴런의 활동을 통해 ‘어린아이가 어떻게 다양한 활동과 언어를 배우게 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상대방을 따라 하는 ‘모방’이다. 모방은 거울뉴런이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행위를 곧잘 따라 하게 만드는 원인이며, 이러한 모방 성향은 타고나는 것이다. 아기를 향해 혀를 내밀면 아기도 따라 하고, 주위사람이 속삭이면 우리도 목소리를 낮추게 된다. 이처럼 거울뉴런의 모방은 교육에도 작용된다. 아기는 엄마의 입모양을 따라하면서 언어를 배우게 되며, 엄마가 ‘아’하고 소리를 내면 아기 역시 입을 벌려 음식을 먹게 된다. 더 커서는 아빠의 행동을 흉내 내며 사회규칙을 배우게 된다.

거울뉴런은 단순히 ‘공을 차는’ 타인의 행위를 보는 것만으로 자신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처럼 활성화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모방은 공을 차고 있는 ‘소리’를 듣거나 심지어는 ‘공을 차다‘라는 단어를 말하거나 듣기만 해도 거울뉴런이 활성화된다. 거울뉴런은 시각적 자극뿐 아니라 청각적 자극이나 문자만으로도 활성화 된다. 예를 들어 우리들은 ‘손톱으로 칠판을 긁다.’, ‘거미가 내 이마를 기어간다.’라는 문장만 읽어도 몸서리쳐진다. 옆 사람이 하품을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되는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소 모방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호감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사랑하는 연인일수록, 오랫동안 함께한 부부일수록 서로 닮아 보이는 이치다.




상대방의 의도까지도 간파하는 거울뉴런



더 흥미로운 점은 거울뉴런이 단순히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행위에 담겨있는 ‘의도’까지도 읽어 낸다는 점이다. 저녁식사를 위한 식탁에서 옆 사람이 손을 뻗을 때 남아있는 와인을 마저 마시기 위한 행동인지 아니면 저녁식사를 끝내고 비어있는 접시들을 치우기 위한 행동인지 알아챌 수 있는 것도 거울뉴런이다. 이처럼 거울뉴런은 상대방의 표정이나 몸짓 그리고 그 상황에서 얻은 정보를 부호화함으로써 즉각적으로 상대방의 의도를 읽어낸다. 멀리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를 듣는 순간, 우리는 한 어린이가 공을 차는 동작과 유리창이 깨지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은 거울뉴런의 도움으로 유리창을 깬 아이의 곤욕스러운 표정까지도 떠올리게 된다. 심지어 아기는 엄마가 놀이를 위해 자동차 열쇠를 집어 들었을 때와 운전을 하기 위해 집어 들었을 때 각각 다르게 반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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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서 옆 사람이 손을 뻗을 때 남아있는 와인을 마시기 위한 행동인지 비어있는 접시들을 치우기 위한 행동인지 알아챌 수 있는 것도 거울뉴런이다. <출처: gettyimages>



이처럼 거울뉴런을 통해 타인의 행위를 알아차리는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도움이 된다. 거울뉴런을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상대방과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타인의 행동의도를 이해하지 못해 사회적 상호작용에 문제가 되는 자폐환자의 경우 타인의 행동을 관찰할 때 거울뉴런의 활동이 일반인 보다 매우 적다. 타인의 안면근육 변화가 어떤 정서를 의미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며, 타인의 행동을 따라 하는 모방행동 역시 결여되는 등 모방과 관련된 뇌 부위 활동이 매우 적다. 다양한 자폐증 유형의 공통점은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나아가 타인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일란성 쌍생아 중에서 한 명이 자폐증이면 다른 한 명도 자폐증일 확률이 무려 70%에 달한다고 한다.




생활 속의 거울뉴런들



사회적으로 매우 큰 파장을 몰고 온 영화 ‘도가니’는 이미 2005년에 ‘MBC PD수첩’을 통해 자세히 전달되었으며, 2009년 국내 한 유명작가의 동명소설로 40만부를 판매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던 사례이다. 하지만 최근 영화를 통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는 거울뉴런의 공감능력이 작용했다. 영화 속 피해자들을 볼 때 내가 마치 피해를 당하는 것처럼 감정이입이 되어 그 주인공과 정서적 공감을 형성하도록 거울뉴런이 움직이게 된다. 영화 개봉 후 소설 구매고객의 절반 이상이 20~30대 여성이며, 영화예매자의 60%가 여성인 점을 볼 때, 거울뉴런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드라마나 멜로영화 속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에 더 능숙하다. 여성들은 이웃이나 친척 혹은 친구들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그 이유 역시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입 혹은 동감을 쉽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들의 경우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가격이나 디자인과 같은 이성적인 자극보다는 판매원과의 감성적 교환을 통해 마음이 더 잘 움직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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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매장에서 판매원과의 감성적 교환을 통해 마음을 더 잘 움직이는 이유는 거울뉴런 반응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출처: gettyimages>



거울뉴런은 기분이 좋은 사람을 보면 덩달아 미소 짓게 하고, 몸이 아픈 사람을 보면 마음이 움츠러들게 한다. 육체적 고통을 겪는 사람을 보여주고 이들의 뇌를 스캔하면 고통과 관련된 부위가 활성화된다. 평소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대해 남의 일인 것처럼 여기다가도 자연재해로 망연자실해 있는 사람들을 TV를 통해 볼 때, 그 피해자를 통해 고통을 느끼고 그 고통의 원인인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 엘 고어 부통령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곧바로 9.11테러와 같은 정치문제로 인해 지속적인 관심을 끌진 못했다. 그러나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한 카트리나로 인해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거의 두 배에 육박한 70% 수준으로 갑자기 치솟았다. 인위적인 정책이나 정부의 설득보다 거울뉴런의 공감이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데 훨씬 더 강력하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행동이나 생각을 따라 하게 되고 또한 상대방의 의도까지도 따라 할 수 있는 거울뉴런은 기업의 마케팅활동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잠재고객인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한 광고나 이벤트에 거울뉴런은 손쉽게 모방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는 최근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이러한 모방효과를 가져오는 사례들을 살펴볼 것이다.

참고문헌

  • Rizzolatti G, Fadiga L, Fogassi L, & Gallese V.(1996), "Premotor cortex and the cognition of motor actions," Cognitive Brain Research, 3, pp.131–41.
  • Iacoboni, M., Molnar-Szakacs, I., Gallese, V., Buccino, G., Mazziotta, J. C., & Rizzolatti, G.(2005), "Grasping the intentions of others with one's own mirror neuron system," Plos Biology, 3(3), pp. 529-535.




범상규 |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3.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와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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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비자들 2015. 05. 20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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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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