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만족과 후회 - 다른 측면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댓글 0건 조회 407회 작성일 16-02-06 14:33

본문















14547367869237.jpg


우리 자신이 혹은 주위에서 흔히 사용하거나 듣는 말이 있다. 바로,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OO해 보겠습니다.” 혹은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서 기쁩니다.” 등.

이런 표현을 자주 쓰다 보니 마치 우리는 후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 더 나아가 “후회하지 않으면 만족할 수 있다.”라고 까지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이점을 분명히 한다. 그런 생각에는 함정이 있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회와 만족은 서로 반대 방향의 결과임은 분명하지만 각기 다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독립적인 마음 작용의 결과이다. 따라서 심지어는 거의 동시에 경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단 먼저 후회라는 것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판단과 결정에 작용하는지부터 알아보자.


후회가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14547367876993



후회하지 않으면 만족할 수 있을까? <출처: gettyimages>


후회의 사전적 의미는 ‘이전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침’이다. 그리고 만족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대체적으로 ‘모자람 없이 마음에 흐뭇하거나 흡족함’ 정도로 정의가 된다. 뭔가 안 좋은 것과 좋은 것을 각각 의미하는 것으로 당연히 생각된다. 그런데 후회는 무언가 다음 상태에 대한 내 행동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를 포함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만족은 무엇인가? 종결이다. 예를 들어, 배가 고파서 밥을 열심히 먹다가도 ‘만족’이라는 상태에 이르면 밥을 그만 먹는다. 즉, 상황과 행동의 ‘종료’를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후회는 지금 이 상태에서 느끼는 어떤 감정뿐만 아니라 “이렇게 했더라면” 혹은 “다음에는 이렇게”라는 식의 추가적인 생각을 더 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러한 생각들은 이른바 ‘경우의 수’를 다양하게 발생시켜 생각의 꼬리물기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한마디로 괴롭다. 다시 말하자면, 그 좋고 나쁨을 떠나서 후회는 만족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인지적 상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본 캐스트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 중에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라는 표현이 있다. 생각의 양이 많아지는 자체를 피하는 인간의 고집스런 성향을 의미한다. 이러한 성향에 의해서만 보더라도 인간은 자신의 심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따라서 한 번 느끼게 되면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어내는 후회를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인간에게 있어서는 경제학적 혹은 수학적(따라서 상대적으로 더 객관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최적의 선택을 마다하고 ‘후회를 제일 덜 할만한’ 대안을 선택하는 경우가 오히려 대세다. 사람을 뽑을 때, 자동차를 살 때, 혹은 집을 장만할 때 ‘후회를 제일 덜 할만한’ 선택을 하는 일이 꽤 흔하게 발견된다. 실제로 어떤 물건을 공짜로 얻은 경우에 사람들은 그것을 싼 값에 되팔 수 있는 기회가 있더라도 상당히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 물건이 내 품을 떠났을 때 그 물건이 만약에 계속 내 곁에 있었더라면 가정을 해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 물건이 만약에 복권이라면 사람들의 반응은 더욱 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복권의 기대가치(즉, 복권의 총 당첨금액에 당첨확률을 곱한)는 복권의 구입가격에 훨씬 못 미친다. 즉, 예를 들어, 1,000원짜리 복권을 공짜로 얻은 경우에 그 복권을 되팔라고 하면 사람들은 좀처럼 되팔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1만원, 2만원을 주고 되팔라고 해도 싫다는 사람들이 있다. ‘줍거나 공짜로 얻은 복권이 당첨이 더 잘되는 경우가 많다’라는 식의 미신적인 이야기를 슬쩍 옆에서 다른 사람이 얘기해주면 사람들의 팔지 않으려는 경향성은 더욱 강해진다. 만에 하나라도 내가 팔아버린 그 복권이 당첨되었을 경우에 내가 떠안아 경험해야 할 후회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14547367885091



사람들은 물건을 고르는 등의 선택 상황에서 후회를 제일 덜할만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gettyimages>


이는 경제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효용(utility)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도 매우 흥미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효용은 ‘어떤 대상이나 제품에 대해 한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낮은 당첨확률로 인해 기대가치가 낮은 복권이지만 그 복권이 당첨될 경우에 내가 누릴 수 있는 효용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복권을 구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효용, 더 정확히는 당첨된다면 누릴 수 있는 그 효용에 대한 상상을 포기해야만 하는 되팔기라는 선택은 사람들에게서 외면당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즉, 아직 내 것이 아닌 큰 ‘만족’의 기회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사람들의 행동에 깊숙이 관여한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본 캐스트에서 이미 중요하게 다뤘던 인간 동기가 지닌 두 개의 중요한 측면인 접근과 회피에 있어서 회피동기가 더 강한 지배력을 지닐 때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회피 동기 자체가 ‘무언가 안 좋은 것을 피하기 위한’ 에너지이고 따라서 후회를 제일 덜 할만한 대안이나 선택에 초점을 더 맞추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물론, 후회를 제일 덜 할만한 선택이 무조건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만큼 후회는 우리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코 만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왜냐하면 만족은 전혀 다른 경로를 통해 도달하게 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비교가 만들어 내는 후회 대상 자체가 주는 만족



후회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특성상 ‘비교’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했더라면,” 혹은 “왜 그렇게 했을까?” 등의 생각이 모두 실제 혹은 가상의 상황, 행동, 혹은 선택들 간의 비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창회에 다녀온 사람이 평소에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인데 자신보다 좋은 위치에서 더 풍족하게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아, 내가 공부나 노력을 좀 더 할 걸,“ 혹은 ”그 때 이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갔어야 하는데“ 등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후회를 경험한다(물론 질투 역시 경험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비교와 후회를 같은 맥락에서 설명하곤 한다.



14547367894655



삶의 만족은 자신이 살고 있는 바로 옆에서 자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끼게 해주는 무언가에 있어서만 경험이 가능하다. <출처: gettyimages>


하지만 만족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집에 돌아와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배우자나 아이들을 보면서 혹은 자신의 일에서 작지만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느낀다. 이때는 오히려 주위나 타인들과의 비교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즉, 비교라기보다는 자신과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대상 자체에서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들의 얼룩진 모습을 TV에서 보면서 아내들이 ‘아, 나는 저런 사람을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삶의 만족은 자신이 살고 있는 바로 옆에서 남편이 자신과의 관계에서 느끼게 해주는 무언가에 있어서만 경험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후회와 만족은 동시에 경험이 가능하고 또 둘 다 경험하지 않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꽤 최근까지 국내 기업들이 이른바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의 이미지를 벗고 ‘선도자(first mover)’로서 재탄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보곤 한다. 전자는 선도 기업을 부지런히 쫓아가는 기업을 의미하며 후자는 혁신적인 무언가를 늘 시도하면서 리더로서 혹은 시장의 지배자로서의 이미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기업을 일컫는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빠른 추종자들이 이른바 ‘비교’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조금 더 빠른 CPU, 조금 더 큰 저장 공간, 혹은 조금 더 선명해진 화면 등 다양한 비교와 그 비교에서의 우위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일까? 가장 중요한 점은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가장 나아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거나 그러한 존재가 된다손 치더라도 그러한 제품이나 나 자신이 누군가에 만족을 주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점이 하나 빠져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현인들이 ‘궁극적인’ 무언가(그것이 나 자신의 성찰이든 아니면 진정한 행복이든)에 이르기 위해서는 남들과의 비교가 부질없는 것임을 자주 알려주곤 한다. 물론 평범한 우리들이 그분들 말씀대로 전혀 비교라는 것을 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비교와 이를 통한 후회 역시 분명히 일정 수준으로 필요한 정신 과정과 감정들이다. 하지만 후회와 만족이 다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 정도만 알아도 지금 이 순간의 선택과 판단에 있어서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 지와 그 결과를 조금은 더 분명히 알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분들은 인간의 삶에 ‘비교’와 ‘후회’가 필요 이상의 역할을 하거나 지배력을 가지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14547367896188

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인물정보 더보기


발행2012.11.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