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공짜 마케팅 - 소비자를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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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7회 작성일 16-02-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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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보너스, 연말정산 후 받은 세금 환급금, 우연히 산 로또가 5만원에 당첨된다면 아마도 이 돈을 저축하는 대신 백화점으로 달려가 소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열심히 야근해서 받은 야근수당은 금액의 크기를 차치하고서라도 쉽게 쓰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야근수당은 피와 땀이 들어간 돈으로 '공돈'이라는 생각이 적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기치 않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 때 소비자들은 ‘공돈효과’를 느끼는데 요즘 똑똑한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기업에서 제공하는 ‘공돈’을 찾아다닌다.




여성들은 포인트 적립카드, 남성들은 주유소 제휴카드




요즘처럼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어려울 때, 기업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포인트 적립카드나 적립쿠폰을 제공하는 판매촉진활동을 주요 마케팅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직접적인 할인행사뿐만 아니라 대량으로 나누어주는 할인쿠폰, 기존 구매실적에 따라 누적효과를 제공해주는 적립식 쿠폰이나 구매실적에 따라 일정한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다양한 포인트 카드가 그 대상이다. 그래서 여성들이라면 웬만한 적립쿠폰이나 포인트 적립카드 한 두 개씩은 기본이고, 남성들의 경우 20원 할인해주는 주유소 제휴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단골주유소를 고집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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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손쉽게 를 줄 수 있는 판매촉진활동이 바로 포인트 적립카드나 적립쿠폰을 제공하는 것이다. <출처: gettyimages>



기업입장에서 볼 때 포인트 적립카드나 적립식 쿠폰은 할인행사처럼 현재시점에서 발생되는 즉각적인 손실을 보전해주면서도 미래의 잠재수요를 현재로 앞당기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소비자입장에서도 어차피 구매할 대상이라면 누적실적을 감안해서 보전해주는 포인트 적립이나 쿠폰은 현시점의 할인효과는 아니지만 공짜로 얻는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과거 동네 중국집이나 피자집에서 10번 주문하면 한번은 공짜로 준다는 마케팅방식에서부터 주유소나 커피숍 심지어는 할인매장에서도 적립쿠폰이나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부가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또 하나의 전통적인 방법이 바로 대형 할인 식품매장의 시식코너에서 제공하는 무료쿠폰이나 무료시식권이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 좋은 입소문 효과는 물론 실제 매출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전략이다. 무료 쿠폰이나 시식권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상호작용 심리를 일으키게 만들어준다. 즉 뭔가를 뜻하지 않게 아무 대가 없이 대접을 받았으니 이제 내가 뭔가를 주어야만 할 것 같은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흔히 이와 같은 판매방식을 '문안에 한발 들여놓기(the foot in the door technique)'라 한다. 일단 방문한 집에 직접적으로 물건을 사달라는 요청대신에 물 한잔 달라는 사소한 부탁으로 얼굴을 내민 후 다음 번엔 좀 더 직접적인 부탁을 하면 들어주기 쉽게 된다.




직접할인에서 덤까지 챙겨주는 덤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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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고려하는 성향이 강해지기 때문에 할인행사 역시 중요한 마케팅효과를 보인다. <출처:gettyimages>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은 구매상품에 대해 할인해주거나 하나 더 끼워줄 때 반응이 좋다. 가장 전통적인 할인행사 방법이 바로 미끼상품 제공이다. 고객들에게는 대대적으로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한다고 하고선 정작 매장에 가면 이미 다 팔렸다거나 있어도 정작 쓸 만한 상품을 고르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이왕 매장에 방문한 이상 하나라도 사가려는 고객심리를 이용한 것으로 단기적인 매출효과 보다는 장기적인 상품이미지 관점에서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할인상품으로 고객을 유인한다는 측면에서 미끼상품과 유사한 유인상품의 경우, 일단 유인된 고객들이 원하는 물건을 충분히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판촉활동이라 하겠다.

요즘 불황이 심해서 웬만한 유명백화점은 물론 유명 브랜드조차 할인행사를 해야만 고객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강남 한 유명백화점에서는 평균 20~30% 할인율을 내세운 브랜드 세일 중에도 정가 대비 최소 40~50%가량 저렴한 균일가와 기획전 행사장에 주로 사람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또 더 저렴한 물건을 찾는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는 명품 매장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이처럼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고려하는 성향이 강해지기 때문에 할인행사 역시 중요한 마케팅효과를 보인다고 하겠다.




왜, 공돈효과가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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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꾼들은 도박장에서 뜻하지 않은 거액을 땄을 때 그것을 공짜로 번 돈이라고 생각하여 다시금 거액을 배팅하게 된다. <출처:gettyimages>



기존 경제학에 투자자들의 심리를 접목한 투자심리를 분석하는 행태재무학(Behavioral finance)의 대표적인 관심연구주제가 바로 공돈 효과(House money effect)다. 공돈 효과는 공짜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면 대체적으로 과감한 지출이나 투자를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통해 돈을 땄거나 도박꾼들이 도박장에서 뜻하지 않은 거액을 땄을 때, 그것을 순수한 자기 돈이라 생각하는 대신에 공짜로 번 돈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래서 흔히들 이 공돈을 '없어도 그만'이라는 심리가 팽배해져서 다시금 거액을 투자하거나 게임에서 배팅을 하게 된다.

우연히 생긴 돈을 기꺼이 소비생활에 사용하게 되는 '공돈'에 대한 성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이스라엘 경제학자 랜즈버그(Michael Landsberger) 교수가 2차 세계대전 종료 후 서독정부가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지불한 배상금의 사용처를 분석한 '랜즈버그 조사'다. 그에 따르면 배상금을 받은 이스라엘 시민들이 그 배상금을 우연히 복권에 당첨되거나, 얼굴도 모르는 먼 친척으로부터 유산을 받거나, 기대치 않은 거액의 잭팟이 터진 게임처럼 '공돈'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고액의 배상금을 받은 가정은 배상금의 30%를 소비한 반면, 소액의 보상금을 받은 가정은 배상금의 200%, 즉 배상금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비했다. 고액의 우발적 소득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일부만 소비하지만 소액의 우발적 소득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소득 이상의 소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고액의 우발적 소득은 저축을 유도하지만 소액의 우발적 소득은 기존 재산까지 위협에 빠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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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던지기 실험결과, 돈을 따서 공돈을 만지는 사람들은 위험기피성향이 낮아지고 대신에 더 큰 위험을 추구하는 위험추구성향이 나타나게 된다. <출처:gettyimages>



공돈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소비자인 사람의 생물학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신경심리학자인 브라이언 넛슨(Brian Knutson) 교수팀은 fMRI를 이용하여 뇌의 어느 영역이 상품 구매 결정을 관장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구매 선택은 합리적인 결정이 아닌 감정적인 반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뇌의 측좌핵의 보상중추가 도파민에 의해 자극되어 구매 선택에 따른 이익 예측을, 그리고 구역질나는 혐오나 부정적 감정을 관장하는 전방 뇌섬엽은 세로토닌 등에 의해 활성화되어 구매 선택에 따른 손실 예측을 각각 담당한다. 결국 기업에서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할인정책이나 무료샘플은 보상물에 대한 기대로 나타나 잠재소비자 뇌의 측좌핵을 즉각적으로 활성화시키게 된다. 바로 공돈효과가 발생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또한 공돈효과는 개인의 심리적인 특성에 의해서도 설명 가능하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존 노프싱어(John R. Nofsinger) 교수가 행한 동전 던지기 실험에 따르면, 돈을 잃은 사람은 41%가 또 다시 배팅을 한 반면 돈을 딴 사람은 무려 77%가 또 다시 배팅에 나섰다고 한다. 이처럼 돈을 따서 공돈을 만지는 사람들은 위험기피성향이 낮아지고 대신에 더 큰 위험을 추구하는 위험추구성향이 나타나게 된다. 여기에 돈을 딴 일에 대한 '자기과신'이 더해질 경우 무분별한 배팅으로 인해 결국 거액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특히 주식투자로 2~3배의 차익을 남긴 경험이 있는 투자들인 경우, 다시 거금을 모아 본격적으로 주식투자를 할 때 도박에서 배팅을 하는 것처럼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심리가 대표적이다. 바로 몇 번의 투자 성공이 마치 정확하고 노련한 시황분석에 근거한 명백한 자신만의 투자 노하우의 결과라고 생각함으로써 자기 과신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 결과 그 동안의 투자원칙을 무시한 위험추구성향이 대세를 이루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공돈효과는 소비자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문화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회 문화적인 요인은 앞서 살펴본 ‘덤 마케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이유인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과 나도 받았으니 갚아주어야 한다는 ‘상호성의 원리’라 하겠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현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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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을 주는 것과 동일하면서도 공돈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백화점의 보너스 상품권 제공이다. <출처:corbis>



가장 확실하게 공돈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현금제공이다. 백화점에서 정가의 10%를 현금으로 즉시 환불해주는 것이 10%할인보다 소비자에게 더 강하게 작용된다. 당연히 현재가치가 할인된 미래가치보다 더 높다고 인식하는 소비심리에 기인한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가 자동차수요 진작을 위해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Cash for Clunkers)을 실시한 2009년 8월 자동차 판매량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상무부는 에너지 효율이 낮은 중고차를 처분하고 연비가 좋은 새 차를 구입할 경우 4500달러의 현금을 보상했다. 하지만 8월말 현금보상프로그램이 종료된 직후 9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나 줄었다고 한다.

현금을 주는 것과 동일하면서도 공돈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백화점의 보너스 상품권 제공이다. 보통 구매금액 10만원 단위로 1만원권 상품권을 보너스로 지급하고 있다. 이때 보너스 상품권은 10% 할인하는 효과와 동일하지만 소비자는 할인보다 상품권 증정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10만원 구매시 1만원 상품권 지급은 11만원 상품을 10만원으로 할인해 주어 그 할인율이 9.1%로 10% 할인 때보다 더 낮다. 또한 할인해준 현금 1만원은 어디에 지출할지 모르지만 1만원권 상품권은 다시 오래지 않아 그 백화점에서 사용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17만원을 구매한 후 3만원만 추가로 더 구매하게 되면 1만원권이 아닌 2만원권 보너스 상품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추가구매를 하게 된다. 또 보너스 상품권은 말 그대로 공돈 효과가 나타나 예정에 없던 구매 가능성을 높여주게 된다. 백화점으로서는 상품권이 할인가격이나 현금지급 마케팅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결국 현명한 소비자라면 다양한 마케팅프로모션 혜택에 대해 맹목적으로 ‘공돈’이라고 생각하는 대신에 가치소비를 지향해야 한다. 한편 치열한 경쟁과 불황여파로 인해 구매력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과다한 마케팅활동에 편승한 구매보다는 오히려 부가혜택만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다음 편에서는 이와 같은 대표적인 똑똑한 소비자 체리피커에 대해 살펴보겠다.

참고문헌

  • 투자의 심리학, 존 R. 노프싱어 저, 이주형 역, 스마트비즈니스, 2005년
  • Knutson, B., S. Rick, G. E. Wimmer, D. Prelec, and G. Loewenstein(2007), " Neural Predictors of Purchases," Neuron, 53, pp. 147~157.



범상규 |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3.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와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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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비자들 2015. 05. 20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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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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