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판단과 행동을 결정하는 정서 - 결정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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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3회 작성일 16-02-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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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캐스트에서 이전에도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성과 감정은 인간 판단의 근거와 과정을 이루는 양대 축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이성에 의한 판단과 행동이 더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해 왔다. 과연 그럴까? 심리학자들은 결코 아니라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로 하여금 ‘결정’이라는 최종 도장을 찍게 해 주는 힘은 대부분 정서에서 오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긴 과정을 거쳐 내린 결정이 행동과 불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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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정 직전까지의 여러 가지 생각이 A를 선택하는 것으로 기울다가도 정작 결정은 B로 내리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출처:gettyimages>


‘결정’이란 무엇인가? 행동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의 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 직전까지의 여러 가지 생각이 A를 선택하는 것으로 기울다가도 정작 결정은 B로 내리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즉, 생각의 긴 과정과 결정에 따른 행동이 불일치 하는 것이다. 이런 자신을 보면서 “내가 왜 이러지?”라는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생각과 결정-행동이 다른 경우가 반복되면서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 이는 심리학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학문 분야에서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해답을 제대로 얻지 못한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의 태도나 의견(즉, 결정 전까지의 생각)을 조사해 보면 신제품 A와 B중 A에 대해 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는데 정작 사람들은 결정(즉, 구매)의 순간에 B를 선택하여 마케팅 당사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아예 ‘태도와 행동 간에 존재하는 불일치’ 현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더 정확히는 왜 이러한 불일치를 우리가 오랫동안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까? 해답은 바로 정서에 있다. 그리고 이 정서가 결정을 내리도록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결정은 매우 어려워진다. 결정이 어렵다는 것은 통계자료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매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발표되는 이른바 ‘가장 싫어하는 직장 상사’에서 언제나 1, 2위 중 하나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상사’이다. 하지만 그런 미움을 받는 상사들도 결정을 내리고는 싶을 것이다. 다만 망설여지고 주저되기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것뿐이다.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결정 내리기’ 너무 어려워




굳이 상사나 윗사람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우리 역시 결정 내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하루에도 몇 번씩 있다. ‘점심을 뭘 먹을까’ ‘오늘은 누굴 만날까?’ ‘주말에는 무엇을 할까?’ ‘어떤 영화를 볼까?’ 등 망설임이나 주저함이라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 각자가 다른 대부분의 인류와 마찬가지로 결정이 어렵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또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결정의 순간에 우리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은 정보의 부족이나 모자란 사고능력 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서적인 측면이 취약해서라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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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평범하고 소소한 것들에 대한 의사결정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출처:gettyimages>


‘장고(長考)끝에 악수(惡手)둔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주 그 의미를 느끼는 말이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어느 것을 살까 백화점을 돌며 몇 시간씩 고민하면서 산 물건은 오히려 집에 돌아와서 후회 끝에 환불하는 경우가 꽤 많다.1) 그런데 우리로 하여금 “나 저 물건에 꽂혔어”라는 말을 하게끔 하는 물건을 보면 결정은 쉬워지고 결정 후의 후회도 거의 없다. 판단에 소비한 생각과 시간은 훨씬 덜 소모되었는데도 말이다. 무엇이 이런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당연히 감정이고 정서다. 이성과 논리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 정서가 반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주저하게 마련이고 선택 후에도 꽤 후회가 생긴다. 하지만 논리적인 설명은 못하더라도 정서에 의해 이른바 ‘당기는’ 것들은 구매 후 나를 아주 잘 만족시키고 또 후회도 덜 하게 만든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 무얼까?

물론 사람들이 마음에 든 물건을 이미 결정해 놓고도 몇 시간씩 백화점을 돌아보는 행동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더 확실하게 하려는 경향이다. 따라서 이 경우는 선택을 위한 결정은 이미 끝난 상태이므로 본문 중의 상황과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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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로 살아온 우리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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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이 저지르는 대부분의 실수나 오류들을 감정의 탓으로 돌려온 것 역시 사실이다. <출처: gettyimages>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이 최근 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 이성과 논리가 정서보다 언제나 우수하다는 생각은 틀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백 년인 20세기에 ‘이성과 논리’의 중요성과 우수성을 지나치게 역설하다 보니 더욱 중요한 감정을 마치 무슨 천덕꾸러기인양 푸대접하며 살아온 것이 우리 인류이다. 그 결과 우리 인간이 저지르는 대부분의 실수나 오류들을 감정의 탓으로 돌려온 것 역시 사실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만 봐도 그 흔적들이 자주 발견된다. “그렇게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니 실수를 하지!”라는 꾸지람, “너 나한테 무슨 감정 있니?”라는 시비 등 우리는 감정이라는 죄 없는 단어 자체를 부정적인 맥락에서 열심히 사용해 왔다.

그런데 21세기를 전후로 심리학자들이 열심히 연구를 해 보니 이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가가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정서의 위대한 힘을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나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힘 하나만 여기서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결정은 정서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2). 뇌에서 정서를 담당하고 있는 영역만 손상 받은 사람들의 증상을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이 사람들은 뇌수술 후 자신의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 특정한 종류의 어려움을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불행한 어려움이다. 이들의 뇌에서는 이성과 논리를 담당하고 있는 뇌영역이 상대적으로 덜 손상 받았기 때문에 수학, 퍼즐, 논리 문제 등을 예전에 비해 크게 어렵지 않게 풀어낼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결정조차도 하지를 못하는 장애를 가지게 된다.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을까,’ ‘이번 주말에는 어떤 친구를 만나서 놀까’ 등과 같은 사적인 결정에서부터 ‘다음 분기에는 어떤 사업을 추진할까’ 혹은 ‘이번에 제출된 기획안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할까’와 같이 공적인 일과 관련된 결정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결정을 내리는 것이 거의 없다. 정서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가 명확해 지는 순간이다.

Loewenstein, G. F., Weber, E. U., Hsee, C. K., & Welch, N. (2001). Risk as feelings. Psychological Bulletin, 127(2), 267-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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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의 순간에 작용하는 ‘정서’의 힘




인간이 결정을 내릴 때는 무언가 어떤 느낌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느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막막하고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도 가끔 이런 망설임을 하기는 한다. 예를 들어, ‘점심에 자장면과 설렁탕 중 무엇을 먹을까?’ 이런 결정을 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날들이 있다. 이러한 망설임은 그 과정을 좀 더 심리학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보다 더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설명된다. 쉽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순간에 마음에서 일어나는(따라서 일어나야 하는) 일은 ‘자장면과 설렁탕 중 어느 것을 먹고 난 후에 내가 더 좋은 상태일까?’에 대한 나의 정신적 시뮬레이션(즉, 미리 예측해 봄)이다. 즉, 미래의 정서를 예측해보면서 그 중의 가장 좋은 정서상태를 예측하게 해 주는 대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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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결정을 내릴 때는 무언가 어떤 느낌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느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막막하고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출처: gettyimages>


따라서 이러한 시뮬레이션이 쉽지 않은 날이거나 그 시뮬레이션이 어려운 대상들이 나에게 주어지게 된다면 결정은 쉽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정서적 시뮬레이션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당연히 다양한 정서적 체험을 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을 읽는 데는 시간과 돈을 투자해도 정서적인 경험을 위한 만남과 기회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 둘은 결국 같은 것인데도 말이다. 우리가 대중매체를 통해 보게 되는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은 각고의 노력을 통해 그 성공에 도달하였음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 성공의 밑바탕에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제대로 된 결정 역시 반드시 있었음을 그분들은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결정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이다. 그 힘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많은 대상과 기회에 기꺼이 지금 가진 것들을 써야 한다고 심리학자들은 조언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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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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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1.07.



주석


1
물론 사람들이 마음에 든 물건을 이미 결정해 놓고도 몇 시간씩 백화점을 돌아보는 행동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더 확실하게 하려는 경향이다. 따라서 이 경우는 선택을 위한 결정은 이미 끝난 상태이므로 본문 중의 상황과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2
Loewenstein, G. F., Weber, E. U., Hsee, C. K., & Welch, N. (2001). Risk as feelings. Psychological Bulletin, 127(2), 267-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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