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착각하는 소비자 심리 - 남 주긴 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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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9회 작성일 16-02-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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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자들은 매수나 매도 타이밍을 놓쳐 손해 보기도 하지만, 아파트를 사거나 팔 때처럼 막연히 손해가 걱정되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크건 작건 손해 보는 건 싫지만, 요즘처럼 불확실한 변수가 많을 땐 단지 손실이 걱정되어 이득을 놓치는 경우는 더 빈번하다. 만약에 현재나 미래에 대한 정확한 자료나 예측 가능하다면 아무도 손실을 걱정하지 않겠지만, 불행히도 현실에서는 그런 경우가 매우 드물다. 문제는 무조건 손실을 피하려다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일쑤라는 점이다.




판돈 100원짜리 게임엔 최소 250원은 딸 수 있어야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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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겼을 때 적어도 손실액의 2.5배에 해당하는 250원의 이득이 보장되어야만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손실을 이득보다 더 크게 생각하는 손실회피성향 때문이다. <출처: gettyimages>



여러분이 지금 친구와 룰렛 게임도, 주사위 게임도 좋고 심지어는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하자. 이 때 이 게임에 돈을 걸고 한다면 무조건 게임판에 뛰어들진 않을 것이다. 통계이론에 따라 이길 혹은 질 확률을 따진 연후에 참가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대부분은 직관적으로 질 때보다 이길 때 더 많은 돈을 받게 된다면 기꺼이 그 게임에 참여할 것이다. 왜? 손해보다 이득이 눈에 더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양자 간 격차가 어느 정도일 때 기꺼이 게임에 참여할까? 50대 50일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100원을 잃을 수도 있는 게임에 기꺼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내가 이겼을 때 적어도 손실액의 2.5배에 해당하는 250원의 이득이 보장되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즉 250원 이하로 딸 수 있는 게임이라면 비록 내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해도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에 굳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손해나 손실로 인한 충격을 이득으로 인해 얻은 결과보다 더욱 크게 생각하는 심리적 현상을 ‘손실회피(Loss Aversion)’ 또는 ‘위험회피’성향이라 한다. 손실회피성향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종종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대표적으로 이익이 예상되는 투자조건인데도 막연히 손실이 걱정되어 포기하는 경우다. 투자처럼 큰 경우도 있겠지만, 평소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와 같은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이 때 무조건 손해는 피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 뇌는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게 된다.

손실회피성향에 대한 좋은 예로 우리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중국 고사인 ‘조삼모사’가 있다. 원숭이들이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의 과일을 주니까 화를 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원숭이들도 주인이 아침에 3개를 주는 대신에 반드시 저녁에 4개를 준다는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굳이 아침에 4개를 달라고 때 쓰진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이득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원숭이들은 손실회피성향을 갖게 된다. 물론 이들이 복잡한 경제적 관념, 즉 화폐의 시간 할인현상을 알고 있다면 아침에 4개를 받는 것이 더 유리하겠지만 말이다.




로또복권이나 신용카드 결제 속 숨겨진 손실회피성향들




몇 년 전 1등 당첨확률이 약 800만분의 1인 로또복권은 아무 거리낌 없이 구입했지만, 광우병 발병으로 소고기 구입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졌던 사례가 있다. 여기서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보면 당첨확률이나 발병확률은 둘 다 매우 미미하지만, 복권은 이득으로 받아들인 반면 소고기는 손실로 받아들여져 소비자들로 하여금 손실회피성향을 보이게 한 경우다. 행동경제학의 선도자이자 최근 ‘생각에 관한 생각‘을 지은 카너먼과 그의 동료인 트버스키(D. Kahneman and A. Tversky)는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에서 ‘상대적으로 발생확률이 낮을 경우에는 확률에 대한 과대평가로 인해 손실에 관해서는 위험회피를, 이익에 관해서는 위험추구 성향을 보인다. 한편 발생확률이 중간 이상으로 높을 경우에는 확률을 과소평가해 손실의 위험추구와 이익의 위험회피 성향을 보인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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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결제기간을 12개월 혹은 36개월처럼 길게 제시하면 체감손실액 역시 그만큼 작아지게 되어 손실회피성향에 빠지게 된다.<출처:gettyimages>



평소 자주 겪는 또 한 가지 사례. 제품 구입 후 결제를 위해 내 수중의 지갑 속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로 결제하기를 좋아하는 경우다. 그것도 일시불보다는 결제기간이 더 길수록 쉽게 신용카드를 뽑게 된다. 그 이유는 내 수중에 있는 현금을 지불한다면 바로 손실감으로 이어지겠지만, 신용카드는 지금 당장이 아닌 몇 개월 후 거래명세서가 날아온 시점인 미래에서 손실감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의 손실회피를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된다. 즉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물건을 살 때, 소비자들은 지금 당장 주어지는 보상인 기쁨과 나중에 느끼는 보상인 고통 중에서 ‘지금의 기쁨’을 더 선호한다. 왜냐하면 즉각적인 보상은 본능적 욕구와 감정의 문제인 반면, 지연되는 미래의 고통은 냉철한 이성의 영역으로 이해하게 되는데 통상 본능과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지금 당장의 기쁨을 위해 물건을 구입하고, 이를 신용카드를 통해 손실회피 본능을 발휘하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손실회피성향에 빠지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바로 신용카드 결제기간이며, 이 기간을 12개월 혹은 36개월처럼 길게 제시하면 체감손실액은 반대로 그만큼 작아지게 된다. 여기에다 특정 신용카드의 무이자 혜택이나 포인트 적립까지 제시한다면, 소비자들은 꼼짝없이 충동구매 혹은 과소비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또 다른 사례로 주식투자자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주식투자심리’이다. 2년 전 100만원에 매입한 주식은 현재 50% 투자손실인 반면, 최근 3개월 전 투자한 주식은 50% 투자이익을 보이고 있다. 이 때 급한 돈이 필요해 둘 중 하나의 주식을 매매하라고 하면, 과반수 이상의 투자자는 50% 투자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주식을 팔겠다고 한다. 그 이유로 50% 투자손실 주식을 팔 경우 손실로 인한 실패를 받아들이게 되고, 이는 곧 ‘내’ 돈이 줄어들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팔 경우 ‘남’의 돈이 내 주머니에 들어오게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역시 손실회피성향의 전형적인 사례인데, 주식실패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투자심리로 인해 수익률이 낮은 주식을 계속 보유하게 된다.




손실회피성향은 보유효과 때문




손실회피성향을 보이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1980년대 미국의 행동경제학자인 세일러(Richard Thaler)에 의해 제기된 ‘보유효과(The endowment effect)’다. 세일러는 한 병에 5달러에 구매한 와인을 50달러가 넘는데도 팔려고 하지 않는 심리를 통해 보유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보유효과는 내 자신의 소유물의 가치가 실제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는 성향인데, 벼룩시장에 가본 경우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다. 즉 내가 5만원에 팔려는 생각으로 가지고 나온 중고 LCD모니터를 손님은 최소한 5만원 보다는 적은 금액으로 구입하고자 한다. 그 반대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간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보유효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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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에 5달러에 구매한 와인을 50달러가 넘는데도 팔려고 하지 않는 심리를 보유효과라 한다. <출처: corbis>



보유효과가 발생할 때 우리 뇌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뇌는 손실과 이득을 서로 다른 부위에서 관장하는데, 이득은 쾌락중추인 측좌핵과 보상을 기대하는 내측전전두엽에서, 그리고 본능적인 직감으로 고통과 손실을 예상하는 뇌섬엽에서 손실을 관장한다. 우리가 위험한 투자를 결정할 때, 측좌핵과 뇌섬엽이 동시에 작동하는데 통상 이성보다는 본능이 우세하게 된다. 즉 손실을 더 크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2008년 스탠퍼드대 브라이언 넛슨(B. Knutson)은 24명의 남녀 뇌에서 전두엽에 자리 잡은 측좌핵 등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들여다보는 실험을 통해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보유효과의 핵심 요인임을 밝혀냈다. 결국 보유효과는 아끼는 물건에 대한 애착이 아닌 단지 자신의 소유물을 남에게 넘기는 것을 손실로 여기는 심리상태다. 한마디로 남 주기 아깝다는 심리다.




손실회피성향의 대처방안들




일상생활 속에서 손실회피성향에 따른 비합리적인 구매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우울한 기분일 때 쇼핑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기분이 우울할 때는 그 원인이 되는 대상을 빨리 처분하여 보유효과를 빨리 사라지게 만드는 동시에 기분전환을 위해 새로운 대상에 대한 보유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도한 구매나 충동구매를 막을 자제력이 부족하다면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동반자를 대동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통상적으로 보유 중인 아파트를 가급적 빨리 처분하기 위해서 보통 매매가격을 낮춰준다. 그러나 매매가격을 낮추는 대신, 구입희망자의 향후 보유가치를 높게 만들어 준다면 아파트 매매는 더욱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주방 인테리어를 조금 손본다거나 실내 소품을 새롭게 비치해 둔다거나 심지어 우아한 음악을 틀어 놓음으로써 현시세를 유지하면서도 아파트에 대한 향후 보유가치를 높게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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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 판촉용으로 내놓은 할인상품이 매진되어 빈손인 경우 왠지 손해 본 것 같아 예기치 않은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 이러한 마케팅에도 손실회피성향이 접목되었다. <출처: gettyimages>



대형마트에서 판촉용으로 내놓은 할인상품은 대개 손님을 유혹하는 미끼상품일 경우가 많다. 광고나 전단지를 보고 매장에 가면 이미 재고가 소진된 후거나 생각보다 품질이 썩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손실회피 본능을 아주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에게 주입시킨 정황을 파악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 매장에 온 이상,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왠지 손해 본 것 같아 하나라도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따라서 중요하거나 비싼 제품일수록 미끼상품에 쉽게 현혹되지 말고 계획구매를 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반대로 손실회피성향을 역이용하는 경우로 요즘 광고가 눈에 많이 띄는 생명보험이나 임플란트 같은 치과치료보장보험이 있다. 이들 광고의 핵심전략을 보면, 소비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래시점에서의 손실회피성향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광고를 접한 우리는 종신보험 가입 시 종종 사망보험금을 1억에서 2억으로 과다하게 책정하기 쉽다. 하지만 납입하는 보험금의 현재가치가 향후 받게 될 보험금의 미래가치보다 더 높기 때문에 결국에는 비합리적인 투자인 셈이다.

참고문헌

  • Kahneman, Daniel and Amos Tversky(1979),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Vol. 47, pp. 263-292.
  • Thaler, Richard(1980), "Toward a Positive Theory of Consumer Choice," Journal of Eronomic Behauzor and Organtzntton, Vol. 1, pp. 39-60.
  • Knutson, B., G. E. Wimmer, S. Rick, N. G. Hollon, D. Prelec, and G. Loewenstein (2008), “Neural antecedents of the endowment effect,” Neuron, vol. 58, pp. 814-822



범상규 |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3.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와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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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비자들 2015. 05. 20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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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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