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지식착각 - 아는 만큼 착각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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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7회 작성일 16-02-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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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기억하고 있는가? 1988년 [강대국의 흥망] 저자인 예일대의 폴 케네디(Paul Kennedy) 교수는 '머지않아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언했지만, 이 예언은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았을 뿐더러 실현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반면 일본은 ‘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 등의 영향으로 강대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중국이 90년대 이후 급속한 성장을 통해 일본을 누르고 미국을 위협하는 G2 반열에 올랐다.




전문가일수록 지식 착각에 빠지기 쉬워




[문명의 충돌]의 저자인 사무엘 헌팅턴(Samuel P. Huntington) 등의 주도로 1970년부터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Foreign Policy'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외교전문잡지다. 2007년 이 잡지가 발표한 ‘세계를 웃긴 빗나간 예측들’을 보면,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지구의 기온이 꾸준히 떨어져 농업 생산량이 줄고 세계적인 기근이 찾아올 것이라는 지구냉각화 예측이 있다. 오히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온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어 결과적으로 가장 황당한 예측 사례다. 또 로마클럽(Club of Rome)은 1972년 경제 성장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다룬 보고서인 [성장의 한계]를 통해서 현 상태대로 석유를 소비한다면 2000년대 초반에는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석유생산량은 오히려 새로운 유전개발기술에 힘입어 줄어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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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밀리아 성당의 건축을 지휘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는 1886년에 10년 후면 성당이 완공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완공시점은 그가 교통사고로 죽은 지 꼭 100년 후인 2026년으로 예상될 뿐이다.<출처:Delialendeczki at en.wikipedia. org>



더 이해하기 쉬운 사례도 있다. 188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The Sagrada Familia Church)의 건축을 지휘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는 1886년에 10년 후면 성당이 완공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 성당의 완공시점은 1926년 그가 교통사고로 죽은 지 꼭 100년 후인 2026년으로 예상될 뿐이다. 아직도 성당 주출입구인 3개의 파사드 중 하나인 '영광의 파사드'는 착공도 되지 않았다.

또 1981년 빌 게이츠(Bill Gates)는 “640KB 정도의 메모리면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한 용량이다”라고 예언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빌 게이츠가 호언장담(?)한 메모리의 수백 배에 달하는 용량을 사용 중이다. 2001년 빌 게이츠는 세상에 알려진 내용은 루머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2008년 미국 발 세계금융위기는 일자리나 자산, 수입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도 돈을 빌려주는 '닌자론'까지 내놓는 등 무리한 서브프라임 대출 전략의 위기에 기인한 것이다. 그 파급효과를 보면, 미국의 거대 금융회사인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세계 최대보험회사 중 하나인 AIG가 정부관리하에 들어갔다. 세계 금융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금융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주택시장의 거품과 뒤이은 붕괴를 예측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자인 에드 글레이저(Ed. Glaeser)는 '주택 가치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하는 인간의 능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자신의 지식이나 정보를 지나치게 신뢰함으로써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할 때 지식 착각(Illusion of Knowledge)에 빠진다.




익숙하기 때문에 잘 안다고 착각!




시각적 맹목성의 존재를 통해 착각하는 인간임을 보여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으로 친근한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C. Chabris and D. Simons)에 따르면, 익숙함이 지식착각을 유발한다고 한다. 즉 익숙함에서 비롯된 단순하고 낙관적인 추측에 지나지 않는데도 우리는 지식착각에 의해 모든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평소 우리가 자주 반복해서 듣게 되어 메시지에 익숙해지는 것은 그 메시지에 담겨있는 정보를 해독하고 처리하는데 시간이나 노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익숙한 메시지일수록 이해하기 쉽고 기존의 스키마(schema)에도 잘 맞게 되는데, 이러한 뇌의 성향을 인지력 유창성(Cognitive fluency)이라 한다. 반대로 낯선 메시지는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된다. 결국 우리 뇌는 가급적 힘든 일이나 예측 불가능한 것을 피함으로써 에너지를 비축하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에 익숙함을 더 좋아하고 빨리 받아들이게 된다. 문제는 지식착각이 우리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착각을 유발시킨다는 점이다. 과도하게 자신감을 갖거나 긍정적으로 인식함으로써 올바른 판단을 방해한다. 반대로 실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을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주어진 정보를 좀 더 정확한 관점에서 파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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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광고나 라디오 광고에서 익숙한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할 경우, 시청자들의 호감도를 높여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지식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출처: gettyimages>



한편 익숙한 정보일수록 쉽고 빠르게 받아들이는 이유를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미국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B. Zajonc)에 의해 제시된 단순노출효과에 따르면, 특별한 인지적 정보처리과정 없이도 단순하게 자주 반복하여 보여주게 되면 호의적 감정 형성에 도움이 된다. 대학생들에게 12장의 얼굴 사진들을 무작위로 0회, 1회, 2회, 5회, 10회, 25회 등 6가지 조건으로 나누어 여러 번 보여 주고 그 호감도를 측정했다. 분석결과 사진을 보여 주는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반복적으로 보게 되어 친근감이 생기고 호감을 느낀 것이다. 이러한 단순노출효과를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TV광고나 라디오광고에서 익숙한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자주 들었던 친숙한 음악이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음악이 친숙하니까 광고에 더 집중하게 되며, 광고에 나온 브랜드도 친근해지게 된다. 결국 익숙한 정보는 호감도를 높여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지식정도를 왜곡시킴으로써 지식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지식착각은 전문가의 충고를 선호하기 때문




우리는 평소 의사나 판사가 특정 신분을 나타내는 복장을 입고 있을 때, 그들의 말에 더 믿음을 실어주게 된다. 특히 실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자신 있게 행동하는 그 분야 전문가의 충고는 단순한 믿음을 넘어 선호하게 된다. 즉 정확하지만 자신 없는 정보보다 정확하지 않지만 자신감 넘치는 정보를 더 선호한다. 네덜란드 심리학자 기디언 케렌(G. Keren)은 현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착각하는 전문가를 사람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지식 착각이 일어나는 것을 보여주었다. 향후 4일간의 강수 확률에 대해 기상전문가 A는 90%라고 예측한 반면, 또 다른 기상전문가 B는 75%라고 예측했다. 이 때 실제로 나흘 중 사흘 동안 비가 왔다면, A와 B 중 누가 더 정확한 일기예보를 했다고 생각하겠는가? 실험결과, 약 절반이 더 높게 예측한 A를 선호했다. 강수 확률 75%라고 한 B는 실제로 4일 중 3일이 비가 왔기 때문에 지식 착각은 없었지만, 90%라 예측한 A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더 잘 안다고 예상하였다. 그러나 90% 강수 확률이 맞으려면 4일 내내 비가 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예상확률이 높아 자신감이 넘치는 A를 더 신뢰하였던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모른다면 지나치게 확신하고 단언(90% 확률처럼)하겠지만, 지식의 한계를 안다면 "비올 확률은 75퍼센트입니다"라고 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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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보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모른다면 지나치게 확신하여 90% 강수 확률이라 예측하겠지만, 지식의 한계를 안다면 "비올 확률은 75퍼센트입니다"라고 말 할 것이다. <출처: gettyimages>



그렇다면 전문가의 의견을 더 구하고 싶은 성향은 왜일까? 미국 에모리대학의 얀 엥겔만(Jan B. Engelmann) 연구팀에 따르면, 의사결정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때 우리 뇌는 게으름을 피운다고 한다. 피실험자들이 금융투자문제를 결정하면서 투자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때 뇌의 반응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으로 스캔하였다. 외부전문가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때 투자가치 평가와 관련된 신경활동이 활발해졌지만, 외부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때는 그 신경활동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외부전문가에게 어려운 의사결정을 맡기고 자신은 빈둥빈둥 놀고 있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가능하면 우리 뇌가 활동을 함으로써 사용하게 될 에너지를 최소화하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외부 도움을 받아들임으로써 의사결정을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마치 자신이 전문가처럼 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과다 정보는 자기과신을 불러...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인 리처드 세일러(R. Thaler) 연구팀이 실시한 주식투자모의실험은 정보가 많을수록 오히려 잘못된 의사결정을 가져온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세일러는 피실험자들에게 25년 동안 가상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데 한 달 마다, 1년마다 혹은 5년마다 피드백을 받고 주식 배분을 변경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했다. 피실험자들은 주기적으로 정보를 받을 때마다 주식 배분을 바꿔 주식을 팔거나 사곤 했다. 실험 종료시점에서 매달 피드백을 받은 집단은 40퍼센트 수익을, 5년마다 받는 집단은 원금보다 66퍼센트나 오른 수익을 달성했다. 그 이유로 매달 받은 정보는 장기적인 패턴을 보여주는 정보가 아닌 단기간의 정보로, 더 안전한 주식형 펀드가 더 위험하다는 지식착각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현실 속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브레드 바버와 테런스 오딘(B. Barber and T. Odean)은 6만개에 달하는 증권계좌를 6년간 추적한 결과, 가장 활발하게 많이 거래한 사람의 수익이 가끔 거래한 사람보다 매년 30%나 적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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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자가 매달 받은 많은 시장정보는 장기적인 패턴을 보여주는 정보가 아닌 단기간의 정보이기 때문에 지식착각을 불러 일으켜 장기적으로 우량주를 더 위험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출처: gettyimages>



투자자 사례를 볼 때, 더 많은 투자 정보를 접하는 투자자일수록 자신의 투자 지식과 노하우가 더욱 뛰어나다고 과신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투자 정보가 의사결정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면 지식착각만을 키우게 된다. 결국 정보가 많을수록 최상의 투자결정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뿐 아니라 의사결정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투자정보가 많다는 얘기는 선택의 폭이 넓다는 얘기인데, 이때 선택과정에서 선택되지 못한 대안으로 인한 후회의 감정이 커지게 되어 선택자체가 어렵게 되기도 한다. 정보의 과잉은 자기과신을 부추기거나 혹은 후회를 조장함으로써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결국 주식 등 금융투자 관련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투자자는 지식착각의 함정에 빠져 자기과신을 부추기게 되고, 결국 투자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높게 된다.




지식착각은 소비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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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나 컴퓨터의 광고메시지가 지나치게 기술적이거나 전문용어로 구성된다면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 제품에 대해 실제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출처: gettyimages>



소비자들이 구매과정에서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거나 지식착각의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사례가 바로 특정 광고메시지를 접할 때다. 만약 광고메시지가 지나치게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열거하거나 혹은 엉뚱한 전문용어로 구성된다면 더욱 그렇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 제품에 대해 실제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이 들도록 만든다. 오디오나 디지털 카메라, 개인용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복잡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전문용어로 된 사용설명서가 바로 그러한 예다. 본인 스스로 지식이 부족하다고 여길 때 판매원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바깥에서 살펴보기(outside view)'가 가능하지만, 자칭 마니아라고 여기는 경우가 문제다. 이들은 지식착각으로 인해 선택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을 쉽고 빠르게 내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약식 혹은 간편매뉴얼을 준비함으로써 지식착각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주식 등 금융투자자 역시 정보의 함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테일러의 연구결과처럼, 주가의 단기변동은 장기수익률을 잘 설명하지 못하며 반대로 장기투자일 경우 정보가 많을수록 장기수익률에 대한 지식은 오히려 낮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식착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소액으로 투자함으로써 지식착각의 영향 정도를 파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식착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본인의 실수를 즉시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실수가 실수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Glaeser, E.(2009), "In Housing, Even Hindsight Isn't 20-20," The New York Times Economix blog, July 7.
  • 보이지않는 고릴라,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대니얼 사이먼스(Christopher Chabris and Daniel Simons) 공저, 김명철 옮김, 김영사, 2011.
  • Zajonc, R. B.(1968), "Attitudinal effects of mere exposur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9, pp. 1~27.
  • Keren, G.(1997), "On the Calibration of Probability Judgments: Some Critical Comments and Alternative Perspectives,"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 Vol. 10, pp. 269-278.
    Engelmann, Jan B., et. al.(2009),"Export Financial Advice Neurobiologically Offloads Financial Decision Making under Risk," PLoS ONE 4.
  • Thaler, R., A. Tversky, D. Kahnman, and A. Schwartz(1997), "The Effect of Myopia and Loss Aversion on Risk Taking: An Experimental Test,"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Vol. 112, pp. 647-661.



범상규 |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3.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와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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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비자들 2015. 05. 20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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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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