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선택과 만족 - 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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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28회 작성일 16-02-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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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언제나,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걸까?’, ‘내가 내 아이의 가능성을 제대로 알아보고 있는 걸까?’, ‘좋다는 양육방법을 쫓아 다니느라 우왕좌왕하다가 중요한 시기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고 갈등한다.

고민의 이유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자기 자식을 잘못 키우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지고 지순한 동기는 아마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라고 교육하고, 희대의 범죄자가 되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그런 자식이 생기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최고의 동기가 최고의 결과로 구현되지 못하는 원인은 동기와 결과를 잇는 방법에 문제가 있어서일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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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간다면 부모는 억지로라도 좋은 길로 인도해야 한다? <출처: gettyimages>


아이와 관련된 사항에서는 차선이나 대충을 선택하려 하지 않는 부모는 부모가 아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다. 부모로서 자신이 알고 있는 성공의 방법을 아이에게 전수하려고 한다. 아이가 잘 따라와 주면 좋으련만 그러나 아직 하룻강아지인 아이는 부모의 이런 마음도 모르고 딴청을 하거나 헛된 고집을 부린다. 만약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간다면 부모는 억지로라도 좋은 길로 인도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와라. 물가까지 잘 끌고 가줄 터이니 물 마실 준비를 하고 있다가 양껏 마셔라’ 면서 시키는 대로 따라 오라고 한다. 시키는 대로!!! 부모의 숭고한 동기가 이끄는 방향으로 그냥 따라만 오라고 한다. 이럴 경우 아이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매우 적거나 없다.

자신의 삶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말은 통제의 여지가 없다는 말과 동가이리라.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심리학교수인 마틴 샐리그만(M. Seligman)은 통제가능성이 없는 삶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실험했다. 물론 실험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개였다. 쉽게 뛰어 넘을 수 있는 칸막이가 가운데 있는 우리의 한쪽 방에 개를 집어넣는다. 각 방 바닥은 전기가 흐르게 만들어져 있다. 스위치를 켜면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 한 쪽 방에 개를 집어넣고 스위치를 켜면 고통스런 전기충격이 가해진다. 개는 펄쩍 뛰며 괴로워하다가 곧 칸막이를 뛰어넘어 전기가 흐르지 않는 방으로 도피한다. 전기충격을 주기 몇 초 전에 벨 소리를 울려준다. 개들은 전기충격을 몇 회 경험한 후에는, 칸막이를 뛰어 넘어 옆방에 가면 전기 충격이 없다는 것과 전기 충격이 있기 얼마 전에는 벨 소리가 난다는 것을 학습한다. 몇 번의 전기 충격을 받고 그 것을 피해본 개는 이제 벨 소리만 나면 옆방으로 재빨리 피신해서 더 이상 전기충격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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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습된 무기력이 생기게 될까? <출처: gettyimages>


본격적인 실험은 이제부터이다. 이렇게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는 개를 한 쪽 방에 묶어버린다. 벨 소리가 나서 전기충격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측해도, 발바닥에 전기 충격이 고통스러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옆방으로 도망갈 수가 없다. 온전히 전기충격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몇 번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없게 만든 다음, 묶은 끈을 풀어준다. 그리고 다시 벨을 울리면서 실험을 시작한다. 개는... 도망가지 않는다. 아니 도망가지 못한다. 고스란히 그 충격을 그대로 견뎌낸다. 옆방으로 건너뛰면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심리학자가 개를 들어서 옆방으로 옮겨준다. 다시 전기충격을 준다. 여전히 도망가지 않는다. 학습된 무기력이다.

왜 학습된 무기력이 생긴 걸까? 개가 자신의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음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묶여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통제불가능성이나 선택불가능성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학습된 무기력을 가져오는지에 관한 실험이 이루어졌고, 다양한 분야에서 그 결과가 보고되었다.


선택의 가능성이 가져오는 것들




부모로서 자신의 아이가 비만아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고,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싶지 않은 아이도 없을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제이손 보카로(J. Bocarro)박사가 놀이터에 부모와 함께 놀러 나온 아이들을 관찰했다. 아이의 안전을 염려해 ‘위험하니 하지마’. ‘그렇게 놀면 안 돼’,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라고 말하는 부모의 아이들은 앉아서 놀거나, 소극적으로 놀았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의 간섭이 없어 활발하게 노는 아이들에 비해 활동반경이 좁아져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부모가 놀이터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기만 할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은 활동양이 많은 놀이를 선호했다.(American Journal for Preventive Medicin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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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어떻게 놀지를 선택할 수 없는 아이들이 비만해진다? <출처: gettyimages>


놀이터에서 어떻게 놀지를 선택할 수 없는 아이들이 비만해진다면 식탁에서의 선택을 제한 받는 아이들은 과식증상이나 음식거부증상을 보였다. 영국 런던대학의 제인 와들(J. Wardle) 박사팀은 지나치게 많이 먹는 과식증상과 밥을 지나치게 천천히 먹거나 거의 항상 음식을 남기는 음식거부증상을 보이는 231명의 초등학교 아이들의 부모를 조사했다. 나쁜 식습관을 보이는 아이의 엄마들은 자기가 정한 식사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하지 않아도 음식을 먹이거나, 엄격한 식사예법을 강요하거나,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를 엄마의 기준대로 선택했다. 아이의 건강과 제대로 된 식사예법이 아이에게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식사 행동 통제에 엄격해졌고 잔소리가 심해졌다고 연구는 보고했다.(Journal of the American Dietetic Association, 2010)

놀이터나 식탁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방임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의 선택을 제한하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지 아이가 미워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부모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통제이지만, 아이가 나이를 먹을수록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선택을 제한하는 간섭으로 해석할수록 부모 통제 효과는 적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역효과가 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통제하면 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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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류의 통제이건 간에 아이가 자신의 선택이 부모에 의해 제한 받았다고 판단한 순간 부모의 규칙이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 선택을 하는 결과를 보였다. <출처: gettyimages>


2009년 스웨덴 오레브로 대학교(Örebro University, Sweden) 발달심리연구진은 미국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부모의 통제와 아이의 반응간의 관계를 연구했다. 부모가 원칙은 정해주되 아이 스스로 규칙을 지키도록 하는 행동통제와 아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행동을 암묵적으로 조종하여 잘못했을 경우 죄책감이 들도록 하는 심리통제 두 가지의 효과를 살펴보았다. 어떤 종류의 통제이건 간에 아이가 자신의 선택이 부모에 의해 제한 받았다고 판단한 순간 부모의 규칙이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 선택을 하는 결과를 보였다. 나이가 들수록 심리적 통제에 더 심한 반발을 보였다. 부모의 통제가 심할수록, 아이의 선택권이 줄어들수록 아이는 비뚤어지는 결과를 나타냈다. 부모의 아이를 위한 ‘좋은’ 선택이 저항행동이나 반항심이라는 결과로만 나타난다면 좋겠지만, 아이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더 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의 삶을 사는 아이는 자신의 삶에서 선택할 것이 없다. 부모가 가장 좋은 것만 준 아이는 굳이 선택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최고를 받았음에도 아이는 감사할 줄 모른다. 더 나아가서는 부모가 마련해준 토대에서 조금만 열심히 노력하면 더 근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텐데도 도무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나 같으면 이 정도에서 만족하지는 않을텐데... 특히 별 볼일 없는 점수나 형편없는 점수에 만족하는 학생 시기의 아이를 보고 있자면 부모 마음속에서는 열불이 치솟는다.


다시 선택할 수 없다면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D. Gilbert)는 선택가능성이 선택 결과물의 만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사진 강의를 들을 학생들에게 학생 스스로가 가장 만족도가 높다고 선택한 사진을 학교에 보관한다고 알려준다. 학생들을 두 반으로 나누어, 한 반 학생에게는 보관할 사진은 한 번 선택하면 변경 불가하다고 알려주고(선택 변경불가능 집단), 다른 반 학생에게는 5일 이내에는 변경 가능하다고 알려준다(선택 변경가능 집단).

학생들에게 강의 만족도를 검사했다. 당신이라면 어느 반 강의를 더 만족스럽다고 평가하겠는가. 보관하려고 선택한 사진을 변경 할 수 있는 강의를 선택했다면 하버드학생들과 동일한 선택을 한 것이다. 강의 만족도는 어떤 사진을 보관할지 선택하도록 해주었을 때가 더 높았다.

그러나 사진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반에 대한 만족도와는 역전되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선택 변경불가능 조건 사진과 선택 변경가능 조건의 사진에 대한 만족도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경우가 더 높았다. 일주일 후, 어떤 조건이든지 더 이상의 변경이 불가한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사진에 대한 만족도를 검사했을 때도 여전히 선택불가능 조건에서의 사진에 더 후한 점수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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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출처: gettyimages>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선택 가능한 경우보다는 더 이상 선택할 수 없을 때, 취소할 수 없을 때, 어떤 변경 여지도 찾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선택결과에 대한 판단과 평가를 새롭게 정립한다. 생애 첫 차(첫 카메라, 첫 이동전화 무엇이든지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아 구입결정이 쉽지 않은 물건)을 구입했을 때를 떠 올려보자. 이 회사의 차? 저 회사의 차? 이모저모 사양을 비교해가며 갈등하다가, 결국 이 차를 구입한다. 그러고 나면, 이 차는 장점만 들어오고, 저 차는 결점만 부각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차의 경우는 선택한 차에 적당히 만족해도 된다. 또 형편에 따라 만족하는 것이 행복감을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는 적당히 만족해야 하는 삶의 영역이 있고, 적당히 만족하는 것이 적절한 시기도 있지만, 만족하지 않고 계속 정진해야만 하는 영역과 시기가 있다.

지금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은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데 구태여 왜 변화하려고 한단 말인가! 왜 지금의 평화와 안정을 깨트리려 한단 말인가!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더 나은 상황을 위해서 변화하려고 하는 것이고 이 변화는 어린 시절, 뇌가 말랑말랑할 때 열심히 배우고 익혀야만 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발생해야 한다. 지금 알고 있는 것에 만족해서 공부하려 하지 않는다면 발전과 성장은 멈추고 말 것이다. 선택은 학습된 무기력이 아니라 적극성과 능동성을 불러오고, 지금 현재의 결과물에 만족하기 보다는 더 근사한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 만족의 유예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떡을 먹어버릇한 아이는 어느 샌가 설익고 맛없는 떡에 만족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아이에게 떡을 먹을 것인지 먹지 않을 것인지를 선택하게 하자. 언제 먹을 것인지도, 얼마나 먹을 것인지도, 무슨 떡을 찾아 먹을 것인지도 아이가 선택하게 하는 것을 부모가 선택해보자!

사족: 아이의 발달 연령과 정신용량에 적합한 선택이 중요하다. 일테면, 학령기 아동에게 공부할래/공부하지 않을래의 제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시기의 아동에게는 공부하지 않을래의 범주는 선택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는 것이 좋다(이 시기는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신 공부를 5분, 10분, 15분 중에서 어떤 시간만큼 할래? 쓰기, 읽기, 말하기 중에서 무엇을 할래? 등으로 제안하는 것이 선택을 연습하는 방법으로 추천할 만하다.





김미라 | 서강대학교 교수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억 및 학습법, 공부법 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으며 교육방송(EBS) ‘60분 부모’에 출연하여 효과적인 공부법에 대해 소개하였다.


발행201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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