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비율에 대한 착각 - 비율지수와 총합의 빈번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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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5회 작성일 16-02-0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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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캐스트의 지난 번 내용(돈에도 제목이 있다: 심성회계)에서 Richard Thaler의 심성회계(mental accounting)이론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다시 요약하자면 돈은 다 같은 돈이 아니라 제목이 존재하며 각 제목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취급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심성회계 이론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며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해 주고 있다. 그 중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또 다른 측면 하나에 대해서 알아보자. 바로, 개별 항목의 비율과 그 항목들의 총합 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착각이다. 무슨 뜻인가? 아래의 예를 보자.1)2)

Tversky, A. and Kahneman, D. (1981). The framing of decisions and the rationality of choice, Science, 211, 45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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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와 계산기에 관한 이 연구는 의사결정 분야의 전설적 연구자인 Tversky와 Kahneman에 의해서 수행된 연구이다. 하지만 Thaler의 심성 회계학에서 매우 자주 인용되며 그 이유는 나중에 합치면 그 총합은 같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계산과정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 때문이다. 즉, 마음의 계좌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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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자계산기와 구두를 사려고 A 백화점에서 쇼핑 중이다. 그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두 가지 모두를 발견했다. 계산기는 2만 5천원, 구두는 12만원이다. 이 두 물건을 막 사려는 순간 친구가 휴대전화를 걸어와 30분 거리에 있는 B 백화점에서 같은 계산기를 1만 5천원 더 싸게 판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자신이 A 백화점에서 본 구두도 B백화점에 있는지 친구에게 물었더니 그것도 판매하는데 가격은 동일하다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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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각보다 많이 00%의 착각에 빠져 물건을 구매하게 된다. <출처: gettyimages>


이런 상황을 사람들에게 말해준 뒤, B 백화점으로 옮겨서 그 두 물건을 사겠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한다. 반응이 주로 이런 식이다. “2만 5천원짜리를 1만 5천원이나 깍아준다면서요. 안 갈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데 위의 상황을 약간만 바꿔주면 사람들의 대답은 정반대의 양상을 띤다. 이 조사의 연구자들은 어떻게 상황을 바꾸었을까? 이번엔 B 백화점에 가면 구두가 1만 5000원 싸고 전자계산기 가격은 그대로라고 말해준 것이다. 이러면 B 백화점으로 가겠다는 사람의 수가 절반 훨씬 아래로 떨어진다.


“OO%” 비율 정보의 함정




왜 이런 불일치가 일어날까? 두 경우 모두 B 백화점으로 옮김으로써 내가 지출해야 하는 돈은 14만 5천원에서 13만원(즉, 1만 5천원 감소)으로 줄어드는데도 말이다. 전편에서도 언급한 심성회계이론에 의하면 그 답이 좀 더 분명해진다. 심성회계이론의 핵심은 돈마다 그 사용처에 따르는 제목이 있고 마음의 계좌가 개설되며 소비나 지출에 대한 마음의 계산 과정이 그 계좌 내에서 이루어지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의 상황에 적용시키면 아마도 이러한 생각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2만 5천원짜리 전자계산기를 1만5천원 싸게 사면 60%의 디스카운트이다. 그런데 12만원 하는 구두를 1만5천원 싸게 사면 12.5%의 디스카운트를 얻는 셈이다. 기분이 다르다. 이 다른 기분은 각기 다른 계좌에서 1만 5천원을 차감해 냈기 때문이다. “OO%”라는 비율 정보의 함정이다.


세일은 우리를 착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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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들어진 숫자인지 모름에도 불구하고 “OO% 세일‘이라는 문구와 가격표를 보는 순간 우리는 마음을 필요 이상 열고 무장해제돼 버리곤 한다. <출처: gettyimages>


그래서 세일은 우리로 하여금 늘 무언가를 착각하게 만든다. 같은 할인이라도 무언가 더 큰 디스카운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들어진 숫자인지 모름에도 불구하고 “OO% 세일‘이라는 문구와 가격표를 보는 순간 우리는 마음을 필요 이상 열고 무장해제돼 버리곤 한다. 그래서 필자는 종종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면 그 물건의 가격표를 보기 전에 가격을 마음으로 미리 매기라”고 충고드린다. 그러면 그 OO%의 세일에 그다지 큰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따라서 내 지갑을 별다른 생각 없이 열게 되는 경우를 꽤 줄일 수 있게 된다고 말이다.

끝으로 이를 우리 실제 생활에 한 번 더 적용해 생각해보자. 심성회계 이론에 의하면 우리 주위에는 덜 비싼 영역에서 매우 높은 퍼센티지의 절약이나 비용 감소가 일어나면, 그 즐거움으로 인해 훨씬 비싼 다른 영역에서의 작은 퍼센티지의 추가지출(하지만 결국에는 더 큰 최종지출)을 부지불식간에 마다 않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라스베이거스 같이 카지노로 불야성을 이루는 곳들의 호텔과 식사는 생각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 비율정보인 %을 잘못 써서 현혹되지 않을 필요가 있다. 돌아보면 일상생활에서 이런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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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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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2.25.



주석


1
Tversky, A. and Kahneman, D. (1981). The framing of decisions and the rationality of choice, Science, 211, 453-458.
2
구두와 계산기에 관한 이 연구는 의사결정 분야의 전설적 연구자인 Tversky와 Kahneman에 의해서 수행된 연구이다. 하지만 Thaler의 심성 회계학에서 매우 자주 인용되며 그 이유는 나중에 합치면 그 총합은 같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계산과정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 때문이다. 즉, 마음의 계좌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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