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확증편향으로부터의 구세주 - 예스맨 혹은 악마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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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6회 작성일 16-02-0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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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명품 핸드백이 잘 팔리는 심리.... 분명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이성을 되찾게 되면, 소재나 디자인에 비해 가격 거품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럴 땐 으레 '명품은 품질이 더 좋을 거야' 혹은 단순히 '비쌀수록 더 좋을 거야'라는 태도를 더 강하게 품는다. 한마디로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나 인식에 대한 자기정당화를 한다는 얘기다. 남들은 다 믿는 객관적인 정보나 판단에 귀를 막아버리게 된다. 제 눈에 안경? 아전인수격 해석의 심리, 우리는 왜 이러는 것일까?




금연 혹은 다이어트 실패에 대한 자기정당화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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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 신자들은 현재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 자신들의 종말론 신념과의 인지적 불균형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심리가 바로 대표적인 인지부조화 사례다. <출처: Wikipedia>



평소 사람들이 이러한 편견들을 갖게 되는 심리적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평소 인지적 편향에 따른 판단오류를 자주 하는데, 그 대표적인 편향사례가 바로 인지부조화다.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가 한결같고 싶은, 즉 내적일관성을 추구하길 원하는 고지식한 욕구를 말한다. 쉽게 말해서 한 사람이 두 가지 모순되는 인지요소를 동시에 품게 될 때 나타나는 인지적 불균형 상태가 바로 인지부조화다. 이러한 불균형은 심리적 긴장을 유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해소하여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현대심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지부조화이론(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은 1950년대 사회심리학자인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종말론을 신봉하는 신도들의 집단행동을 연구하면서 처음 언급되었다. 최근까지도 2012년 인류가 멸망한다는 얘기가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는 등 지구종말과 관련된 종교적 이슈는 아주 많다. 이때 예정된 종말일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게 되면, 신도들은 극심한 인지부조화, 즉 종말이라는 신념과 현재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 간에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이럴 때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지구종말 날짜를 잘못 계산했다거나, 영적으로 이미 계시가 이루어졌다거나, 아니면 신도들의 믿음에 대한 회답으로 구원하기로 했다고들 하게 된다. 바로 사건에 대한 자기정당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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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한 몸매라는 이상적인 상태에 비해 다이어트 실패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로 인해 사람들은 처음에 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지만 이내 적당한 변명거리를 만들어 내고 자신의 실패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출처: corbis>



그러나 이러한 인지부조화 현상은 비단 종교인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인 우리들에게도 평소 나타나는 일종의 인지편향이다. 이러한 편향 사례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중차대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운전 중에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운전습관을 가진 운전자나 오랜 기간 흡연을 하는 애연가나 다이어트에 실패해 체중감량을 하지 못한 주부들은 한결같이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게 된다. 금연이나 날씬한 몸매라는 이상적인 상태에 비해 금연 실패나 다이어트 실패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로 인해 처음에는 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지만, 이내 적당한 변명거리를 만들어 냄으로써 자신의 실패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일상생활 중 경험하게 되는 인지부조화를 자기정당화로 극복하는 사례는 아주 많다. 코카콜라 ‘칼로리 제로’는 최근 유명 남자 아이돌들을 모델로 광고를 하고 있다. 특히 무더운 날씨에는 콜라광고를 보게 되면, 당연히 콜라 마시길 원하는 원초적인 심리가 생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콜라야말로 다이어트의 최대 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이 둘은 서로 대립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여기서 인지부조화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때 광고에서처럼 칼로리와 설탕이 ‘제로(0)’ 수준인 코카콜라를 보여줌으로써 자기정당화를 유도한다. ‘살이 찌지 않는 콜라’도 있다는 식이다. 즉 자기정당화를 통해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만 유독 유리하게 판단하는 아집




인간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일종의 인지적 편향 사례로 앞서 언급한 인지부조화 말고 또 다른 편향사례가 있다. 앞서 언급한 인지부조화는 내적 일관성을 위한 일종의 편향인 반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으로 외적일관성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자신에게만은 유독 유리하게 생각하는 아전인수식 해석이 그 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편향을 말한다. 확증편향은 먹고 마시고 잠자고 먹는 것만큼이나 지극히 인간적인 성향이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교수는 비록 일종의 인지적 편향이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즉 확증편향이 더 많은 생각이나 행동을 중지시켜 줌으로써 심적 휴식을 취하게 한다는 얘기다.

자신이 선택한 방법이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객관적이라고 믿으면서 스스로를 속이는데, 이는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할 때 사용하는 스키마(schema)와 관련된다. 스키마는 어떤 대상에 대해 생각할 때 함께 연상되는 개념의 집합체다. 자동차하면 떠오르는 특정 브랜드에서부터 기계공학적 지식들, 자동차 여행에 대한 추억들, 거리에 달리는 자동차들 등 이 모두가 바로 스키마를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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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확증편향이라 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인지적 오류다. <출처: gettyimages>



미시간대학 로버트 액셀로드(Robert Axelrod)교수에 따르면 ‘우리 뇌는 인지부조화를 느낄 때 불안해하면서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에 대해 위협요인으로 인식한다’ 고 한다. 즉 새로운 정보가 기존의 스키마에 이의를 제기하면, 우리 뇌는 위협을 느끼게 된다. 이 때 위협에 반응하는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반면 보상에 대한 반응인 배측선조체는 둔화된다. 이처럼 위협요소를 제거하도록 내부환경을 조절해서 안정적이고 변함없는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월터 브래드포드 캐넌(Walter Bradford Cannon)은 이런 속성을 ‘항상성’이라고 했다. 결국 인지부조화로 인한 항상성 유지를 위해 확증편향을 보인다고 하겠다.

이러한 확증편향 사례는 단연 정치권에서 찾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거리가 먼 자기들만의 독선과 아집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시도는 인지적 편향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9•11테러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인에게 무슬림은 두려움의 존재 그 자체일 수 있다. 이슬람 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잠재적인 테러리스트가 되어 공항에서 특별검색을 받고, 길거리에서 조롱을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상의 편견이야말로 미국인들의 확증편향이라 할 수 있다. 영화 ‘내 이름은 칸’에서 자폐증 남자주인공 칸이 우여곡절을 겪고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서 하고 싶은 ‘단 한마디’가 우리의 마음을 울렸다. 바로 ‘무슬림=테러리스트’라는 미국 사회의 ‘확증편향’을 깨고 싶다는 의중을 담고 있다. “My name is Khan. I'm not a terrorist”(내 이름은 칸입니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실패한 주식투자자들의 공통된 시황판단




확증편향은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종종 나타나 손실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곤 한다. 상승시에는 더 오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증거가 주로 눈에 띈 반면, 하락장에서는 낙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주장에 더 솔깃해진다. 특히 주식시장이 좋을 때 내가 갖고 있는 투자 상품에 우호적인 정보만 받아들인 결과, 확증편향을 야기하게 된다. 나에게 유리한 측면만 받아들이기 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내 투자원칙을 따라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더 황당한 사례로 최근 문자메시지와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진 '전자레인지 괴담'이 있다. 전자레인지로 물을 끓이거나 음식을 익히면 분자 구조가 바뀌어 발암 물질이 생긴다거나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파괴한다와 같은 악성 루머다. 이처럼 전문가수준의 잘 짜인 시나리오야말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소비자들의 맹신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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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은 상승장에서 더 오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증거에만 집착하는 주식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유발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출처: gettyimages>



고객이 어떤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바로 그 순간이 그 회사의 이미지, 나아가 사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바로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 MOT)'이다. 그런데 요즘은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접하기도 전인, 즉 진실의 순간 이전에 진실이 결정된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순식간에 검색을 하고, 구매 전에 먼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영화는 개봉 2주 동안의 온라인 리뷰가 흥행 성적에 가장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는 영화마케팅의 기본 원칙이 된지 오래다. 사람들은 극장 근처에 가보지도 않은 채 시사회나 처음 영화를 본 관객들이 올린 각종 인터넷 리뷰에 전적으로 판단을 맡긴다. 그래서 요즘 가장 중요한 마케팅수단이 바로 주연배우를 동원한 전국 순회 시사회라는 말이 빈말은 아닌 듯싶다. 심지어는 강력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해 의도적인 정보를 노출하기도 한다.




집단차원의 확증편향은 더 위험




개인이 아닌 그래서 더 심각한 영향을 가져오게 되는 편향도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판결에 임하는 판사의 판단은 항상 편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동부지법에서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50여명의 법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판사들의 확증편향이 일반인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한다. 즉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지 않고 선입관을 갖는 한 판사들이 재판과정에서 쉽게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배심원들에게서 자신의 견해에 대한 확신이 클수록 제시된 증거들을 자신의 견해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왜곡하는 현상이 크게 나타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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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분석과 합리적인 판단보다 감정 우선의 심리 기제로 인해 최고경영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을 보임으로써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출처: gettyimages>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많은 전략적 의사결정이 객관적인 분석과 합리적인 판단이 충분치 못해 실패로 귀착되곤 한다고 지적하면서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원시인 심리’가 작용한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은 200만 년 전에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99% 이상을 수렵채취시대에 살았고, 그러한 생존환경에 적합하도록 뇌의 작동방식을 진화시켰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시인 심리가 21세기인 현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감정이 우선이고 이성은 나중’이라는 심리다. 대상에 대해 감정 체계가 먼저 반응을 하고, 이성 체계는 이를 사후적으로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심리가 형성된 것은 위험이 도처에 깔린 원시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감정적 반응에 기반을 둔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감정 우선의 심리 기제로 인해 오늘날의 경영자들도 현실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신제품 컨셉에 대한 사전 조사에서 부정적인 평가는 전혀 들은 적이 없어”, “반대 의견도 있기는 하지만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인 것 같아, 내가 볼 때는 맞는 말이 하나도 없어”라고 하는 리더가 있다면 그 생각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리더의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판단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 이유는 간명하다. 인간은 자신의 신념, 기대, 생각을 지지해주는 정보는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이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지부조화나 확증편향과 같은 인지편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은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의 얘기처럼 ‘우리가 옳다고 하는 만큼 우리는 언제나 틀릴 수 있다. 언제 틀릴지는 알지 못한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또 ‘잠깐, 잠깐만, 이 증거가 잘못되었거나 내가 잘못했거나 둘 중 하나인데, 내가 잘못했을 리는 없지. 나는 훌륭한 사람, 그것도 이 분야의 전문가이거든’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기업 CEO의 확증편향에 대해 ‘예스맨’을 멀리하고 집단결정 체제를 도입하거나, 의사결정을 위한 토론에서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로마 가톨릭에서 나온 ‘악마의 변호사’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참고문헌

  • Festinger, Leon(1957). “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 Stanford: Stanford University Press.
  • Axelrod, Robert(1973), "Schema theory: An Information Processing Model of Perception and Cognition,"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67, pp. 1248-1266.
  • Cannon, Walter Bradford(1963), "Wisdom of the Body," New York: W.W. Norton.
  • LG경제연구원(2010), ‘착각에 빠진 리더, 의사결정을 망친다’



범상규 |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3.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와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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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비자들 2015. 05. 20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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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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